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에게 광복 7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지만, 독일과 일본 등에게는 '패전 70주년'이다. 그리고 그 전쟁의 막바지, '천재 신학자'이자 '그리스도인, 동시대인'이었던 디트리히 본회퍼도 독일의 히틀러에게 희생당했고, 그가 떠난 지 70년째가 됐다. 이러한 2015년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디트리히 본회퍼의 자서전을 비롯해 관련 도서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디트리히 본회퍼가 남긴 글을 읽고 묵상하며 하루를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도서 두 권이 나란히 발간됐다.

◈우리 시대에도 놀라울 만큼 적용되다

본회퍼와 함께하는 하루
디트리히 본회퍼 | 만프레드 베버 편저 | 홍성사 | 401쪽 

디트리히 본회퍼 순교 60주년(2005년)과 탄생 100주년(2006년)을 기념하면서 그의 묵상과 설교, 연구서, 편지, 기도와 시, 비망록 등에서 영성이 담긴 글들을 새롭고 독특한 방법으로 엮은 책이다. 부제 '이 날들을 그대들과 더불어 살고 싶습니다'는 1944년 말 감옥에서 쓴 시 '선한 힘들에 감싸여(12월 31일 수록)'에서 따 왔으며, 원서 제목이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1935년 '인식은 삶의 특정 순간 얻은 것이다. 따라서 인식은 삶과 분리되지 않는다'고 썼다. 본회퍼의 글을 발췌해 엮은 만프레드 베버(Manfred Weber)는 이에 대해 "삶을 통해 얻은 인식을 시간 순으로 배열하지 않고 섞어 배열했을 때, 본회퍼 사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베버는 책이 소개하는 365일의 하루하루 제목을 '디트리히 본회퍼 작품 전집(Dietrich Bonhoeffer Werke)>'의 원문에서 하나하나 따 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본회퍼는 불과 39년 살았고,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작품들은 1927년부터 1944년까지 약 18년 사이에 쓰여졌다. 베버는 그러나 "명상과 설교, 묵상과 편지, 비망록에서 만나는 그의 사상은 지금 우리 시대에도 놀라울 만큼 적용되며, '그리스도인의 세상에서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고 평가한다.

책은 교회력을 따랐으며, 한 달을 같은 주제로 묶었다. 1월은 '새로운 시작', 3월 '하나님의 고난에 참여함', 4월 '수난절과 부활절', 7월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10월 '복음을 들으라', 12월 '성탄절 제대로 기념하기' 등이다. 곳곳에 성경 본문들이 등장하고, 이는 본회퍼가 적어놓은 것이다. 베버는 "표기된 구절들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본회퍼는 성경을 위대한 말씀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사람이 진지하게 성경에 질문을 던진다면, 성경은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된다고 본회퍼는 확신한다"고 전했다.

◈본회퍼의 글 전체에 흩어진 통찰

본회퍼 묵상집
디트리히 본회퍼 | 찰스 링마 편저 | 죠이선교회 | 416쪽

1991년 나와 10년 전인 2004년 출간된 책이 10년만에 개정판으로 갈아입었다. 그의 글을 엮어낸 호주인 찰스 링마(Charles Ringma)는 호주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필리핀과 호주 원주민들을 섬겼으며, 지금은 캐나다 밴쿠버 리젠트대학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링마는 "디트리히 본회퍼의 글에서 발췌한 이 묵상들은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혼란을 일으키고, 경건하다기보다는 '세상적'일지 모른다"며 "본회퍼는 성경적 영성을 정치적 현실성과 결합했고, 믿음을 순종과, 평화를 저항과, 공동체를 소탈한 개인주의와, 기도를 행동주의와 각각 결합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매일 말씀 구절을 제시하고, 본회퍼의 짧은 글과 엮은이의 간략한 해설을 읽은 후, 사색과 묵상 또는 기도를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의 말대로 '1월 1일' 제목부터 묵직하다. '어려운 길이 곧 쉬운 길'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율법의 무거운 멍에에서 벗어나 예수 그리스도의 가벼운 멍에에 순종한다"는 본회퍼의 <나를 따르라> 속 문장이 1년의 시작을 비장하게 만들고 있다. "주님, 저를 사로잡아 주십시오. 그리하면 자유를 얻겠습니다"라는 묵상과 함께.

책장을 넘기면 '삶은 환경을 뛰어넘는 것', '그리스도: 타인을 위한 사람', '값싼 은혜', '급진적인 예수', '고난에 직면하기', '불순한 동기', '어떤 종류의 선인가?' 등 날선 제목들이 계속 등장한다. 독자들의 1년을 결코 느슨하게 만들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