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주님, 우리에게 축복을 내려주시옵소서!" "하나님 저를 축복해주세요!"

기독교인들에겐 매우 귀에 익은 말이다. 한 번쯤 스스로 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장에서 '축복'(祝福)이라는 단어는 '복을 빈다'는 의미로, 사실 바로 쓰인 단어가 아니다. 그냥 '복'이라고 해야 맞다. 우리가 주님에게 받길 원하는 것은 복이지, 복을 비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천했다"는 표현도 흔히 억지스러운 말 중 하나다. '소천'(召天)은 사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하나님의 부름을 받다'는 의미에서 기독교인들이 자주 쓰고 있다. 그래서 예장 통합 제86회 총회는 '소천' 대신 '별세'(別世)나 직접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말을 쓸 것을 권했다고 한다.

국어적 쓰임새에 어긋나는 말들은 이것 말고도 더 있다. 또 비록 맞춤법은 맞지만 성경적 가르침에서 벗어나는 말들도 상당수 존재하며, '증경'처럼 일반 사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특수한 단어이나 유독 교회가 고집스레 쓰는 것들도 있어, 이런 것들이 사회와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고 일부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지적한다.

대구에 있는 푸른초장교회(담임 임종구 목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부터 이런 말들을 더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이 교회는 △축복을 복으로 △부교역자를 교역자로 △부목사를 목사로 사용하기로 했고, △평신도, 증경○○, 수석○○은 아예 쓰지 않기로 했다. '주여삼창'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교회 담임인 임종구 목사에 따르면, 이처럼 단어를 바꿔 부르거나 쓰지 않기로 한 이유는, 그런 것들 중 대부분이 '계급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신도나 부목사, 증경○○과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임 목사는 "성직이 존재하는 건 기능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 우열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며 "목사나 장로나 교인들은 모두 다 같은 그리스도의 몸의 일부"라고 했다.

하지만 은연 중에 그것을 계급화 하기 쉽고, 또 그것을 부추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 교회에서 고착화된 일부 잘못된 단어들이라는 게 임 목사의 주장이다. 그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교회가 이런 작은 것에서부터 개혁을 실천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어렵고, 또 '축복'이나 '소천'처럼, 비록 어법상 틀린 단어이나 의사소통에 방해가 되지 않고, 신학 내지 신앙적 문제와도 크게 상관이 없는 것이라면, 지금처럼 그냥 쓴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임종구 목사도 "굳이 다 바꿔야 한다거나 그런 표현을 쓰는 이들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임 목사는 "다만 그것을 강단에서 사용할 때는 가능하면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라며 "개혁이 단순히 관념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이런 작은 실천을 통해 삶의 변화로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