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전 읽은 미국 월간지에서 가슴 깊이 새겨지는 명언을 만난 일이 있다. ‘지혜로운 자는 남들이 자신에게 던진 벽돌로 아름다운 집을 지을 든든한 기초를 쌓아가는 사람이다.’ 샬롬장애인선교회(2869 W. Pico Bl. Los Angeles) 대표 박모세 목사는 바로 그런 부류의 목회자다. 그는 인생이 자기에게 준 극한 고난을 좌절이 아닌 약자들을 향한 섬김의 재료로 승화시켰다.

교통사고로 두 딸 잃고 부인은 사지마비
목회소명 받고 단체 설립 장애이웃 섬겨
17년째 '사랑의 휠체어' 보내 해외 선교
기금 모금 위해 찬양CD 직접 제작 판매 중

샬롬장애인선교회 대표 박모세 목사(오른쪽)와 부인 박성칠 사모.
샬롬장애인선교회 대표 박모세 목사(오른쪽)와 부인 박성칠 사모.

무역회사 중역으로 잘나가던 그는 1989년 한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두 딸을 천국에 먼저 보내고 부인 박성칠 사모는 사지마비가 되는 비극을 겪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전화위복의 하나님’을 의지하며 사역자의 길에 들어서 백석대 신대원과 남가주의 매스터스 신대원을 졸업한 뒤 1999년 LA에 샬롬장애인선교회를 설립했다. 연약한 이웃들을 돕는 일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에서다.

“다이빙 사고로 중증장애인이 되었으나 구족화가, 베스트셀러 작가, 장애인 권익옹호 운동가로 변신한 유명 사역자 쟈니 에릭슨의 소개로 미국에 유학 왔습니다. 장애인 특수목회를 공부하러 43세의 나이로요. 3년만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미국에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가 현재 사역의 51%를 한다”고 단언하는 그는 선교회의 모토를 ‘찾아내어 섬기자’(Search and Serve)로 정했다. 그리고는 소외당한 채 숨어 지내는 지역사회 장애인 및 가족들과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다.

“장애인들은 대부분 밖으로 안 나오거나 못 나옵니다. 특히 한인들은 그같은 경향이 더 심하고요. 예수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그들에게 먼저 찾아가서 복음을 전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샬롬은 350여 장애인 가정을 직,간접적으로 섬긴다. 오랜 기도 끝에 2012년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자체 건물인 장애인센터(약 7,000스퀘어피트)를 주 5일 오픈하고 재활교육, 사회복지 프로그램 안내 등의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장애인 및 가족들과 더불어 예배를 드린다. 예배 후에는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돌아가며 제공하는 사랑의 식탁을 나누고 성경퀴즈대회도 연다. 또 학생이 있는 장애인 가정에 장학금을 수여하고 창립기념 야유회, 가족 수양회 등을 통해 쉼과 재충전을 선사한다.

6명의 사역자를 두고 있는 선교회가 심혈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분야는 해외장애인 선교. 미국은 다행히 장애인 사회복지제도가 잘 되어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그들의 삶이 너무도 험난함을 잘 아는 까닭이다.

이를 위해 단체 설립 첫해부터 무려 17년째 연 평균 2차례씩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사업을 전개해 왔다. 지난 15일에는 감격적인 제31차 발송식을 개최했다.

“요르단 난민촌과 캄보디아, 키르기즈스탄에 있는 약 4,500명의 불우한 장애인들이 이번에 혜택을 받습니다. 요르단과 키르기즈스탄은 현지 선교사님들과 연결해 무슬림 형제들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보내는 선물을 보내는 것이라 더욱 뜻깊지요. 1999년 9월에 쟈니 에릭슨이 기증한 49대의 휠체어를 처음 해외로 선적한 이래 지금까지 31차례에 걸쳐 휠체어 9,480대와 기타 보장구 4만2,220점을 11개국으로 보내 5만명 이상에게 도움을 제공했습니다.”

샬롬장애인선교회가 해외에 휠체어를 비롯한 각종 의료보조기구를 보내기 위해 매년 여름 개최하는 '휠체어 사랑이야기' 콘서트의 모습.
샬롬장애인선교회가 해외에 휠체어를 비롯한 각종 의료보조기구를 보내기 위해 매년 여름 개최하는 '휠체어 사랑이야기' 콘서트의 모습.

이 일에 필요한 자금은 매년 여름에 열리는 ‘휠체어 사랑이야기’ 콘서트를 통해 마련된다. 올해 콘서트 무대는 박 목사의 2번째 독창회로 꾸며졌다. 그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으나 전문 독창자의 길을 가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판단하고 음악을 접은 배경을 갖고 있다.

“하나님께서 사도 바울의 모든 학식과 훈련을 선교에 사용하셨던 것처럼 장애인 사역을 시작하면서 배설물 같이 여기고 뒤돌아보지 않았던 저의 성악 경력이 사역에 귀하게 쓰임받게 되었습니다. 무역을 했던 과거 역시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에 요긴하고요. 참 신기한 일입니다.”

이번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의료장비 구입비용과 운송비 등을 합해 14만 달러다. 박 목사는 “모자라는 2만 달러를 채우기 위해 ‘십자가와 평안’이라는 타이틀로 저의 찬양음반을 제작해 판매중이다. 애창하는 찬송가 9곡과 음악회에서 불렀던 성가 8곡을 담았다”면서 많은 구입을 부탁했다.

“꾸준한 계몽 덕에 장애인들을 대하는 한인들의 태도는 많이 나아졌지만 장애인들이 오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모습은 한인교회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그는 “전체의 10% 정도인 발달장애인들만을 중심으로 교회의 장애인 사역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담임목사님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교회가 바뀐다”며 안타까워했다.

CD구입 문의: 323-731-7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