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의 국적 없는 아동들이 차별과 좌절, 절망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의 유년기를 지배하는 문제들이 고착화되기 전 즉각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유엔난민기구(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UNHCR)가 밝혔다.

UNHCR은 무국적(statelessness) 사태 종결 10년 캠페인 '#IBelong' 관련 보고서 '나는 이곳에 있고, 소속되어 있다: 즉각적 미성년 무국적 사태 종결의 필요성(I am Here, I Belong: the Urgent Need to End Childhood)'을 발표했다. 이 캠페인은 지난해 11월 4일 시작됐고, 이번 보고서는 1주년을 맞아 제작된 것이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안토니오 구테레스(António Guterres)는 "이 보고서는 무국적 아기가 10분마다 한 명씩 태어나는 오늘날, '국적 없는 아동들'의 고통을 근절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국적권의 중요성에 관한 고위급 토론회 중 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코트디부아르, 도미니카공화국, 조지아, 이탈리아, 요르단, 말레이시아, 태국에 거주 중인 아동·청소년, 그리고 이들의 부모 및 보호자 등 25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7-8월 진행된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들 중 다수는 국적 없는 상태가 자신에게 심리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으며, 자신을 '투명인간, 이방인, 그림자 속 삶, 노숙견, 쓸모없는 사람' 등으로 표현했다.

무국적 실태를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다룬 보고서로는 처음인 이 보고서는, 무국적 아동들이 대면하는 공동의 문제들은 이들이 유년기를 즐기고 건강한 삶을 살며 학업을 통해 꿈을 실현하는 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구테레스 고등판무관은 "아이가 아이다울 수 있는 짧은 기간 동안 무국적자가 되는 것은 유년기 전체는 물론, 평생 차별과 좌절, 절망감으로 고통받는 고착화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아이들 중 누구도 무국적자가 돼선 안 되고, 모든 어린이는 소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사회 주변부에서 대다수 시민들이 누리는 권리를 갖지 못한 채 성장하며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고, 종종 자신이 태어나고 평생 살아온 국가에서 외국인 취급을 당한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 무국적자들은 종종 학업과 대학 진학, 적당한 취업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들은 거주국 정부의 차별과 학대의 대상이며, 착취에 취약하다. 국적이 없다는 사실은 이들 자신과 가족, 그리고 공동체가 몇 세대에 걸쳐 빈곤한 주변부 생활을 하게 한다.

무국적은 이들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젊은 아시아 여성은 "교사로 취직할 기회가 있었지만, 신분 탓에 동네 가게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나라에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UNHCR은 보다 많은 국가들이 이 캠페인을 지지할 것을 권고하면서, 각국에 아래 행동을 촉구했다. △다른 국적 취득이 불가능한 아이들에게, 태어난 국가의 국적을 허가하라 △모계 국적 승계를 막는 법을 개정하여 어머니도 국적을 물려줄 수 있도록 하라 △민족·인종 또는 종교로 인해 아동의 국적 취득을 막는 법과 준거조항을 삭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