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트니 메이나드. ⓒ브리트니재단 제공
브리트니 메이나드. ⓒ브리트니재단 제공

미국 기독교의 대표적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존 파이퍼(John Piper) 목사가, 존엄사를 택한 브리트니 메이나드(Brittany Maynard·29)에 대해 애도를 표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메이나드는 교모세포증이라는 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 병 말기에 고통이 극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자신의 의지대로 목숨을 끊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월 초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동영상에서 그녀는 남편의 생일 이후인 11월 1일을 죽음 예정일로 선택한다고 밝혔고, 이 영상은 900만건 이상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영상을 통해 자신의 근황을 전하던 그녀는, 지난 1일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영상을 공개했다.

그녀는 이 영상에서 "오늘은 내가 나의 존엄을 유지하며 불치병에서 해방되기로 결정한 날이다. 끔찍한 뇌종양은 내게서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갔다.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고, 여행은 내게 가장 좋은 선생님이었다. 또한 친한 친구들과 가족들은 내게 최고의 헌신자들이었다. 세상이여, 안녕.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퍼뜨려 달라. 열심히 선행을 나누자!"고 했다.

결국 그녀는 지난 1일 의사가 처방한 약물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했다.

존 파이퍼 목사. ⓒ크리스천포스트
 존 파이퍼 목사. ⓒ크리스천포스트

존 파이퍼(John Piper) 목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 브리트니, 브리트니, 당신의 죽음에 대한 슬픔만이 그 죽음이 주는 메세지의 불행을 넘어선다"는 글을 게재했다.

파이퍼 목사는 그러나 안락사에 반대한다며, 그 이유로 "삶과 죽음에 있어서 우리의 몸은 그리스도와 연결되어 있고,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고통을 줄일 수 있는 특권을 주셨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끝낼 수 있는 권한을 주신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몸은 우리의 맘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것이며, 하나님의 뜻과 영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퍼 목사는 기독교인으로서 오랜 기간 고난을 견디면서도 늘 죽음 이후의 삶을 바라보았던 바울 사도을 예로 들면서, "우리가 마지막 날에 겪는 고난은 결코 의미 없는 것이 아니다. 고난은 우리로 하여금 영원한 영광을 준비시키며, 목적 없는 괴로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슬퍼하는 약혼자와 부모, 형제, 자매, 아들과 딸들은 그냥 단순히 보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봉사하고 돌보고 사랑한다. 자살은 그들에게 지켜보는 고통을 남길 뿐 아니라, 섬길 수 있는 특권을 부인한다. 죽어가는 이를 돌보는 순간들은, 지칠 겨를도 없이 스스로를 내어주는 사랑과 함께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에, 어떠한 죽음과도 맞바꿀 수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오리건 주 외 버몬트, 몬타나, 뉴멕시코, 워싱턴 등 총 5개 주에서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다. 이미 수백 명의 불치병 환자가 오리건 주에서 존엄사를 선택했다. 이에 메이나드와 남편 댄 디에즈,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는 존엄사를 인정하는 오리건 주로 이사했다. 지금껏 존엄사를 택한 환자들은 대부분 70세 이상의 고령이었으며, 30세 이하는 그녀가 처음이었다.

그녀의 죽음은 전국적으로 존엄사에 대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존엄사를 지지하는 시민단체인 '연민과 선택'은 메이나드의 사망 후 공식 페이스북에 "사랑스럽고 훌륭한 여성인 메이나드의 죽음을 알리게 되어 슬프다. 그녀는 가까운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에 둘러싸여, 조용하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았다"고 밝혔다.

그녀를 위해 '위러브브리트니'(WeluvBrittany)라는 페이스북을 제작한 토니 메데이로스 신부는, 그녀의 죽음에 애도하며 "그녀는 우리 모두의 아내, 딸, 그리고 자매였다. 우리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를 위해 기도하고 삶을 돌보아 준 것처럼, 그녀의 죽음을 위해서도 기도하자"고 했다.

그러나 낙태를 반대하는 가톨릭 단체인 '생명의 제사장들'(Priests for Life)의 자넷 모라나(Janet Morana) 사무총장은 "메이나드가 '희망을 포기한 것'이 너무 슬프다. 그녀의 행동은 미국 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죽음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이들이 그녀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우리는 이들이 삶에 대한 용기를 발견하고, 하나님께서 천국으로 부르시는 날까지 충분히 살아가도록 기도한다"고 했다.

이어 "브리트니의 죽음은 정치적인 승리가 아니라 비극이며, 우리 문화에 침투해 들어온 죽음의 문화와 절망으로 인해 성급하게 앞당겨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