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박사.
조덕영 박사.

구약 선지자들의 삶과 메시지가 주로 악과의 전쟁 선포였다면 신약 은혜의 시대가 되면서 양상이 달라진다. 주님의 제자들은 전혀 다른 방식을 취한다. 제자들은 구약 선지자들과 달리 악에 대한 좀 더 근원적 해결책을 찾았다. 바로 예수의 십자가였다. 그리고 구약 선지자들과는 조금 다른 반응을 한다. 일찍이 요셉이 몸으로 친히 터득한 그 방식이다. 성경은 예수 제자들에게 예수 십자가를 알았으니 이제는 악과의 직설적 투쟁이 아닌 예수 십자가를 지고 예수처럼 고난의 자리로 가라한다(히 13:13절).

그것이 악을 이기는 길이니 십자가를 지고 능욕 당하는 자리로 나아가라 한다. 예수는 예수 제자들에게 값진 고난을 요구한다. 십자가 없는 승리는 없는 것이다. 십자가 없이는 부활도 없다. 따라서 십자가 신학과 부활 신학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굳이 도식화한다면 십자가 신학이 루터 신학이라면 부활 신학은 칼빈적이다(너무 단순하다고 이 도식을 오해하지는 말 것). 그런데 이 두 가지는 결국 한 점에서 만난다.  십자가 없이 부활이 없고 부활 없이 십자가가 없다. 강조점만 다를 뿐 이 두 가지는 함께 강조되어야할 신학의 기초이다.

(십자가) 죽음에서 찾는 신정론

죄와 악을 지적하고 이겨야 한다는 기본 인식은 구약 선지자들이나 예수 제자들은 같았다. 하지만 옛 언약과 새 언약 사이의 간극처럼 그들의 대처 방식은 전혀 달랐다. 제자들은 예수의 방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그것은 선(사랑)으로 악을 이기는 십자가였다. 영광의 성문 안에서 영광과 거리가 먼 성 밖으로 밀려난 능욕의 자리였다. 성경은 예수 십자가의 길처럼 능욕의 영문 밖으로 나아가라고 강하게 권면한다. 따라서 이제 제자들은 어떤 성문 밖으로 갈 것인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능욕과 고난의 자리는 어디인가! 사실 그런 장소는 너무나 명료하고 명확하다. 조롱과 핍박과 고난이 예비 된 장소요 궁극적으로는 죽음의 장소다. 즉 능욕의 장소는 역설적으로 십자가의 종말로 가는 장소다. 실제로 예수 제자들은 그런 삶을 살았다. 이게 예수 제자들의 신령하고 형통한 삶이었다. 한국교회 예수 제자들의 삶과 얼마나 다른가!

신정론의 종말적 이해

이 십자가는 결국 제자들을 악과 고통에 대한 종말적 이해에 다다르게 한다. 진정한 승리와 회복과 영원한 사랑이 회복되는 궁극적 지점이 바로 선으로 악을 이긴 십자가이다. 성도는 궁극적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요일 4:16) 안에서 보호될 것이다(마 13: 29-30).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고(롬 8:28) 악과 고통이 없는 새 세상이 열릴 것이다. 신정론은 이렇게 종말적 미래를 향해 간다. 악과 고통의 문제의 답이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나 그때는 완전하게 보일 것이다. 이것이 현세에서는 어떤 철학자, 어떤 사상가, 어떤 학자에게서도 악과 고통의 문제에 대한 답이 잘 안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고통과 고난을 피하려고 한다. 오히려 순탄한 삶을 추구하고 가능하다면 만사형통의 삶을 원한다. 신자들이 그런 설교를 좋아하는 이유다. 아프게 만들어달라고 병원을 찾는 사람은 없다. 그런 세상에서 예수는 전혀 달랐다. 예수는 고통을 감당하고 친히 담당하러 왔다. 친히 낮은 곳에 낮은 모습으로 오셨으며 귀족들이 할거하는 예루살렘이 아닌 척박하고 선한 것 없는 갈릴리 나사렛 사람으로 사셨다. 그는 그렇게 남들이 피하고자하는 시련과 고통을 감당할 뿐 아니라 죽으러 오신 분이었다. 그리고 정말 친히 감당하고 죽었으며 승리하고 부활하였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와 보혜사 성령의 은혜로 제자들은 그 의미를 깨달은 첫 번째 사람들이었다. 정말 세상의 구조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일어났다. 제자들도 그 예수를 닮으려고 나선 것이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목자의 어린 양 같이 순전한 예수 제자들이 잔인한 늑대 토템을 기반으로 한 야생의 늑대처럼 강인한 로마 제국을 결국 뒤집어 엎어버린 것이다. 선으로 악을 이기다니! 그게 정말 어떻게 가능한 일이었단 말인가? 번영신학, 만사형통 신학이 번창한 오늘날의 한국교회에 제자들은 심각하게 묻고 있을지 모른다.

당신들은 무엇으로 이 세상 임금과 지진과 재난과 테러와 실직과 아픔과 고통과 질병과 외로움과 슬픔과 같은 악들과 맞서고 있는가? 당신들이 정말 예수 제자가 맞는가? 당신들은 어떤 제자들인가? 세상에서 악의 문제(신정론)을 찾으려는 신자들인가 아니면 십자가 신학을 따르는 성도들인가? 모든 사람들이여 우리 모두는 악의 구조 속에서 잠시잠간 누리던 낙(樂)을 내려놓고 죄 짐을 지고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memento mori!") 그러기에 그 죽음을 이기신 유일한 분 예수를 기억하라! 그 십자가 사랑 안에 악과 고통에 대한 신정론의 진정한 해답이 있다. 제자들은 그 십자가에서 믿음과 소망과 사랑과 용서와 부활의 현재와 미래를 보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