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장신에서 약 2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온 이상명 총장. 그는 “미국 젊은이들의 문화는 점점 교회와 멀어지고 있고, 신학을 배우려는 이들 역시 급속도로 줄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민보경 기자
미주장신에서 약 2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온 이상명 총장. 그는 “미국 젊은이들의 문화는 점점 교회와 멀어지고 있고, 신학을 배우려는 이들 역시 급속도로 줄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민보경 기자

기독교가 유대 지역을 넘어 세계로 퍼질 수 있었던 것은 흩어진 기독교인들, 곧 ‘디아스포라’ 덕분이었다. 또 사도 바울이 ‘이방 선교’에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적 기독교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해외 선교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디아스포라’ 한국인들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이다. 대략 200만 명의 한인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인교회의 숫자도 4천3백여 개에 달한다. 여기서 혹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미국이 한국교회의 해외 선교와 무슨 상관이냐고. 이미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지만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PTSA, www.ptsa.edu) 이상명 총장은 미국이 더 이상 기독교 국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젊은이들의 문화는 점점 교회와 멀어지고 있고, 신학을 배우려는 이들 역시 급속도로 줄고 있다. 한인교회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민 1.5~2세대 및 그 이후로의 신앙 계승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반대로 이슬람의 위세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력은 강해지고 있다. 이 총장은 “세대 간 신앙의 단절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한국교회도 어려움 가운데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선교 정신을 불태워 한인교회들과 교류해야 한다는 것. 서로가 가진 강점을 주고받으며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게 이 총장의 지론이다.

또 미국은 선교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총장은 “특히 로스앤젤레스(LA)는 동서남북을 이어주는 항만이자, 동서의 문화와 사상이 오가는 십자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종으로는 아시아와 중남미, 횡으로는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및 유럽을 이어주는 곳으로,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와 세계 선교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해 파송하기에 적합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역사적으로도 보면 주로 문화와 문화, 인종과 인종이 만나는 곳에서 변혁과 갱신이 일어났다”며 “어쩌면 한국교회 개혁의 실마리가 한인교회를 비롯한 미국에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이 이렇게 주장하는 건, 미주장신에서 약 2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고 현지 교회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미국이 세계 선교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미국교회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건, 그만큼 앞으로 세계 선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교회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그렇기에 작게는 현지 한인교회, 크게는 미국교회 전체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상생을 모색해야 하는 거죠. 무엇보다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젠 건물 같은 하드웨어보다 복음의 정신을 곳곳에서 실현시킬 수 있는 인재들, 곧 소프트웨어가 더욱 절실한 시대니까요. 그런 점에서 양질의 신학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한 신학교의 역할이 중요하죠.”

이 총장은 “역사적으로도 보면 주로 문화와 문화, 인종과 인종이 만나는 곳에서 변혁과 갱신이 일어났다”며 “어쩌면 한국교회 개혁의 실마리가 한인교회를 비롯한 미국에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보경 기자
이 총장은 “역사적으로도 보면 주로 문화와 문화, 인종과 인종이 만나는 곳에서 변혁과 갱신이 일어났다”며 “어쩌면 한국교회 개혁의 실마리가 한인교회를 비롯한 미국에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보경 기자

미주장신은 미국 LA 근교 산타페 스프링스에 위치해 있다. LA카운티와 오렌지카운티를 잇는 5번 프리웨이의 중간지점이자, 미국의 대표적 항만인 롱비치 항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이 총장이 이미 언급했듯, 이 학교는 그야말로 세계선교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한 셈이다. 또 LA에는 미국에 있는 한인의 절반 가까이가 거주하고 있고, 한인교회의 수도 약 1천 곳이나 된다.

그렇다고 이곳이 위기의 무풍지대는 아니다. 미주장신 역시 미국교회의 전반적 어려움 속에서 활로 찾기에 분투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이상명 총장이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경과 이념을 넘어 실행할 수 있는 100% 온라인 교육과 △다세대·다인종·다민족 수용 등이다.

세계는 갈수록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 바로 인터넷의 발달 때문이다. 지금은 한국에서 미국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흐름에 발을 맞춰야 한다”는 소신이 이 총장으로 하여금 ‘100% 온라인 교육’을 꿈꾸게 했다. 그에 따르면, 이 같은 온라인 교육은 비용과 시간, 에너지의 절감을 통해 매우 효율적인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아울러 “온라인 공간을 외면하면 젊은 세대와의 중요한 소통의 창구를 잃게 된다”는 절박함도 이를 계획한 이유 중 하나다.

다세대·다인종·다문화 수용 역시 시대적 요청이다. 더 이상 단일 세대와 인종, 문화로는 세계적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고 이 총장은 강조했다. 따라서 미주장신은 오는 2018년까지 ‘다세대 신학교’, 2021년까지 ‘다인종·다민족 신학교’로의 단계적 변모를 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비전에 대해 이 총장은 “디아스포라 지역에 위치한 선교적 신학교로 발돋움해 이제는 선교의 대상이 된 자녀 세대 뿐만 아니라, 미국사회와 세계 선교를 감당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신학교육의 센터로 나가기 위한 초석을 놓는 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미주장신은 현재 학사(B.A.)와 목회학석사(M.Div.) 학위에 더해 보다 전문적인 석사학위(Th.M., M.A.) 개설을 준비하고 있고, 영어가 가능한 교수진 확보와 신학대학원협의회(ATS) 정회원 자격 획득, 미국 연방정부 교육국을 통한 학자금 융자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그동안 너무 외형적 성장에만 몰두한 나머지 인재 양성에는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건물을 지어도 사람들이 떠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교회로 남아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의 교회들이 박물관이나 놀이터, 선술집 등 다른 용도로 바뀌고 있는데, 정말 안타깝죠. 이제라도 우리가 인재를 양성하는 데 보다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해요. 그래서 훌륭한 목회자와 선교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주님을 증거하는 인재들을 길렀으면 합니다.”

이상명 총장은

계명대(B.S.)와 장신대(M.Div.)를 나와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종교학부에서 신약학으로 석사(M.A.)와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주장신에서 사무처장과 교무처장을 거쳐 지난 2012년 1월부터 총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