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21일 기독교계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쟁자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향해 "기독교를 파멸시키는 지도자"라고 독설을 날렸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뉴욕시에서 약 1천여 명의 기독교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번 만남은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벤 카슨 박사와 초당파 기독교 단체인 '마이페이스보우츠'(My Faith Votes)가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나는 기독교계에 많은 면에서 빚을 지고 있다. 나는 살면서 아이들을 비롯해 많은 것들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그 중에서 복음적 기독교인들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이곳에 선 것이 내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원래 복음주의자들이 많은 주에서 치르는 경선에서는 그다지 이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치른 경선 결과에 매우 놀랐고, 노스 캐롤라이나,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켄터키, 미시시피 등 복음주의자가 많은 지역들에서 결국 승리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텍사스 출신으로 보수적 복음주의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테드 크루즈 의원을 이긴 것에 대해 스스로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일부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우리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하지만, 여러분이 정말 해야 할 일은 모든 이들이 한 특정 인물에게 투표하도록 기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지도자들은 기독교와 복음주의자들을 파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정치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클린턴 후보를 향해 "그의 종교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클린턴은 기독교를 파멸시키는 지도자 중 하나"라고 비난했다. 또 "클린턴의 당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클린턴은 오래 전부터 자신이 감리교 신자임을 밝혀 왔다. 지난 1월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신앙이 내 정체성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동석했던 보수주의 비영리단체인 S.T.A.N.D 창립자이자 버지니아 목회자인 E. W. 잭슨이 트위터에 영상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