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팡세 전체 내용을 주제별로 모아 재구성했다.
이 책은 팡세 전체 내용을 주제별로 모아 재구성했다.

이탈리아에 단테가 있고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파스칼이 있다는 말이 있다.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은 수학자·철학자·물리학자·발명가·저술가인 동시에 종교사상가였으며 평신도 신학자였다. 그는 오베르뉴 지방의 클레르몽(Clermont)에서 태어났다. 4세 때 모친이 별세해, 탁월한 법률가이자 행정 관료였던 아버지 에티엔 파스칼(1588-1651)에게서 직접 교육을 받았다.

파스칼을 묘사하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는 '천재적'이라는 말이다. 많은 전기 작가들과 해석자들이 이 사실에 대하여 동의하고 있다. 파스칼은 단 몇 년 동안에 수많은 사람의 몫을 해낸, 희귀한 천재의 무리에 속한다. 수학자요 물리학자이며 철학자이자 신학자에 문학가였던 그는, 불과 2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 모든 분야에서 명성을 얻었다. 파스칼은 진지하게 탐구하고, 성실하게 사색하며, 경건하게 살았다. 그의 사상과 생애를 일관하는 것은 성실한 탐구의 정신이다.

파스칼은 기독교를 변증하기 위한 저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작품은 출간되지 못했고, 그는 저술을 위한 많은 메모를 남겼다. 그가 죽은 뒤 가족과 친지들은 그가 저술을 위해 남겼던 메모들을 모아 번호를 붙여 보관했다가 그 메모들을 문제 중심으로 배열하여 하나의 단행본으로 만들었는데, 그 책이 바로 <팡세>이다.

그의 유고집인 <팡세>는 본래 <기독교 변증론>을 집필하기 위한 단편적인 메모들이었다. 초판은 <종교와 그밖의 약간의 주제에 관한 파스칼의 사상>이라는 제목으로 1670년에 간행된, 이른바 '포르루아얄 판'이다. 그 후 자필 원고와의 대조 작업이 계속되어 새로운 판본들이 생겼다.

파스칼은 말하기를, 인간은 신앙에 의해서만 하나님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신앙을 지지해 주는 많은 증거들이 있다. 성취된 예언과 이적, 역사의 증거, 성경의 자체 확증 등이다. 파스칼은 마음은 이성이 알지 못하는 이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성에 의해서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통해서 더 많은 진리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파스칼은 인간의 문제를 논하면서 '인간의 비참'을 깊이 취급한다. 파스칼이 묘사하는 인간의 모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 없는 인간의 비참함"이다. 비참을 안다는 것은 인간의 위대함이다. 그러나 그 비참을 극복하는 것은 신앙이다.

파스칼에 따르면 인간은 '오직 무한을 위하여 만들어진' 존재다. 인간은 본래 하나님의 형상대로 존귀하게 창조되었다. 그러나 인간이 하나님을 거역한 이후로 그는 영광과 순결의 상태에서 비참과 오욕의 상태로 굴러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제 인간은 오류로 가득 찬 존재일 뿐이다.

"나는 오직 신음하면서 추구하는 자만을 인정한다." 이것은 파스칼의 사상과 생애를 일관하는 근본 태도였다. 그는 신음하면서 진리를 추구한 사상가다.

파스칼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두 가지 상태밖에 없다. 하나는 이 '괴로운 추구'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 안에서의 안식'이다. 파스칼은 신앙을 통하여 궁극적 확신과 영원한 안식에 도달하였다.

이 추구는 절대적 진리의 품 안에 안길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추구 그 자체가 은총의 시작이다.  '신음하며 추구하는' 영혼 가운데 구원의 손길이 임한다. 즉 신음하는 영혼은 은총의 기적으로 복을 누리는 것이 허용된다. 물론 영혼의 신음은 영원한 진리를 발견한 후에도 계속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은총 가운데 스스로를 견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정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스칼은 이성의 역할을 인정하지만, 그 한계도 지적한다. 그래서 "이성을 무시하는 것보다 더 이성에 적합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파스칼에 따르면, 두 가지 극단이 있다. 하나는 이성을 배제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이성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성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성을 넘어서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이성의 마지막 절차는 이성을 넘어서는 무한한 사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성이 이를 인식할 정도로 멀리 보지 못한다면, 이는 매우 연약한 이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성이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태도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신을 초월하는 것이 무한히 많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것을 이성에 복종시킨다면, 우리의 종교는 신비적이고 초자연적인 요소를 지니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이성의 법칙을 위반하면 우리의 종교는 불합리하고 조롱받을 만한 것이 될 것이다."

파스칼의 기독교 변증의 목적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철학적으로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분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없이 인간은 악과 비참에 있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면 인간은 악과 비참에서 해방된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우리의 덕과 행복이 있다. 그리스도 없이는 오직 악, 비참, 어둠, 죽음, 그리고 절망이 있을 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 없이 우리는 인생이 무엇인지, 우리의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하나님도 우리 자신도 모른다. 파스칼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 없이 하나님을 아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무익하다.

영국의 탁월한 설교자 마틴 로이드 존스는 "파스칼은 천재적 재능을 가진, 기독교 역사상 성령의 특별한 체험을 가진 본보기가 되는 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팡세>는 인류의 영원한 사상적 유산 가운데 하나요, 그의 사상과 신앙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기독교 고전이다.

세월이 갈수록 <팡세>는 기독교와 사상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 대부분의 사상가들은 이 책을 아우구스티누스에 견주는 기독교 고전으로 여긴다. 독자의 수로 따진다면 아우구스티누스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도 할 수 있다.

/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