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Photo : )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머리말

인권운동가들은 "성매매특별법을 고집스럽게 시행하는 한국은 국제사회의 등불"이라고 했다. 그런데 "간통죄 위헌 판결" 이후 그 '등불'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월 말 간통죄가 위헌선고를 받아 폐기처분되고, 4월에 들어와 성매매금지법도 위헌 심리에 들어가 있다. 지난 4월 9일 헌법재판소에서 성매매특별법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 변론이 열렸다. 이는 2012년 12월 법원이 성매매특별법 법률 심판을 제청한 뒤 2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4월 9일 오후 1시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모자와 선글라스를 쓴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헌재에 탄원서 제출에 앞서 회견을 열었다. 성매매 여성들은 "먹고살아야 한다"며 헌재에 특별법을 폐지해 달라는 탄원서를 낸 이유를 밝혔다. "우리는 먹고살아야 한다. 성매매처벌법은 폐지돼야 한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법률은 위헌(違憲)이라는 주장이다.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을 사고파는 여성과 남성 모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앞으로 이 규정까지 위헌으로 판가름 나는 경우, 동방예의지국이요 매춘 금지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등불 역할을 해온 한국사회의 미래가 걱정스러워, 필자는 건전한 시민의 생활방식(감사, 나눔과 섬김)을 펼치는 샬롬나비운동을 이끄는 신학자로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I. 간통죄 위헌 판결 후 성매매특별법 위헌 심사 등 미끄러운 언덕길 논증

이번 성매매특별법 위헌 공개 변론에는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까지, 성매매를 단속하고 처벌한 재직 시절의 입장에서 180도 선회(旋回)하여 집창촌 합법화를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그녀는 2000년 서울종암경찰서장 재직 때 집창촌 단속에 나서면서 '미아리 포청천'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녀는 과거 단속 경험을 근거로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은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라며 "성매매 처벌은 이들의 생계만 위협하고 성매매 근절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위헌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종암경찰서장 재직 당시 미성년자의 성을 보호하려 했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현직에 있을 때 이른바 '성매매와의 전쟁'을 펼친 공직자가 퇴임 후 말을 바꾼 것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단속 경찰의 애로사항을 무시할 수 없어 지금의 주장을 못했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나중에 위헌 결정이 난다면, 성매매특별법을 근거로 그간 성매매를 단속해 온 경찰 입장에서는 허탈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단속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고, 그간의 단속 노력이나 성과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단속하지 말아야 할 것을 쓸데없이 단속한 셈이 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위헌 여부에 대한 논란이 단속 경찰에게는 어느 정도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국가기관인 헌재가 얼마 전 '간통죄'도 위헌 판결한 데 이어 '성매매특별법'마저 "개인의 성적 자유권" 침해라는 논리를 적용하여 해제한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동성애 차별금지법마저 허용되지 않나 하는 우려가 생기면서, 우리 사회는 성적으로 너무 자유분방하게 되어 버리지 않나 하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간통죄 폐지와 더불어 성(性)을 신성(神聖)하게 여기는 인간다움과 인격·인성이 무너짐으로써, 그야말로 혹시나 심지어 소돔과 고모라와 같이 돌이킬 수 없이 성적으로 문란한 사회가 되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간통법 위헌 판결 이후 상황을 보면서, 우리의 사회심리가 '미끄러운 언덕길 논증'(the slippery slope argument)으로 나갈 우려가 적지 않다고 우려된다. 예를 들면, 미끄러운 언덕에 자동차를 세워 두고 돌로 막아 두었다가 필요에 의해 2m 정도 차를 옮기려고 그 돌을 제거하였다고 하자. 이 경우, 원하는 만큼만이 아니라 언덕 아래까지 밀려 내려갈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간통죄가 한번 위헌으로 판결되고 난 후에 이와 유사한 사항들이 위헌제청 심사에 제기되고, 일단 간통죄 위헌 판결의 논리가 성매매나 동성애 이슈에까지 여태껏 사회 안정을 지키려는 보수적 심리를 이미 깨뜨렸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그 동안 규제된 성적 금기(禁忌)에 관련한 많은 이슈들이 해방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II. 한국사회의 추세에 대한 비판적 성찰
1. 성매매특별법(매춘금지법)이 위헌이라는 논리

<기본권 침해 여부>

2012년 7월 성매매로 기소돼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한 여성 김모(44) 씨의 대리인 정관영 변호사는 "성(性)이라는 내밀한 영역까지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주요 쟁점은 성매매를 금지·처벌하는 것이 성에 대한 개인의 결정권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반문하고 싶다. 성(性)이 자기의 내밀한 영역으로 자기 결정권과 선택에 속한다면, 자기 결정권에 속했다고 자신이 낳은 자녀들을 팔 수 있는가? 문명이 덜 발달한 노예시대에는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럴 때 국가는 그런 자들을 체포 구금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을 자기 마음대로 파고 사는 자는 자기 자식(子息)을 파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파렴치한 자를 벌하는 것을 기본권 침해라고 볼 수 있는가?

<생계형이라는 논리>

화대 13만원에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된 위의 여성은 "성매매가 아니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를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고, 서울북부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심판을 제청했다.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도 참고인으로 나와 상기(上記) 서술(敍述)의 위헌 주장을 폈다. 성매매금지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은, 집창촌의 종사자 대부분이 생계형 성매매자로서 "생계형 여성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과 "성구매자 처벌로 성매매 여성은 보호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다음과 같이 반문하고 싶다. 먹고 살 돈이 없다 하여 슈퍼마켓에 진열된 물건이나 식품을 도둑질하는 자들은 생계형이라고 법의 제재와 구속을 피할 수 있는가? 아무리 생계형이라도 이 경우는 용납될 수 없다. 만일 생계가 문제인데 여성이 기술이 없다면 파출부 공장 및 음식점 직원으로 노동을 할 수 있으며, 얼마든지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가 있다. 이런 자들은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고 안일하기 때문에 윤락 등 방종의 직업을 택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수요의 측면>

위헌신청자들은 "경기가 어렵다지만 성매매 업소에 손님은 늘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성매매특별법으로 실제 성매매 근절 효과가 있는지 등이다. 위헌신청자들은 이어 "처벌로 성매매 근절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고, 생계형 성매매 여성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건전한 사회에서는 인신매매나 도둑질이나 강도질이나 폭력과 마찬가지로, 성매매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의 범주에 넣을 수 없다. 물론 인간 사회가 존속하는 한 사회적 범죄, 이러한 잘못된 일(직업)들은 그치지 아니할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부패한 성품과 경향 때문이다.

성이란 개체와 사회의 인간 종족의 존속과 관련되기 때문에 인간 존재의 신비와 연관되어 신성(神聖)시 되어야 할 사항으로서, 결코 물물교환이나 상품화의 수단으로 전락될 수 없는 한계가치를 지니고 있다. 위헌신청자나 성매매자들은 성이 지닌 이러한 신성한 지위를 무시하고 있다. 이것은 성매매자의 자기 훼손과 비인격화와 비하(卑下)를 초래하는 일이다.

<풍선효과>

김 전 총경은 성매매 처벌로 성매매는 오히려 주택가·오피스텔 등으로 음성화해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오르는 '풍선효과'만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성적으로 소외된 남성을 위해서라도 공창제(公娼制)가 필요하고, 성을 산 남성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매매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성풍속 유지라는 불분명한 이유 대신 성매매로 인한 구체적인 사회적 해악이 입증돼야 한다"고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성매매로 야기되는 사회적 해악이란 윤락가를 중심으로 성행하는 성인들의 방종과 타락, 포주에 의한 윤락녀들의 노예화, 가정 파탄, 청소년 탈선, 각종 성병,각종 불법 등이 입증하는 것이다.

2. 합헌이라는 매춘 금지 주장의 논리

<사회공익>

서울에서 성매매를 전담으로 단속하는 경찰관은 82명인데, 서울경찰청 광역단속수사팀 28명과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의 풍속단속계 전담 직원 54명이 바로 그들이다. 현장 경찰들과 이들을 지휘하는 김동수(42) 서울경찰청 풍속단속계장은 성매매특별법은 성(性)과 가정보호의 법적 안전망이라고 본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는 물론 그와 관련된 각종 범죄를 단속하는 법적 근거"다. 성매매특별법 위헌심사제청으로 인하여 "법률을 보완·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나오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논의 과정에서 이미 '성매매는 죄가 아니다'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까 우려된다." 실무자인 그는 "지난 11년간 범죄 억지 효과, 질서 유지 기능을 볼 때 성매매특별법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합헌을 주장한 법무부 측 대리인은 "성매매는 인간을 성(性)의 대상으로 격하시켜 그릇된 성풍속을 퍼뜨리고, 성산업을 확대시켜 산업구조를 기형화한다"며 "성매매는 사생활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영역을 넘어서 처벌의 공익적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반박했다.

필자 역시 성매매특별법은 합헌이라는 의견이다. 개인의 '성행위'와 돈을 주고받으며 성을 상품화하는 '성매매'는 다르다. 성매매 영역에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기 어렵다. 간통죄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런데 요즘 성매매 현장 단속을 나가 보면, "간통죄도 위헌인데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우리 관계에 끼어드느냐"며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성매매 알선자들도 잘못한 게 없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고 한다.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로 사회적 논의를 하는 것은 좋지만, 이 논의만으로 '성매매는 죄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퍼질까 봐 우려된다. 오늘날 신성한 성(性)이 너무 사회적으로 노출되면서, 심지어 상품화되면서 인간의 인격적 정체성이 상실되고 있다.

구약 성경의 잠언은 이러한 상태를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대저 음녀의 입술은 꿀을 떨어뜨리며 그의 입은 기름보다 미끄러우나, 나중은 쑥 같이 쓰고 두 날 가진 칼 같이 날카로우며, 그의 발은 사지로 내려가며 그의 걸음은 스올로 나아가나니, 그는 생명의 평탄한 길을 찾지 못하며 자기 길이 든든하지 못하여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느니라"(잠 5:3-6).

<사회윤리 보존>

오경식 강릉원주대 교수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성매매 업소의 난립, 전체 성매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자발적 성매매의 비중,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확산 등을 고려하면 성매매는 처벌해야 한다" 최현희 변호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성매매 여성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공공의 이익에 어긋나는 마약 판매나 도둑질도 직업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는 성매매 합법화나 공창제 주장은 성매매 여성 권리도 보호하지 못하고 성매매 시장만 키울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이날 공개 변론에서 "생계형 성매매는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생계형과 비생계형을 어떻게 구분하느냐" "성매매 처벌로 성매매 여성들이 포주들에게 오히려 예속됐다고 주장하는데 실증적 근거가 있느냐" "성매매 처벌로 성매매가 감소했다는 근거가 뭐냐"는 등의 질문은 설득력이 있다.

III. 현재 세계의 추세

아시아 국가로는 각종 성폭행 등 성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는 인도를 제외한, 우리의 이웃 나라인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등 동남아 대부분의 나라는 성매매(매춘)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옛날에는 미국 전 주(州)에 매춘이 합법이었는데, 1910-1915년 사이에 미국교회여성운동의 눈부신 영향으로 미국 모든 주에서 불법이 된다. 근래에 미국에서 향락의 도시인 라스베이거스(Las Vegas)에는 매춘이 허락된다. 캐나다에서도 매춘은 불법이다. 스웨덴은 매춘부에게는 죄를 묻지 않는데 손님은 걸리면 처벌을 받는다. 노르웨이나 핀란드에서는 매춘이 여전히 불법이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은 매춘이 합법은 아니나 규제가 없다. 독일의 경우 2002년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독일에서는 경찰 단속이 어렵다면 차라리 합법화해 성매매 여성 인권을 보호하자고 했다. 12년이 지나 작년에 입법 결과를 심사한 독일 정부는 '사실상 실패'를 인정했다. 성매매 종사자 87%가 신체 폭력을 당했고, 59%는 성폭력을 겪었으며, 25%는 자살을 생각했다. 성(性)산업 규모는 배 넘게 커졌다. 2014년 독일 정부가 이미 실패를 인정한 매춘 허용정책의 결과에서 우리는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어야 하며, 특히 우리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이를 자세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