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분 건물 사례비 없는 ‘삼무교회’
문턱없는 목회로 불신자 마음 열어
전도 가정사역 영성계발 강화 계획

단단히 정신 차리지 않으면 자칫 세상의 길로 가기 쉬운 것이 신앙생활이다. 목회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아셨기 때문일까. 예수님께서는 2,000여년 전 산상수훈을 통해 말씀하셨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마태복음 7:13~14). 물질만능주의와 성장제일주의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는 크리스천들에게조차 너무도 잊힌 말씀이지만, 귀 기울이면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안타까운 심정이 절절히 묻어난다.

하나크리스천센터
가정사역과 문화선교로 불신자들의 문턱을 낮춘 하나크리스천센터

한인타운 크렌셔 블러버드의 올림픽-피코 구간을 지나다 보면 만나는 하나크리스천센터(1135 Crenshaw Blvd., LA·목사 이용욱)는 오늘도 그 진리를 따라 나름대로 좁고 험한 길로 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출범한 공동체. 현재 출석교인이 100여명(어른 약 60명, 어린이 약 40명)에 달하는 이 교회는 시작부터가 남달랐다.

USC 졸업 후 풀러신학교에서 M.Div.를 받은 이용욱 목사가 젊음의 거리인 6가와 노만디 코너 한 빌딩의 공간을 빌려 오프닝 예배를 드린 것은 한국의 IMF 구제금융 사태가 터진 직후인 1997년 12월. 찬양밴드의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200여명의 참석자들과 함께였다.

“교회를 거부하는 20대 청년들을 전도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었습니다. 6~12개월 정도 기본신앙을 그들에게 심어주어 일반 교회로 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요. 음악, 영화, 인터넷, 기타 미디어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외모 관리에 시간과 돈의 낭비가 많다는 자각에 따라 30대 중반에 과감하게 ‘영국 신사’라는 별명을 포기하고 장발의 길로 들어선 그는 “전도기관처럼 출발했으나 처음 신앙을 갖게 된 이들을 위해 주일예배를 마련하면서 수년에 걸쳐 자연스럽게 교회가 되었다”고 회고한다.

초교파 독립교회로 1.5세가 주류를 이루는 하나크리스천센터는 ‘삼무교회’라 부를 만하다. 자체 건물, 사례비, 직분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교회 건물을 리스해서 쓰고 있다. 다른 목회자 없이 홀로 목회하는 이 목사(이 교회에서는 담임목사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파트타임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간사와 더불어 무보수로 봉사한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섬길 뿐 장로, 집사 등의 직분이 따로 없고 전 교인이 연말에 한 차례 열리는 공동의회에서 재정보고, 사업계획 등을 함께 다루고 필요한 토론을 한다.

뿐만 아니라 교인 등록절차도, 구역, 목장, 선교회 등 관리조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헌금이라는 것이 다 감사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교인들은 여러 복잡한 명목 없이 주일헌금을 예배실 뒤에 비치된 헌금함에 저마다 넣는다. 점심도 자원자들이 돌아가며 준비하고 없을 때는 도넛을 먹는다.

“10년 전에 합동신학대학원 송인규 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분에게서 ‘삼무교회가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이미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더라고요. ‘21세기의 대안교회’라는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주일예배는 모두 3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1부 ‘열린전통예배’(오전 8시30분)는 교회에 다니다 중단한 기성세대를, 영어로 진행되는 메인 예배격인 2부 ‘패밀리워십’(오전 11시)은 부모 어린이 청소년 모두를, 3부 ‘하나열린예배’(오전 11시30분)는 청장년을 각각 주 대상으로 삼는다. 자녀들은 패밀리워십 후 45분간 연령별로 주일학교에 참여한다. 오후 2~4시에는 청년 제자훈련이 이어진다. 매주 첫째 토요일과 셋째 목요일 저녁에는 엄마들과 아빠들을 위한 토론 중심의 성경공부가 각각 마련된다. 이밖에 밸런타인 뮤직 카페, 부활절 파트럭 뱅큇, Pop·CCM 라이브 콘서트, 패밀리 피크닉, VBS 캠프, 가을 라이브뮤직·무비 카페, 추수감사절 페스티벌, 크리스마스 콘서트 투어, 연말 셀리브레이션 등 독특한 행사가 연중 진행돼 교인들을 평안의 줄로 묶는다.

또 양로원 선교도 열심히 하고 있고, 문화사역에 힘쓴 결과 이 교회 영상문화선교팀이 제작한 단편영화가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열매를 거두기도 했다.

불신자들도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문턱이 없는 교회를 지향점으로 삼기 때문에 하나크리스천센터에서는 모든 사역이 마음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방문하는 사람들로부터 “캐주얼한 미국교회 같다”는 평을 듣는다.

이 목사는 교인들이 교회 안에서만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지 않고 가정과 일터 등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도록 이끈다.

이 교회는 연합사역에도 열심이다. 2세들의 ‘조용한 탈출’ 현상을 막을 길을 모색하는 ‘차세대사역연구회’에 동참하는 한편 이 목사와 다른 교회 찬양팀 리더들이 작은 교회들을 방문해 추억의 찬양집회를 갖는 사역단체인 ‘8090 찬양팀’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오는 29일(주일) 오후 3시 이 교회에서 작은 교회들의 하나됨과 교제를 위한 ‘삼삼오오 찬양예배’도 갖는다. 개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구원받은 크리스천은 모두가 주안의 한 가족’임을 확인하며 하늘 아버지를 함께 찬송하는 시간이다. 이 예배는 내년 1월, 5월, 7월, 10월에도 계속된다.

하나크리스천센터에도 고민은 있다. 예배 출석인원이 서서히 줄어드는 한편 새 교인의 전도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중 대표적이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세례 받은 사람들이 최근에 거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파요.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며 모든 예배와 프로그램, 이벤트, 인테리어 등을 업그레이드할 때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교회 사역 전반을 안팎으로 개조하는 것이고요.”

이 목사는 “우리만의 개성을 되찾기 위해 ‘가정사역’이라는 목표를 재정립한 다음 연령, 지역, 문화권별로 사역 대상을 선정하고 그들에게 집중하는 단계적인 전도전략을 세웠다”며 “거기에 필요한 사역팀 훈련, 자금 확보 등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열린전통예배’와 ‘패밀리예배’를 통한 전도, 청장년 영성계발, 청춘 토크콘서트인 ‘티라콘’(티라미슈 라이프 콘서트) 활성화, 결혼 전 카운슬링을 포함한 가정사역, 작은교회 이벤트 기획 및 운영 지원사역 등 머지않아 이 교회가 활발하게 펼쳐나갈 사역이 기대된다.

하나크리스천센터의 목회가 모든 교회의 모델은 될 수 없지만, 이민교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끌어안는 한편 가치관을 새롭게 하여 이 세대를 본받지 않으려고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임은 분명하다.

문의: (323)934-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