또 한 명의 '그 청년 바보 의사'가 감동을 주고 우리 곁을 떠났다.

군의관 이용민 중위(30세)는 자신의 장기와 뼈 등 신체조직을 바쳐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했다. 의사로서의 꿈은 다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군의관으로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 뒤 소천받았다.

이 중위는 누구보다 밝고 정 많은 신앙인이었다. 명덕외고와 연세대 의대를 나온 촉망 받는 의사이기도 했다. 가벼운 질병조차 앓아본 적 없는 건강 체질의 이 중위가 쓰러진 것은 지난달 14일 저녁.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군 복무중 갑작스런 사고로 뇌출혈이 발생한 것이다.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수술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도 받았지만, 결국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아버지 이득희 장로(60세)와 어머니 임소연 권사(56세, 이상 서울수정교회)는 중환자실에서 매일 30분씩 아들을 면회할 때마다 "오늘도 잘 견뎌주고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고 눈물로 기도했다. 그러나 아들인 이 중위는 스물아홉 생애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뇌사 판정'을 받았다.

상심 가운데서도 가족들은 '큰 결심'을 했다. 아들은 떠났지만, 꺼져가는 삶을 이어가는 이웃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도록 하기 위해 장기와 신체 조직을 기증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아들의 천국 가는 길을 따뜻하고 환하게 밝혀주고 싶어서였다.

그들은 육신의 부모로서 한 가지 소망이 있었다. 아들이 서른 살은 꼭 채우고 하나님 곁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어머니 임 권사는 "2016년만 넘길 수 있다면 온전히 아이를 주님께 맡기겠다고 기도하고 새해를 맞았다"며 오열했다. 이에 이 중위는 2017년 새해를 맞아 딱 3일을 더 머문 후인 지난 4일 새벽, 생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새 삶을 안겨주고 하나님 품에 안겼다.

故 이 중위가 기증한 심장, 간, 췌장, 신장 등은 위급한 환우들에게 곧바로 이식돼 여러 생명을 살렸다. 특히 이 중위의 간은 워낙 건강해 생후 6개월 아기 등 2명의 위독한 환자에게 이식됐다. 또 각종 조직과 뼈 등 신체조직 34종도 함께 기증됐다. 그의 대퇴골 뼈 1종만으로도 작은 뼈칩(Born Chip)을 만들어 약 150명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의료진은 전망하고 있다.

15시간에 걸친 아들의 장기적출 수술을 뜬눈으로 기다린 이 장로는 "신앙인으로서 기적도 있다고 믿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는 것이 어려웠다"며 "용민이가 의사로서 병 고치는 일을 못하고 가기에 자기 몸을 바쳐서라도 사람을 살리고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의 영혼은 하나님 곁으로 갔지만, 신체의 일부는 누군가에게 가서 새 삶을 선물한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고 전했다. 수술 후 그는 "용민아,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큰 일을 했다. 이제 하나님 곁에서 편히 쉬거라"고 SNS에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청년 의사 이용민 중위는 2017년 새해부터 많은 이들을 살리고 떠났다. 아들을 가슴에 묻고 슬픔에 빠진 이 중위 부모들은 "아들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되는 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