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파견 림일 탈북작가 "사막 땡볕에서 중노동 강요..탈출은 생각지도 못 해"

북한 당국이 통치자금을 확보를 위해 외화벌이 명목으로 수십년간 북한 근로자들을 외국으로 파견, 노동력과 임금을 심각하게 착취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최근 이어지면서 북한의 해외파견 노동력 착취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카타르의 유명건설회사는 인권유린 등의 이유로 고용된 북한 노동자 전원을 해고한데 이어 유럽의회에서는 오는 16일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착취 문제를 두고 인권토론회를 여는 등 현대판 노예제도로 주목받고 있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실제적인 행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뉴욕 유엔본부 제3회의실에서 유엔 각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피해자들의 목소리: 북한인권에 대한 대화’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임금착취 문제가 현대판 노예제도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3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토론회의 모습.

아산정책연구원의 분석 결과, 북한 정권은 매년 해외에 수만 명의 노동력을 동원해 12억에서 23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해외 노동자는 러시아와 중국에 각각 2만 명, 쿠웨이트에 5천 명을 비롯 UAE, 카타르, 몽골, 앙골라 등 세계에 총 5만여 명이 파견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2007년 김정일 집권 당시 해외에 파견된 3만 명보다 2만 명이 더 늘어난 수치다.

탈북한 해외 근로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해외로 파견된 노동자들은 중동의 사막이나 시베리아 등지에서 하루 평균 12시간에서 16시간 동안 일하고, 작업 현장엔 당국 요원이 배치돼 이들은 끊임 없이 감시를 당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고 자유마저도 억압받고 있다.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를 통한 연간 수익은 약 2조 원에 이른다는 또 다른 연구결과 발표도 지난해에 있었다.

위기에 선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국제 사회의 압박 커져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카타르의 유명 건설회사인 CDC(Construction Development Company)는 지난 7월24일 북한이 파견한 건설노동자 108명에 대한 전원 해고와 강제추방을 북한 건설회사에 통보, 이에 북한 노동자 108명이 7월26일부터 8월1일까지 모두 북한으로 돌아갔다.

방송에 따르면 카타르 건설회사의 북한 노동자 해고 이유는 현장 이탈, 과로, 임금착취 등 노동자들의 인권문제로, 북한의 파견 노동자들을 인권 등의 이유로 고용주측이 해고로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이번 카타르 건설회사의 대응은 북한이 해외에 노동력을 파견해 임금을 착취하고 외화 벌이 창구로 사용된다는 보고들이 나온 이후 국제사회의 여론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미국 하원은 '북 해외 근로자 인권 개선' 청문회를 이미 몇 차례 개최,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인권탄압 실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도 현재 북한 당국의 해외 노동자 임금 착취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의 북한인권 단체 ‘NK 워치'는 해외 노동자 출신 탈북자 13명을 심층 인터뷰해 작성한 청원서를 최근 유엔 현대판 노예제도 특별보고관에게 제출, 향후 유엔의 현장 조사 가능성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노예제도 특별보고관은 문제가 접수된 해당 국가에서 직접 조사할 권한이 있으며 북한 정부가 거부한다해도 실태 파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착취 증거 등 파악된 사항은 유엔 인권위원회에 보고된다.

또 현재 노동 문제를 다루는 유엔의 전문기구인 국제 노동 기구(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ILO) 또한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의 해외 노동자 임금 착취 실태들을 제보 받았고, 이 문제를 검토 중에 있다.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북한의 해외노동자 인권유린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4월29일 개최된 미 하원 청문회에서 북한당국이 해외에 파견한 근로자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당국은 세계인권선언이나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규정 등 국제적 의무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 청문에서 나온 증언에 따르면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의 상황은 극도의 임금 착취와 통제 등으로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가족들이 북한에 남아 있기 때문에 북한당국의 통제를 받을 수 밖에 없고 또 이를 빌미로 임금의 극히 일부분만을 받으며 착취를 당하고 있다.

오는 16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열리는 북한 해외 노동자 인권 관련 토론회는 북한의 유럽지역 노동력 수출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유럽국가들 중에는 폴란드가 북한의 노동자들을 수입하고 있다. 카티 피리(Kati Piri) 의원과 한국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토론회에서는 북한 해외 노동자 인권 개선을 위한 유럽연합의 정책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서는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인권유린 상황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제안하기 위해 발간한 보고서(Human Rights and North Korea’s Overseas Laborers: Dilemmans and Policy Challenges)가 발표된다. 이 보고서는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총 9개 국에 파견됐던 해외 노동자 출신 탈북자들과의 심층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북한의 해외 노동자 착취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사막의 땡볕 밑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한 푼도 못받아"

탈북작가 림일 씨
(Photo : 기독일보) 탈북작가 림일 씨

쿠웨이트 노동자였던 림일 탈북작가는 현재 북한해외근로자인권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노동자들의 인권실태를 알리며 증언하고 있다. 인권연대는 올해 초 제네바에서 해외노동자들의 인권유린 상황을 증언하기도 했다.

림일 씨는 "북한에서 노동자를 파견하는 나라는 러시아, 쿠웨이트, 중국, 싱가폴등이며 벌목, 건설, 식당, 건설 등의 영역으로 나뉜다"면서 "국제사회가 아직 북한의 해외 노동자 착취 사실을 자세히 모르고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이든 국제사회를 리드하는 국가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북한 제재 등의 개선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림일 씨는 1996년 쿠웨이트 움알하이말에 있는 주택 건설현장에 파견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사이에 있는 쿠웨이트는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다. 림씨는 사막의 땡볕 밑에서 하루 12시간 넘는 노동에 시달렸다. 그는 “노동현장과 숙소에서 24시간 감시를 받았다”며 “다른 나라 근로자들이 평균 월 500달러 이상을 급여로 받을 동안 급여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중복된 해외 파견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해외노동자는 하루 15, 16시간의 노동으로 한달 동안 하루에서 이틀의 휴식시간만 주어진다. 그나마, 특별히 선택된 사람들만이 해외로 나갈 수 있으며, 끼니를 거르지 않고 먹을 수 있어서 쉽게 불평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림일 씨는 "해외근로자로 파견되어 일하면, 당에서는 여러분들이 선택되어 나온 것이라 긍지를 가지라고 계속 주입했지만 막상 해외에 나와서 일할 때 회의감만 더 생겼다"면서 "임금도 못 받고 끼니만 제공되면서 5개월 동안 일만 계속 했더니 허탈감이 가중됐는데 이렇게 북한주민을 이용해 번 돈은 고스란히 당 지도부가 챙겨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북한이 노동자들을 해외에 나가지 못하도록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해외노동자 파견은 현 북한 정권과 체제를 살리는 것밖에 안 되며, 노동자 입장에서도 생존에 필요한 끼니를 하루하루 채우는 것 외에 혜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림일 씨는 “처음엔 간부들이 ‘현지 업체에서 돈을 못 받았다’고 잡아떼다가 결국 ‘당에서 돈을 주라는 지시가 없었다’고 말했다”며 “그 말에 아무도 대꾸를 못했다. 당이란 곧 김정일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림일 씨는 입국 5개월 만에 작업장을 탈출해 한국대사관을 통해 귀순했다.

그는 "한국의 미디어 매체들이 북한사회를 전반적으로 비중있게 다루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주민들의 인권상황과 사회전반상황을 비춰야 하는데, 북한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지도자만을 방송으로 다루는 것은 북한 뉴스를 그대로 해주는 것밖에 안 된다"며 "북한 주민들의 삶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외국에 보낸 노동자들까지 이런 식으로 다룰 정도니, 북한 주민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는 일 아닌가"라고 밝혔다.

"시베리아 벌목장 파견 노동자들, 영하 60도서 씻지도 못하고 일해"

한국의 탈북자단체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드는 사람들'의 김영일 대표는 러시아 벌목공이었던 자신의 아버지로 인해 러시아 극동지역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노동자들의 인권 유린 실태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김영일 대표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는 2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으며 가족들이 실질적으로 북한 내에 인질 역할을 하고 있기에 북한의 통제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는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해외 노동자들에 대해 '국가가 후원하는 노예'라고 말하면서 북한 당국으로의 송금을 강요 당하는 등의 임금 착취 실태를 고발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러시아 벌목장 출신 북한 노동자와 직접 만나 그들의 열악한 환경을 알리기도 했다. 북한 노동자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벌목장의 운전수들이 자신의 몸에 기름을 씻어낼 겨를 없이 기름때가 온 얼굴과 손에 묻은 채로 잠들었다가 다시 일터로 나가는 원시인 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또한 치료 시설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채 1년에 15명씩 사고로 죽으며, 자신이 목격한 사망자들만도 120명 가량에 이른다고 고발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북한이 해외로 파견을 보내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현지인들이 꺼리는 고강도의 단순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노동시간 역시 하루 16시간을 넘을 만큼 혹독한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 벌목공으로 파견된 노동자들은 영하 50도~60도에 이르는 극심한 추위 까지 더해 가장 열악한 실정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러시아는 1940년대부터 북한의 최대 인력 송출국이라고 지적하면서, 지난 2008년까지 러시아에 거주한 해외노동자의 추가 증언에 의하면 1년간 휴무는 1월 1일 단 하루였으며 의복 배급은 러시아 벌목공 등 임업과 건설업의 경우 파견 초기 작업복 한 벌 외에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는 증언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환경과 관련, 북한 당국 뿐만 아니라 파견을 받은 러시아 기업체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작업복과 작업화, 그리고 장갑 등을 제공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으며 작업 중 부상자가 발생 시 수술이 필요하거나 중한 질병일 경우에만 현지 병원으로 이송되는데다 발생하는 비용 역시 개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