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 박사, 이하 장신대) 홈페이지 일반게시판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10월 23일 역사신학 교수 7인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내용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고, 이에 신약학 김철홍 교수가 10월 28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우리의 입장' 성명서에 대한 비판과 국정화에 대한 나의 입장"을 게시하면서 학생들까지 가세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김철홍 교수의 두 차례 글은 언론에까지 소개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역사신학 교수들의) 성명서를 읽은 후 국정화에 찬성하고 있던 나는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성명서에 의하면 나는 '역사를 독점하고, 미화하고, 왜곡하는' 시도의 공범(共犯)이기 때문이고, 그들의 견해에 따르면 나는 '역사 발전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태도'를 갖고 있고, '사고의 다양성을 통제하는' 일종의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들이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는 장로교 소속 교단신학교인 장신대 역사신학 교수로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찬성하는 나는 신앙도 없고 양심의 자유도 없는 교수인 셈"이라며 "더욱 큰 고민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요한복음 8장 32절 말씀"이라고 했다.

그는 "선언문 말미의 이 성경 인용문을 놓고 추론하건대 역사신학 교수들은 진리를 인식하고 진리로 자유롭게 된 분들임에 틀림이 없고, 나는 진리에 무지하고 그리스도의 자유가 없는 사람이 된다"며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진리의 문제'이고, 어느 한쪽의 입장은 '진리', 반대편의 입장은 '거짓'이 되는 것인가"라고 질문하고 있다.

또 "나는 이 성명서에서 역사신학 교수들이 갖고 있는 독단적인 입장, 즉 '나의 입장'은 옳고 '너의 입장'은 틀렸고 '나의 입장'은 진리이고, '너의 입장'은 시대착오적이라 보는 독단적 입장, 사고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오히려 '사고의 다양성을 통제하는' 독단적인 입장이 여과 없이 노출돼 있다고 본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학 시절 '다양한 좌파 이론'들을 공부했는데 한국사 교과서 자습서에 당시 공부했던 내용들이 그대로 요약돼 있었고, 현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기본적으로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임을 지적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의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는 폐기되어야 할 책이지 수정 혹은 개정되어야 할 책이 아니다"며 "개정은 해결책이 아니고, 폐기하고 새로 쓰는 것만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해결책이다. 나는 그런 점에서 국정화에 찬성한다"고 주장한다. "검인정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과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매우 낙관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도 말한다.

이러한 내용의 첫 번째 글 이후,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가 자신의 SNS에서 김 교수의 글을 비판하자 두 번째 글 "'사상적 전향에 대한 그늘'에 대한 비판과 공산주의 이론의 그늘 속에 있는 한국 근현대사 역사학에 대한 나의 입장"을 11월 4일 또다시 작성하기도 했다. 본지는 김철홍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글을 쓴 계기 등을 들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장신대 신대원 학우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위해 내건 현수막. '복음서도 네 개나 있는데...'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대웅 기자
장신대 신대원 학우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위해 내건 현수막. '복음서도 네 개나 있는데...'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대웅 기자

-학교 게시판에 글을 쓰셨는데, 신학생들을 향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기본적으로 염두에 둔 청중은 신학생과 교수들입니다. 글을 읽어 보면 아시겠지만 제 말씀은 국정화냐 아니냐 하는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교과서에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고, 그 문제는 사실상 신학생들이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반인들도 좌파 사상에 대한 선지식 이해가 없으면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런 문제들을 학생들이나 교수님들께서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제 관점에서는 상당히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글에 대한 댓글에서 나타나듯 상당수 신학생들은 이를 심각하지 않은 문제이자 역사학계에 맡기면 해결될 문제로 보고 있는데, 제 생각은 그런 견해와 다릅니다."

-학생들의 댓글을 봤다고 하셨는데 무엇을 느끼셨나요. '(차정식 교수님의 글에는 답하면서) 왜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느냐'는 반응도 있던데요.

"그렇잖아도 오늘(11일) 저녁부터 세 번째 글을 쓸 예정입니다. 학생들의 댓글이 상당히 많았는데 다 대답할 수는 없고, 우선적으로 응답할 필요가 있는 문제들 한두 가지에 집중적으로 대답하려 합니다. 장기적으로 갈 것입니다. 현재 댓글에는 다양한 질문과 비판들이 있는데, 한꺼번에 할 수는 없고 한두 가지씩 꾸준히 응답해 나가려고 합니다."

-신약학 교수님이라 여쭤 봅니다. 원우회 학생들이 학교 정문 앞에 국정화 반대의 의미로 '복음서도 네 개나 있는데...'라고 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오늘부터 안 그래도 그에 대한 글을 쓰려 합니다. 간단하게 미리 말씀드리면, 먼저 복음서가 네 권으로 형성된 것에는 '정경의 형성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도마복음'은 정경에서 제외됐습니다. 오늘날 '위경'이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도마복음'이라는 또 다른 복음서는 왜 퇴출시켰을까요? 도마복음이 있어야 더욱 다양성이 확보되는 것 아닙니까?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아무리 다양성이 필요하다 해도, 그것이 절대적이거나 영원한 가치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다양성이 좋다 해도, 전체 교인들이 그 책을 읽었을 때 우리가 알고 믿는 내용과 일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복음서가 네 권이라는 자체는 좋습니다. 하지만 다양성만 이야기해선 안 되고, 통일성도 말해야 합니다. 그래서 신약학에 '복음서의 다양성과 통일성'이라는 분야가 있는 것 아닙니까? 무조건 다양하다 해서 좋은 게 아니라, 전체가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역사적 예수와 초대교회 성장 과정에 대한 정확한 묘사가 있을 때 다양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퇴출당하지요. 더 자세한 내용은 글로 쓰겠습니다."

-게시판에 글을 남기시면서 이 문제의 전면에 나서야 했던 이유가 있으셨는지요.

"직접적인 계기는 역사신학 교수님들의 성명서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2007년 귀국한 후 지금까지, 정치권부터 문화나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언론이나 일반 사회, 대중의 반응을 개인적으로는 걱정하고 우려하면서 관찰해 왔습니다. 마음속으로 '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가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으로 지켜보기만 하다, 역사교과서 문제는 단순히 걱정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비유를 들자면,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까지 밀린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 문제를 인식하고 아는 애국 시민들도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문제를 삼으면서 해결하기 위한 비판이 부족했습니다. 교과서 문제는 낙동강 전선으로까지 밀린 상황으로, 더 밀리면 이제는 이념 전쟁에서 완전히 지는 것이고 조국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올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반격을 해야 하고 여기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낙동강 전선이라고 했지만, 교과서는 이미 완전히 내 준 상황입니다. 대통령께서 이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말씀하셨음에도, 이 시점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고 눈감은 채 지나간다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사회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으로까지 갈 수 있다는 비관적 인식에서 시작했습니다."

김철홍 교수의 글 전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우리의 입장' 성명서에 대한 비판과 국정화에 대한 나의 입장
http://www.puts.ac.kr/wwwroot2/jboard/skin/jboard02/view.asp?bd_name=jboard02&seq=28293

'사상적 전향에 대한 그늘'에 대한 비판과 공산주의 이론의 그늘 속에 있는 한국 근현대사 역사학에 대한 나의 입장
http://www.puts.ac.kr/wwwroot2/jboard/skin/jboard02/view.asp?bd_name=jboard02&seq=28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