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USA가 동성결혼을 교단 차원에서 인정한 이후, 미국 사회가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PCUSA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라는 성경적, 전통적, 보수적 결혼 정의를 “두 사람의 결합”으로 변경한 일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반동성애 그룹에서는 동성결혼을 단순히 묵인한다든지, 동성애자 성직자를 인정하는 수준을 넘어서 성경에 명시된 결혼의 개념을 PCUSA가 정면으로 거부했단 점에서 충격에 빠졌다. 친동성애 그룹에서 볼 때에도 그동안 미국복음주의루터교회(ELCA), 연합그리스도교회(UCC), 미국성공회(TEC) 등 여러 교단이 동성결혼을 인정했지만 미국 최대의 장로교단마저 점령했다는 사실은 충격에 가까울 만큼 큰 진전이다. 2013년 당시 연방대법원도 양성결혼자에게만 부여되는 연방정부의 혜택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결혼보호법(DOMA)를 폐지하긴 했지만 감히 결혼의 정의 자체를 변경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올해 6월 동성결혼의 전국화에 대한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PCUSA의 이번 결정은 연방대법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PCUSA 동성결혼
(Photo : Drama Queen/Wikimedia Commons/CC)
PCUSA 소속 교회 중 워싱턴DC에 위치한 필그림교회(Church of the Pilgrims)가 동성애자들을 환영한다는 배너를 걸고 있다.

교단 결정에 한인교회는 대체로 차분

그러나 교단 내부는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다. 최근 수년간 총회에서 친동성애적인 결정들이 잇달아 내려지면서 결혼의 정의도 언젠가는 바뀌고 말 것이라고 예상해 왔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탈퇴 움직임은 없지만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한인교회들은 결혼의 정의가 변경된 직후 성명을 내고 “동성결혼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PCUSA 내 한인교회들의 연합체인 미국장로교한인교회 전국총회(NCKPC) 이영길 총회장은 “우리 NCKPC 모든 교회가 하나로 연합할 때 어느덧 우리는 제사장적 사명을 감당하게 되어 있다”면서 한인교회들의 연합을 요청했다. 한인교회들이 속한 3개 한미노회들 가운데 동부한미노회도 “노회 전체는 동성결혼을 성서적인 결혼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노회 산하 교회에서는 동성결혼 예배와 주례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동부한미노회가 25일 오후1시 기자회견을 통해 교단의 동성결혼 합법 결정에도 불구하고 당회와 목회자의 양심을 존중한다는 유권해석에 의해 개교회가 특별히 달라지는 상황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부한미노회가 25일 오후1시 기자회견을 통해 교단의 동성결혼 합법 결정에도 불구하고 당회와 목회자의 양심을 존중한다는 유권해석에 의해 개교회가 특별히 달라지는 상황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한인교회 입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그나마 다행인 면도 있다. 목사는 동성결혼이 주 법에 의해 합법화 된 주에서만 동성결혼을 집례할 수 있다. 그리고 동성결혼이 합법인 주일지라도 목회자가 동성결혼을 거부할 경우, 그 신앙 양심을 존중한다. 즉, 누구도 동성결혼 집례를 강요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애틀랜타 지역 한인 목회자들은 최근 애틀랜타 연합장로교회에 모여 이 점을 재확인하고 교회가 속한 노회가 동성결혼을 인정한다면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한미노회로 이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교단이 위기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한인들의 현장 목회에는 지장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어쩌면, “아직은 지장이 없다”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지 모른다.

캘리포니아 선한목자장로교회 교단 탈퇴 선언

수년간의 동성결혼 문제로 인해 최소 수백개 단위의 미국인 교회들이 교단을 탈퇴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에는 샬롯제일장로교회(최유찬 목사), 달라스 베다니장로교회(박준걸 목사) 등 한인교회도 있다. 이런 와중에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PCUSA 소속 한인교회 중 가장 큰 대형교회인 선한목자장로교회(고태형 목사)가 2015년 3월 22일 교단 탈퇴를 선언했다. 공동의회에 성도 745명이 참석해 찬성 709표, 반대 33표, 무효 3표로 95% 찬성을 얻었다.

PCUSA 소속 교회들의 재산은 모두 교단에 신탁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처분 권한은 노회가 갖고 있다. 따라서 “교단 탈퇴 시 볼펜 한 자루도 갖고 나올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교회들이 교단 탈퇴를 못하는 이유가 교회 재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각 노회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은혜로운 결별 정책(Gracious Dismissal Policy), 은혜로운 분리 규정(Policy for Gracious Separation) 내지는 원만한 이전(Peaceful Dismissal) 정책 등을 만들어 노회와 공식적으로 입장을 조율한 후 공동의회를 열어 성도 절대 다수의 찬성을 얻으며 노회에 선교분담금을 지불한다면 재산을 보유한 채로 교단을 탈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선한목자장로교회도 2014년 3월 23일 노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의회를 열고 투표를 해 성도 91%의 찬성을 얻었다. 교단을 탈퇴하되 재산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63만5천 달러의 선교분담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원래대로라면 노회와 합의 하에 공동의회 투표를 했고 절대 다수의 찬성을 얻었으며 선교분담금까지 합의가 이뤄졌기에 선한목자장로교회는 이미 교단 탈퇴가 완료되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공동의회 이후 선한목자장로교회 내 70여 명의 성도들은 공동의회 결과에 불복하고 교단 잔류를 계속 주장하면서 교단을 탈퇴하려는 성도들과 마찰을 빚었다. 노회는 이것을 교회 갈등이라 판단하며 행정전권위원회를 파송하겠다고 경고했다. 노회는 또 동성결혼 문제 및 교단 탈퇴와 관련해, 교회가 강단의 권위와 하나님의 말씀을 이용해 예배 중에 교인들을 불안하게 했다, 교인들과 노회를 무리하게 비하했다, 교단 이탈에 동조하도록 부당하게 교인들을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선한목자장로교회가 다시 2015년 3월 22일 공동의회를 열어 탈퇴를 선언하자 노회는 이것을 무효화 하고 결국 행정전권위원회를 파송하기로 했다.

선한목자장로교회
선한목자장로교회의 2014년 3월 23일 공동의회 모습. 당시 교회가 속한 샌가브리엘 노회 관계자들도 참석한 가운데 공동의회가 실시돼 817표 중 찬성 738, 반대 74, 무효 5표, 총 91%의 찬성으로 교단 탈퇴가 결정된 바 있다.

선한목자장로교회는 교단 탈퇴에 관한 노회의 규정을 잘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노회가 그 지위를 이용해 교회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그 부당함을 토로한다. 교회는 “작년 3월 GDP(Gracious Dismissal Policy)의 가이드라인대로 협상을 진행하여 노회와 합의에 이르렀지만 노회가 GDP 내용을 개정해 탈퇴를 어렵게 만들고 합의 사항을 번복했다”고 항변한다.

동성결혼 인정은 교단이 하나님 말씀 부인한 사건
개교회 영향 없다는 말은 신학적, 현실적으로 모순
한인들이 교단 개혁? 이미 늦었다.

고태형 목사
고태형 목사는 "동성결혼 인정은 교단이 하나님의 말씀을 부정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 교회를 담임하는 고태형 목사는 PCUSA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한국 장로회신학대학원을 거쳐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PCUSA 소속 유니온장로교신학교(구 Union-PSCE)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 교단에서 20년 가까이 목회했고 한인총회장까지 역임했다. 교단 내 한인교회 목회자들 가운데 상당히 존경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인터뷰에서 고 목사는 “이 문제는 절대로 재산권에 초점이 맞추어져선 안 된다. 이것은 신앙 양심의 문제이며 교단이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고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만약 교단 탈퇴로 인해 재산권을 다 상실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다시 말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로랜하이츠에 위치한 이 교회의 자산은 약 630만 달러로 추산된다.

-동성결혼 반대를 이유로 교단 탈퇴를 선언했는데.

교단이 결혼의 정의를 바꾸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 기초는 성경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며 동성결혼은 그 열매 중 하나다. 성경의 권위를 인정한다면 동성결혼 승인은 커녕 토론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한인 목회자들은 이민 목회에 바빠서 교단 내부의 일을 잘 모를 수 있다. 나도 한인총회장을 하기 전에는 사실 잘 몰랐다. 우리는 PCUSA가 극보수주의부터 자유주의까지 다양한 신학적 스펙트럼을 다 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유주의가 신앙을 다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단 안에 가만히 있으면 반드시 영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이제 다 떠나야 한다. 시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탈퇴를 준비해야 한다. 시애틀 명성교회에 시무하던 김범기 목사는 교회 이름과 재산을 모두 포기하고 개척을 선택했다. 그런 용기가 필요하다.

-교단이 동성결혼을 인정해도 노회가 우산이 되어 준다고 한다. 그리고 노회까지 인정해도 목회자의 신앙 양심을 존중해 주겠다고 한다. 그럼 개교회 목회에는 영향이 없지 않겠나?

당연히 “그렇지 않다.” PCUSA는 개교회의 불완전성에 의거해 연결주의(Connectionalism)를 지향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교회는 노회, 노회는 대회, 대회는 총회의 명령을 들을 이유가 없다. 위에서 하는 말을 듣는 것이 장로교회의 정치 시스템이다. 그런 장로교회 시스템 안에 있으면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큰 모순이다. 예를 들어 개교회주의를 지향하는 침례교회라면 교단이 뭐라고 하든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장로교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신학적으로는 그래도 현실적으로는 문제가 안 되지 않을까?

단적으로, 목사는 시무하는 교회 소속이 아니라 노회 소속이다. 노회에서 목사를 위임해 주어야 정식으로 시무할 수 있다. 정말 문제가 안 생길까? 노회 모임을 하게 되면 성찬식을 하고 예배를 드린다. 동성애자 목사가 성찬식을 인도할 때 성찬식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한인총회나 한미노회에서는 종종 한인들이 교단을 개혁해 내자고 한다.

이미 동성애자 안수 문제가 나올 때부터 했던 말이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이뤄졌는가? 총회에 172개 노회가 있는데 한미노회가 행사할 수 있는 몇 표 정도로 교단을 바꿀 수 있을까? 보수적 미국교회처럼 시위하거나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도 않으면서 말로만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말이 안 된다.’ 게다가 30년이나 20년 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너무 늦었다. 지난 30년 동안 교단을 잠식해 온 자유주의를 막기는 늦었다. 나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한인총회장을 역임하며 교단의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다 보니 PCUSA 내의 자유주의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임을 알게 됐다. 2011년 프레스비테리안 패널(The Presbyterian Panel)의 조사에 따르면,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만이 구원받을 수 있는가?”란 질문에 목사의 45%가 동의하지 않았고 동의하는 목사는 그보다 적은 41%였다. 그 중에서도 확실히 동의한다는 답변은 20%를 약간 넘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 구원받는다는 말에 정말 그렇다고 할 수 있는 목사가 20% 수준이다.

-재산 문제 때문에 교단 탈퇴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위의 문제들에 비하면 오히려 재산 문제는 간단하다. 자산과 건물을 보유한 큰 교회는 잃는 것이 많을 수 있지만 작은 교회들은 사실 어려움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당장이라도 마음을 먹으면 된다. 다만 목회자가 앞장서서 교단 탈퇴를 추진하다가 반대하는 성도가 많으면 사역지에서 쫓겨날 수도 있으며 교회가 찬성, 반대로 양분될 수도 있다. 지금 목회 자체가 힘든데 그 고생까지 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들은 현실적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선교나 열심히 하면 괜찮다 할 때가 아니다.

고태형 목사

-교단을 떠나려는 교회에 조언한다면.

먼저는 성도들, 당회와의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은 한인교회 안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90% 이상이 탈퇴하기로 결정했다면, 그 다음은 노회의 GDP 규정을 따라야 한다. 노회 지도자와 상의하고 어떤 과정을 밟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노회 자체의 GDP가 없다면 노회의 요구사항이 있을텐데 그것은 따를 수도 있고 물론 따르지 않고 탈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현재 미 전역에서 몇 개의 한인교회가 탈퇴를 준비 중인가?

전체 1만여 PCUSA 교회 중 한인교회가 420개 정도인데 내가 알기론 현재 한 6개 교회가 탈퇴를 추진 중이며 이에는 큰 교회들도 속해 있다.

참고: 2006년만 해도 교인이 226만 명이었던 PCUSA는 동성애자 안수가 총회에서 통과된 2010년에 201만 명으로 감소하고 이 헌법이 노회 과반수의 승인을 받아 발효된 2011년에는 195만 명으로 감소했다. 2012년 184만 명이던 교세는 2013년에는 176만 명으로 급감했다. 교회 수도 2012년 10,262개였지만 1년이 지난 2013년 10,038개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줄어든 224개 교회 중에, 148개는 다른 교단으로 소속을 옮겼으며 나머지는 문을 닫은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2011년 21개, 2012년 110개 그리고 2013년에는 148개로 3년 연속 타 교단으로 옮긴 교회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PCUSA의 동성결혼을 반대하며 2012년 창립된 장로교단인 장로교복음주의언약회(Evangelical Covenant Order of Presbyterians, ECO)는 현재까지 190개 교회, 6만명 교인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