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주가 출생증명서에 기록된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하면서, 이른바 '화장실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팻 매크로리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부터 시행 중인 이 법안은, 주 내 모든 자치단체에게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례 제정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최소 13개 주가 노스캐롤라이나와 비슷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권단체나 대기업, 스포츠 단체, 유명 스타 등이 항의에 나섰다. 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지난 10일 예정됐던 노스캐롤라이나 공연을 전격 취소했고, 비틀스 멤버인 링고스타도 오는 6월 캐롤라이나에서 열기로 한 콘서트를 철회했다. 온라인 결제업체인 페이팔은 360만 달러 상당의 노스캐롤라이나 투자 계획을, 도이체방크도 시설 투자 계획을 취소했다.

또한 노스캐롤라이나주와 미시시피주에 공무원 출장을 금지시키는 주정부와 시정부의 수도 늘고 있다. 현재 2개 주를 공무원 출장 금지 구역으로 못 박은 주는 코네티컷, 미네소타, 뉴욕, 버몬트, 워싱턴 등 5개다. 워싱턴D.C.와 신시내티, 호놀룰루,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솔트레이크 등 16개 도시도 이를 따랐다.

정치권에서도 성소수자 차별 반대 금지법안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21일 NBC방송이 주관한 타운홀 미팅에 출연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성소수자 차별 반대 금지법에는 문제가 많다.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성전환자만을 위한 새로운 화장실을 만들자는 큰 움직임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것도 어떤 면에서는 차별적이다. 그냥 원래대로 놔두면 된다"고 했다.

트럼프 후보에 이어 경선 2위를 달리고 있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는 이제 성인 남자에게 소녀들의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라는 요구에 가세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가 좌파의 어젠다에 굴복했다. 이 법안은 미국인이 공적인 삶의 영역에서 하나님을 떠나게 하고 잘못된 관용에 아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제4 항소법원은 트랜스젠더 고교생 개빈 그림이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쓰게 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그림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그림에게 남자화장실 사용을 금지한 학교 측의 방침이, 연방정부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에서는 성차별을 할 수 없도록 한 연방법을 위반했다며 1심 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최근 LA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 과정의 한 산티교육센터는, 16일부터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남녀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성중립화장실'을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