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신학포럼(공동대표 김진섭·권혁승 교수)이 주최한 제2회 포럼이 12일 오후 서울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 양재캠퍼스 교육관에서 '한국교회와 이스라엘 사역의 비전과 사명'을 주제로 진행됐다.

"유대인의 특권과 지위의 중요성, 마땅히 인정해야"

먼저 김진섭 교수(백석대)가 "한국과 이스라엘의 우호관계: 과거, 현재, 미래- '원뉴맨' 운동을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원뉴맨'(한 새 사람)이라는 용어는 성경에서 단 한 번 사용됐지만(엡 2:15), 그것이 함의하는 내용의 범위와 깊이는 실로 신묘막측하다"고 했다.

그는 "에베소서에는 '우리'와 '너희'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너희 이방인'이라는 표현처럼 '너희'가 주로 이방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킨다면, '우리' 역시 그리스도인으로서 유대인이나 '우리 둘'의 경우처럼 유대인과 이방인을 함께 가리킨다"며 "에베소서에 나타난 7개 교회상의 각각에는 반드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으로 구성된 '원뉴맨' 개념이 최대공약수로 내재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21세기 교회론 이해에 있어서 이방인으로만 구성된 교회들과 1970년대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메시아닉 유대인'으로만 구성된 교회들은, 모두 하나님의 신비하신 경륜 속에 펼쳐져야 할 교회론의 입장에서 온전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는 세계의 주종을 이루는 이방인 교회들에게 유대인 선교와 유대인 교회와의 동역 및 교제에 대한 변혁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유대인이 누구인가와 그들의 나음에 대해 성경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로마서 9~11장이다. 이는 로마서 1~8장의 결론이요, 12~16장의 서론이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은 구약에서 선택한 유대인에 대해 신약에서도, 아니 주 예수의 재림 시까지 똑같은 신실성과 열정으로 돌보고 있다는 것을 이 본문이 역설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는 로마서 9~11장을 로마서의 괄호용법이나 부록 정도로 여기면서 지금까지 예수님을 믿는다고 자부해 온 잘못을 반드시 회개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논하는 성경의 가장 놀라운 본문인 로마서 9~11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스라엘'이라는 단어가 11회 사용된 바, 이방인 신자나 그리스도교회 전체를 지칭하는 의미로는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는다. 그 어디에도 '이방인' 중심의 교회가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을 계승하는 '새 이스라엘'이나, 혹은 이방인이 그 이스라엘의 자리를 대체했다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성령이 내주하셔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는 누구나 '옛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라고 외치는 새 피조물이 된 것이다. 이 새 사람의 필수 구성요소가 유대인과 이방인인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장로교 언약신학이 '구약의 이스라엘 신앙공동체는 신약의 교회로 대체됐다'는 '대체신학'으로 빠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교회론과 선교신학에 있어서 유대인의 위치와 사명 및 유대인 선교에 대해 한국교회가 무지해 왔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구약의 이스라엘 언약공동체의 모판(출 19:5~6)이 정확히 신약의 교회공동체(벧전 2:9~10)에 적용되고 있는 것은, 교회가 유대인과 이방인의 혼합이 결코 아니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유대인도 이방인도, 그 어떠한 것도 다 없어졌고, 전혀 새로운 피조물, 즉 '원뉴맨'만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이스라엘이 2천 년이 다 되어서 어찌어찌 하다가 운 좋게 독립 만세를 외치고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며 "왜 그들은 다시 돌아왔는가.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우리는 성경을 다시 들추어야 한다. 과거의 관점을 버리고 새롭게 성경을 보아야 한다. 하나님은 그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선민으로서의 유대인의 특권과 지위에 대한 중요성을 마땅히 인정해야 하며, 그들을 사랑하고 지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섭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김진섭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스라엘의 영적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다음으로 정연호 교수(University of the Holy Land 부총장)는 "이스라엘의 비전과 역사적 현실, 그리고 한국교회"를 제목으로 발표하며 "구약은 신약과 함께 기독교회의 경전이 돼 왔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구약은 율법이라는 이름으로 치부되고,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율법이 완성됐으므로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생각에 지배돼 온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서구교회(이방교회)가 속사도 시대 이래로 '메시아닉 유대교회'에서 거리를 두다가 4세기 이후로는 적극적으로 관계를 단절하게 된 배경에는 대체신학과 반유대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며 "이는 식물의 줄기가 스스로를 뿌리에서 잘라내는 생명 단절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은 교회에 의해 대체될 시한부 용도로 이스라엘을 택하신 것이 아니요, 구약의 말씀을 메시야의 말씀(신약)에 의해 폐기될 성질의 것으로 이스라엘에게 주신 것이 아니"라며 "이제라도 메시아를 통해서 이스라함의 후손이 된 그리스도인들은 영적인 영양의 젖줄인 구약, 곧 히브리인의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성경이 말하는 '70년 회복'의 의미와 이스라엘을 향한 한국교회의 비전과 사명'을 제목으로 발표한 권혁승 교수(서울신대)는 "한국교회가 이스라엘 선교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역사적으로 한국은 반유대주의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라며 "서구기독교 역사는 그 자체가 유대인을 적대시하는 반유대주의로 점철돼 왔다"고 했다.

권 교수는 "이스라엘 독립 이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유대인 교회가 '기독교인'이라는 명칭 대신 '예수를 메시아로 믿는 자'라는 뜻의 '메시아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그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라며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영적으로나 민족적 정서에서 이스라엘 선교를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된 이점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남북통일이라는 큰 복을 우리 민족에게 주신다면, 그것은 한국교회가 해야 할 막중한 과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마지막 시대 '땅끝'을 향한 선교적 사명이다. 130년이라는 짧은 선교 역사에도 미국에 이어 제2의 선교대국으로 성장한 한국교회는, 새로운 관점의 '땅끝' 선교를 준비해야 한다. 곧 그동안 주력해 왔던 이방인을 향한 '땅끝'과 함께, 예루살렘을 향한 '땅끝', 바로 이스라엘의 영적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 자체는 하나님의 말씀을 담는 그릇이면서 그 말씀을 바르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거룩한 창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지니고 있는 언어와 역사·지리·문화를 가까이하면 할수록 하나님의 말씀이 더 가까워지고 선명해진다"며 "그런가 하면 고난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 온 이스라엘 민족의 지나간 역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혜의 보고이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들의 잘못은 제외돼야 할 것"라고 했다.

권 교수는 "또한 이스라엘은 마지막 때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를 섭리하며 이끌어 가시는지를 보여주는 종말신앙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가 이스라엘의 영적 회복에 관심을 두는 것은, 곧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더욱 성숙하게 성장하는 기회와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