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의 노숙자 사역을 회고하는 둥지선교회 선교위원장 김진숙 목사ⓒ김브라이언 기자
(Photo : 기독일보) 노숙자 사역을 회고하는 둥지선교회 선교위원장 김진숙 목사

미주 노숙자 사역의 대모라 불리며 일평생을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해 온 김진숙 목사가 팔순을 맞았다. 시애틀 노숙자 선교단체인 둥지선교회는 오는 9월 19일(토) 오후 5시, 시애틀연합장로교회(8506 238th St. SW. Edmonds, WA 98026 )에서 김진숙 목사의 팔순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김 목사의 사역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김 목사는 1970년 미국으로 건너와 40여년 간 노숙자들과 함께 살아왔다. 그는 미국장로교(PCUSA) 은퇴목사로 일생을 정신문제를 가진 노숙자를 섬기는 사역에 헌신해 왔으며, 미국장로교에서 수여하는 '믿음의 여성상'과 '노숙자의 영웅상', 대한민국 정부의 국민포장상과 모교인 이화여고에서 수여하는 "이화를 빛낸 상"을 수상하는 등 사회 봉사상만 20번 넘게 받을 정도로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빛을 드러내 왔다.

시애틀 노숙자들은 150cm가 조금 넘는 작은 키에 백발의 아시안 목사를 자신들의 삶을 인도해 주는 멘토이자 때로는 어머니로 따른다. 예수님의 고난을 상징하는 보라색 옷 만 고집하는 그녀를 노숙자들은 "보라색 천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평생을 노숙자들과 함께 해 왔고 올해로 80세를 맞았지만 그의 사역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매주일 진행되는 둥지선교회 사역을 비롯해 미주 및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노숙 근절을 호소하고 있다. 또 가정폭력, 여성문제, 목회자 성추행 문제의 해결을 제시하는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둥지선교회가 준비한 선물을 나누며 기뻐하는 둥지선교회 임원들과 노숙자들ⓒ김브라이언 기자
(Photo : 기독일보) 둥지선교회가 준비한 선물을 나누며 기뻐하는 둥지선교회 임원들과 노숙자들.

김진숙 목사는...

1935년 음력 7월 26일에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태어난 김진숙 목사는 어린 나이였지만 나라를 빼앗기고 억압 당하는 민족의 아픔을 경험했고, 약자의 눈물을 보았다. 1949년 이화여중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1.4 후퇴 때 부산으로 피난간 가족과 함께 부산 역전 마당에서 3일 밤을 보냈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 시달리던 시절이었지만 다섯 식구가 판자로 만든 방에서의 3년의 기억은 유년 시절의 김 목사에게 삶의 방향을 정해 주었다.

중학교 때 친구를 따라 간 교회에서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과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눴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 갈릴리의 가난하고 굶주리고 병들고 소외된, 버림받은 사람들과 죄인들, 이방인들과 병자들과 삶을 함께 하시며 영혼의 아픔을 어루 만져 주신 예수가 그 안에 들어왔다.

섬김을 위해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 예수를 가진 이상, 다른 어떤 것도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유난히 총명했던 유년의 김 목사는 법대를 가길 원하는 가족을 뒤로 하고 신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1959년 한국신학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사회복지기관에서 나환자촌 재활 프로그램을 담당하기도 했다.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온 김 목사는 42살 되던 해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사회사업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정신질환 카운슬러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정신병원 및 정신건강원 등에서 정신질환, 마약중독자로 살아가는 노숙자들을 직접 돕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김 목사는 이 때부터 노숙인을 향한 목회 소명을 가지고 1987년 쉰이 넘은 나이에 목사 안수를 받고 미국장로교 총회에서 홈리스 사역 담당 목사로 섬기고 순회강연 강사로 활동하며, 1991년에는 여성노숙인들을 위한 교회를 개척하기도 했다.

노숙자를 향한 한없는 사랑...

모두가 외면하고 다가가기 꺼려하는, 때로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는 다운타운의 흑인 노숙자들도 김 목사에게는 아픔과 고통에 신음하는 작은 주님의 한 영혼이다.

김 목사는 고 옥민권 목사와 시애틀 지역 목회자들과 마음을 모아 2007년부터 노숙자 전문사역단체인 둥지선교회를 만들어 노숙자들에게 집을 얻어주는 일을 비롯해 직업 훈련, 이들을 신앙의 리더로 훈련시키는 '노숙자 지도자 수양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매년 성탄절을 기해 노숙자들에게 편안한 숙소와 함께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크리스마스 선물방'은 둥지선교회만의 특별한 사역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둥지선교회의 사랑으로 노숙자들의 삶이 바뀌고 직장을 얻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노숙자들 가운데 선교 리더가 나오고 신학교에 진학한 노숙자들도 나오고 있다.

미주 노숙자 한인 선교단체협의회 2013년도 총회
(Photo : 기독일보) 미주 노숙자 한인 선교단체 협의회 총회 자료 사진

말씀만 외치는 교회가 아닌 말씀을 행하는 교회가 돼야...

김 목사는 말씀을 외치는 교회에서 말씀을 행하는 교회, 말씀을 보고 외우기만 하는 성도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삶으로 드러내는 성도, 이웃을 사랑하는 성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교회와 성도들이 믿음 안에서 굳건히 서는 길은 교회에서 선포되는 말씀, 우리가 듣고 배웠던 말씀을 삶으로 살아갈 때 이뤄진다"며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섬김과 사랑으로 세상에 드러나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또 "우리 교회와 성도들 사이에서 노숙자는 게으르다는 인식이 바뀌고 진심으로 돕고 섬겨주는 일이 늘어나 감사하다"며 "노숙자들은 많은 경우 어려서부터 학대를 당하고 정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 경제적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로 교회가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사랑을 실천하는 일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