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9세)가 살고 있는 박탁푸르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었다.
시아(9세)가 살고 있는 박탁푸르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었다.

“삶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 -네팔 속담

네팔 대지진이 일어난 지 열흘 남짓 지났다. 지금까지 사망자 7,250명, 부상자 14,122명(현지시각 5월 3일 기준)에 달하는 가운데, 101세 노인의 기적 같은 생환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희망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월드비전은 네팔 대지진이 일어난 지 11일째 되는 5월 5일(어린이날)을 맞아, 지진 피해 지역에서 조사 및 긴급구호활동 중에 만난 네팔 어린이들의 이야기와 간절한 바람을 전해왔다. UN 발표에 따르면, 94만 명의 아동이 지진으로 인해 부모를 잃는 등 긴급구호가 시급한 상황이다.

고르카에서 6시간을 차로 가야 도착하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11세 칼파나는, 언니와 함께 집안일을 하던 중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집안의 모든 물건이 떨어졌고, 밖으로 나오려는 찰나 집이 무너져서 다리가 잔재에 깔려 버렸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잔재 속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다리가 부러지고 마을의 집 대부분은 무너져서, 구급차가 도착하고 고르카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총 사흘의 시간이 걸렸다. 환자가 20만여 명이나 되지만 병원에는 50개의 침상만 있을 뿐. 아이는 간신히 병원 바닥에 침상을 마련하여 회복 중에 있다.

고르카병원에서 만난 칼파나(10세)는 지진으로 인해 다리를 다쳤다.
고르카병원에서 만난 칼파나(10세)는 지진으로 인해 다리를 다쳤다.

“책과 학용품이 무너진 집 안에 있는 게 제일 슬퍼요. 친구들은 모두 무사할까요? 지진으로 학교도 무너져 버렸는데, 저는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칼파나, 11세)

현재까지 2백 8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 16개의 이재민캠프가 열린 가운데, 월드비전은 정신적·육체적으로 취약한 어린이들을 위한 위한 아동쉼터(Child Friendly Space)를 운영 중이다. 카트만두 월드비전 아동쉼터에서 만난 12살 라제쉬는 땅이 흔들리던 그 때를 떠올리면 너무 무섭다고 한다. 지진의 충격으로 아이는 겁에 질려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있다.

“아주 나쁜 꿈을 꾼 것 같아요. 여기서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나쁜 기억을 잊어버리게 되어서 즐거워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죠?”(라제쉬, 12세)

네팔에서 월드비전은 지난 열흘간 재난지역에 시급한 방수포·담요 등 구호물자를 전달함과 함께, 아이들의 트라우마 극복 및 심리치료를 위한 아동쉼터(Child Friendly Space)를 열었다. 카트만두를 시작으로 라릿푸르, 박타푸르 지역에 현재 총 7곳의 아동쉼터가 열렸으며, 앞으로 20곳까지 확대 개소할 예정이다.

카트만두 아동쉼터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쿠마리(8세)는 지진으로 여동생을 잃었다.
카트만두 아동쉼터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쿠마리(8세)는 지진으로 여동생을 잃었다.

네팔지진피해지역 현장을 다녀온 강도욱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은 “건물이 완전히 사라졌고, 길도 없어져 버렸다. 밟고 있는 잔해 밑에 수백 명이 있다는 사실에 무력함도 느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힘과 시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동쉼터(Child Friendly Space)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이·심리 치료를 통해 속히 아이들의 일상이 회복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지진으로 부모를 잃고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아이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네팔의 어린이들을 위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