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만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몰트만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독일 튀빙겐대 조직신학 은퇴)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는 3일 오후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 기독교사상과문화연구원 기독교사상연구부가 주최한 행사에 강사로 나서, '예정, 칼 바르트의 은총의 선택론'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몰트만 박사는 칼 바르트의 '은총의 선택론'을 통해 '예정'을 설명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선택하시고 다른 사람들은 버리시는 것에 대해 사변하기 전에, 우리는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의 자기 정의를 먼저 바라보아야 한다"며 "하나님은 어떤 사람은 선택하시고 다른 사람은 버리시기 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선택하신다"고 했다.

몰트만 박사는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총의 선택'이다.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되어야 하리라'고 말씀하시기 전에, 하나님께서는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며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을 향해 다가오신다. 바로 이것이 순수한 은혜이며, 자비로운 사랑이자 다가오는 사랑"이라며 했다.

그는 "그 은혜는 자기 자신과는 다른 존재, 즉 인간과 함께 살겠다는 하나님의 근원적 결의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바르트는 이것을 가리켜 '선택'이라 부르고 있다"며 "하나님은 넘쳐 흐름, 다가오심, 내려오심이라는 규정을 자기 자신에게 부여한다. 이러한 '은총의 선택'이 복음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은총의 선택은 오직 하나님에게만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인간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반응이 아니"라며 "그러한 한에서 바르트의 은총의 선택론은 '타락 전 선택설'(Supralapsarismus)이다. 하나님의 다가오심이 은혜라면, 하나님의 자유는 선택으로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몰트만 박사는 또 "하나님의 은총의 선택은 신론에 속하며, 그런 다음에야 구원론에 속한다"면서 "하나님은 개혁교회 예정론이 강조하는 것처럼 단지 전능하실 뿐만 아니라, 우선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권능이 있으시다. 이러한 사실을 바르트는 하나님의 근원적인 자기 규정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그의 선택은, 말하자면 인간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적으로 선택하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긍정은 하나님의 자기 긍정에 근거한다. 하나님은 자기 자신을 참으로 원하시는 것처럼 이러한 피조물을 원하신다. 하나님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의 힘으로 인간을 긍정하신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이중예정, 즉 선택과 유기, 구원과 저주라는 사전 결정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속에서 서로 매우 교차해 있어서, 그리스도가 유기를 받아들임으로써 죄인이요 저주받은 인간의 선택이 일어난다"며 "바르트는 '하나님의 영원한 의지인 그리스도의 선택 속에서 인간에게는 첫 번째 것, 곧 선택과 구원, 생명을 주기로 결정하셨고, 자기 자신에게는 두 번째 것, 곧 유기와 저주, 죽음을 주기로 결정하셨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몰트만 박사는 "십자가 위의 하나님의 사건을, 인간 세계 속에 있는 악과 고난에 대한 하나님의 참된 칭의로 부르기를 바르트는 주저하지 않는다"며 "신정론, 그리고 유기된 인간의 선택은 '죄인의 칭의' 외에 그 어떤 다른 것도 아니"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예정에 대한 믿음은 '인간의 버림받지 않음에 대한 믿음이요, 인간의 유기를 믿지 않음'을 의미한다"며 "그리스도가 우리의 죄를 위해 내어줌을 당하고 또 우리의 의를 위해 부활하신 것처럼(롬 4:25), 그는 우리의 선택과 영화 때문에 우리를 대신해 버림받고 부활하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