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한인세계선교사대회 기간 중인 6월 4일, 이슬람 학자이자 목회자인 채희석 유럽 선교사는 “유럽에 무슬림이 증가한다고 비관만 하지 말고 그들에게도 구원을 주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표적으로 받아들이자”고 밝혔다. 채 선교사는 1984년 6월 프랑스로 파송 받아 선교하고 있으며 UBF 프랑스 대표를 지냈다. 현재는 프랑스침례교회연맹(FEEBF) 소속으로 현지인 교회를 개척해 담임하고 있다.

채 목사는 “21세기 이슬람은 유럽 사회에서 전무후무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1950년대 유럽연합 28개국에 80만 명 정도에 불과했던 무슬림이 오늘날 2천만 명 선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무력 정복이 아닌 이민을 통해 유럽에 정착한 새로운 무슬림 세대에 대해 올바른 역사적 관점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슬림의 이민 증가와 높은 출산율, 선교로 인해 유럽이 조만간 이슬람화될 것이라는 인터넷에 유포되는 시나리오는 허구”라고 단언했다.

먼저 무슬림 인구 증가와 관련해서 2015년 미국의 퓨리서치센터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2010년 기독교인과 무슬림의 인구 비율은 유럽 50개국을 대상으로 집계할 경우 71.4%대 5.6%다. 러시아를 제외하면 71.0%대 4.7%이며 유럽연합 28개국을 대상으로 하면 72.2%대 4%다. 퓨리서치센터는 2050년이 되면 이 비율이 각각 59.9%대 9.3%, 57.7%대 7.9%, 59.3%대 7.8%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를 제외한 49개국을 기준으로 보면 2010년 2천946만 명 무슬림 인구가 40년 후엔 5천37만 명으로 무려 71%나 증가하기는 한다. 그러나 전 세계 무슬림의 수가 72.6% 성장할 것이란 예측과 비교해 보면 평균 수준이다. 그는 “현재 5%의 무슬림 인구로 인해 유럽이 이슬람화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올바른 해석이 아니다”라고 했다.

출산율에 있어서도 “서유럽에 정착한 무슬림들이 일반 유럽인들보다 다소 높은 출산율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의 유럽 평균 수준으로 수렴해 간다. 위협적인 출산율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영국 무슬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2.24명이고 영국 본토인은 1.73명이라는 자료도 최근 발표됐다.

무슬림의 이민, 그리고 출산 외에 무슬림 증가 요인은 유럽 본토인의 개종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1998년 프랑스인이 이슬람으로 개종한 경우는 4만 명이었다. 2010년의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7-11만 명으로 보고 있다. 이는 그 당시 프랑스 무슬림 인구의 1.4-2.3%에 해당한다. 영국의 경우,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2011년을 기준으로 10만 명이 개종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영국 전체 무슬림 인구의 3-4%다. 이에 대해 채 선교사는 “프랑스나 영국이나 유럽인이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경우는 매우 소수이며 총인구 비율로 말하면 0.2% 미만”이라 했다. 채 선교사는 “유럽인들은 무슬림의 생활 양식이나 가치관이 유럽 현대 사회와 양립할 수 없다고 보고 있으며 유럽인에게 비친 이슬람의 종교적 이미지는 억압된 종교적 삶”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이슬람 전문가인 바삼 티비(Bassam Tibi) 교수의 말을 인용해 ‘유럽의 이슬람화’와 ‘이슬람의 유럽화’ 양 진영이 보이지 않는 전쟁 중이라고 했다. 중동 아랍권에서 일어나는 이슬람의 근본주의 운동이 유럽을 이슬람화하겠다고 하지만 이런 이슬람의 활동은 유럽 국가 내에 금지돼 있어 활동이 제한적이다. 반면, 이슬람의 유럽화, 유럽형 이슬람 운동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무슬림이 유럽 사회에서 공존하기 위해 유럽 사회와 문화에 동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채 선교사는 이를 “이슬람 사고방식에 민주주의, 정교분리 원칙, 다원주의, 시민사회, 개인 인권 등 유럽의 가치를 접목시키는 것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삼 티비 교수에 의하면, 유럽 무슬림의 동화는 서구 정치의 가치를 포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이슬람을 수용할 때 가능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채 선교사는 “유럽형 이슬람의 한계는 이것이 어디까지나 정치적 해법이지 이슬람 자체가 본질을 부인하면서 소위 유럽형으로 바뀔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유럽의 제도권 교회들은 이슬람을 적이 아닌 하나의 종교로 간주하며, 그들이 유럽의 가치관을 존중한다면 공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태도는 이슬람과의 불필요한 긴장 관계와 극단화를 피하고 무슬림의 유럽 동화에 기여하고 있다. 채 선교사는 “과거 선교사들은 복음을 들고 무슬림의 영토에 가 고난과 희생을 많이 치렀다. 그러나 이제 그 무슬림들이 기독교인들이 사는 유럽에 왔고 우리는 자유롭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무슬림을 복음화하시는 하나님의 표적”이라며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