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 변호사
(Photo : 기독일보) 정찬용 변호사

사도 바울은 법률적인 용어(갈3:15;4:1-2; 롬7:1)와 로마의 양자법(롬8:15)을 인용해 칭의를 설명했다. 면죄부를 판매하며 은혜 외에 '행위'를 구원의 조건으로 덧붙인 중세 카톨릭에 대항해, 1517년 10월 31일 정오에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마르틴 루터(1483~1546)는 신학을 공부하기 전 에르푸르트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그보다 26년 늦게 출생한 장 칼뱅(1509~1564)은 파리대학에서 사제 교육을 받은 후 오를레앙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의 평신도 신학자인 자끄 엘륄(Jacque Ellul, 1912~ )은 법철학자로 "하나님이냐 돈이냐",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 "자연법의 신학적 의미" 등 신학관련 저서를 여러권 저술했다.

한편, 미국 내 기독교는 세속주의와 무신론자들의 적극적 공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직원의 피임 및 유산 비용을 기업주가 부담하도록 한 미국 보건복지부의 수정헌법 '오바마케어'를 반대한 하비로비는 그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해야 했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립대는 한 기독교 동아리의 '리더가 기독교 신앙을 지녀야 한다'는 규정이 캠퍼스 내의 모든 학생이 동아리 대표직에 오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비차별정책에 위배된다며 이 기독교 동아리를 퇴출했다. 공립학교 내에서 성경공부를 위해 교내시설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고소되기도 하고, 동성애자 결혼의 주례를 거부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정찬용 변호사는 "생각보다 우리 삶의 굉장히 많은 부분이 법과 연결되어 있다. 미국법이 가는 방향이나 기독교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기독일보 사무실을 찾은 정 변호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글렌데일 소녀상에 관한 소송에 대한 말을 꺼냈다.

"글렌데일 소녀상은 인권, 전쟁 피해자인 여성에 대한 폭력의 문제"

"시블리(Sibley)라는 법률단체가 있다. 거기서 프로 보노라고(Pro Bono,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제공하는 법률서비스) 봉사차원에서 글렌데일 소녀상에 관한 소송을 무료로 담당했다. 일본교포들이 글렌데일 도서관에 건립된 소녀상이 반일본적이라며, 공공장소에서 자신들이 배제당하고 차별당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철거를 요구했다."

"그들이 내세운 주장은 '이 소녀상이 미국 외교업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연방정부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것이었으나 사실 그게 말이 안 된다. 첫째, 미국은 언론 표현의 자유가 있다. 시정부가 아니라 개인조차도 얼마든지 외교, 정치문제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이것이 전혀 미국의 외교정책에 반하는 게 아닌 이유는 전쟁 피해자,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인권문제에 관련되기 때문이다. LA시에도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있다. 그것을 독일에 반하는 외교적 활동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편, 글렌데일에선 연방하원에서 상정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외교활동에 영향을 주는 건 결코 아니다. 일본은 30만불을 모금해 연방대법원에 상정되는 데 걸리는 4~5년을 위한 준비를 했다. 한인사회에서도 모금활동이 있어야 한다."

비즈니스 관련된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정찬용 변호사는 자신의 일을 '게임' 같다며 크리스천으로서 "두 세상을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나 글렌데일 소녀상 사건 같은 봉사차원에서 한 일들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렌데일 소녀상 소송을 돕기 이전 정 변호사는 2008년도 즈음 탈북자 망명신청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탈북자의 망명신청을 받아주는 탈북자 특별법이 발효됐으나 실재로는 대부분의 망명신청이 기각됐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한 탈북자들이 많았다.

합리와 이성의 논리와 성경의 가르침은 달라

변호사로 일하며 느낀 법이 지닌 한계, 신앙과 이성의 격차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법은 합리적이며 이성을 중시한다. 믿음이라는 것은 이와 반대로 비합리적인 면이 있다. 보지도 않고 따지지도 앖고 믿는다는 측면을 지닌다."

"여호수아에서 내일 요단강을 건널 것인데 대책 회의를 안 한다. 2백만명이 배도 없고, 언약궤, 텐트도 있는데 '어떻게 건너야 합니까'라고 묻지도 않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싸울 무기도 없고 대책이 전혀 없는데 그냥 '알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궤를 멘 자들이 강물을 밟자 강물이 멈춘다. 건너가서도 제일 먼저 제사를 드리고 광야에서 태어나 할례를 받지 못한 50-60만 명이 할례를 받는다. 가나안땅에 있는 민족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할례를 받으면 며칠 동안 거동이 힘든데도 순종한다."

"여리고성을 돌 때도 그랬다.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동성애도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사생활문제고 나라가 나서서 법으로 금지할 수 없는 것이나 성경에는 굉장히 죄악된 것이라 적혀있다. 미국에서 크리스천의 힘이 빠지는 원인도 그 때문이다. 합리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반성경적인 것들이 합리라는 이름으로 기독교를 공격한다. 타종교의 문화에 대해서는 다문화주의라며 관대하게 대하나 '메리크리스마스'는 말은 직장 내에서 할 수도 없다. 크리스천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법조계에서 기독교가 설 발판 점점 좁아져

그는 크리스천으로서 법조계 내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현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기독교 신앙과 법의 근거가 되는 '합리와 논리'가 상충을 일으켜 자칫 비합리적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합리와 논리를 따지는 곳이기 때문에 로스쿨에서도 크리스천임을 밝히기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한 미국 판사가 담당한 판례 중, 미국은 기독교에 뿌리를 둔 나라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법을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례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1980년대까지는 존재했다. 현재는 그렇지 않다. 합리와 이성이라는 잣대로는 맞는 것이나 신앙인의 눈으로 보면 죄다."

10년간 학생들에게 성경 가르치며 신앙 배워

그가 신앙을 시작한 것은 2003년 아내를 통해서다. 아내의 강요에 못 이겨 억지로 다니다 차츰 목사님 말씀이 들리기 시작했다. 합리주의자였던 그가 성경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10년 동안 꾸준히 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쳐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학생들은 안 읽을지언정 자신은 억지로라도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이 지금은 대학에 가고 성인이 됐다. 여전히 착실하게 배우려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인권에 대한 문제로 갈등하다 교회를 떠난 이들도 있다.

 '인권 문제' 로 교회를 떠나간 청년

"그 친구가 떠날 때쯤 했던 얘기가 인권의 문제다. 인권이 성경과 맞지 않느냐는 고민이었다. 그 친구가 대학에 가서 깊이 대화를 하지 못했다. 학생들이 공립학교나 대학에서 합리적 교육을 받으며 신앙에 대해 갈등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논리적으로는 동성애자들이 내세우는 주장도 말이 되나 성경에서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에 속한다. 하나님이 하지 말라 하신 것 가운데 보통사람들이 보기에 왜 하면 안 되는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는 이 같은 물음을 비롯해 사람들의 공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성경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신론자의 공격에 바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구약' 제대로 읽어야

"성경을 제대로 안 읽은 사람들이 하는 공격 중의 하나가 '하나님은 불공평하다, 왜 가나안 사람들의 땅을 빼앗아 이스라엘에게 주느냐'는 것이다. 하나님께는 이유가 있었다. 레위기 18장에 기록해 놓았다. '땅이 그들을 토해낼 정도로 악했다.' 즉 그들을 없애 버려야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갈렙은 유대인이 아니었다. 에서 집안의 후손인 그나스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12자파의 대표가 된다. 이런 면에서 구약을 읽는 게 중요하다. 교회를 다니는 분들 중에서도 잘 몰라서 이런 공격에 대응을 잘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제대로 읽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게 어렵게 쓰여 있기도 하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주지사가 됐듯 갈렙도 굉장히 높은 지위까지 올라갔다. 하나님께서 이방인이라도 훌륭하니 상을 주신 거 같다."

'법이 기독교인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연구 필요해

그는 미국법이 가는 방향과 법이 기독교인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이를 통해, 기독교가 법에서 밀려 나고있는 오늘날, 믿음을 법적인 차원에서 변호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독법조인회(Christian Legal Society)같은 단체도 있고, 정기적으로 모이고 세미나를 열기도 하나 본격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독교와 관련해 논란이 일어나는 경우, 조직 차원에서 법적 행동을 취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개인 로펌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작은 일이 아니며 기독교가 연합해서 접근해야 할 굉장히 큰 차원의 일이다."

"얼마 전 이한탁씨가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20년 넘게 싸운 분들이 계시다. 한인 기독교 사회에서 그분들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그분들에게 미안해해야 한다. 20년 넘게 그분들이 외롭게 싸우도록 내버려 뒀다. 크리스천 법률 연구소가 있어서 이한탁씨 사건 같은 것을 도와줬다면 지금쯤 그 센터가 칭찬받고 좋은 증거를 받았을 것이다."

Law & Christianity, 앞으로의 연구주제

또 유대인 교수 중에는 율법과 미국의 법을 적극적으로 비교 연구하는 분이 계시나 크리스천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법과 기독교'를 주제로 연구해 보고 싶다고 했다.

"페퍼다인 대학 유대인 교수가 유대 율법과 미국의 법을 비교한 논문을 읽은 게 기억난다. 그분은 그 분야를 굉장히 많이 연구하고 발표했다. 그런데 기독교 쪽에는 이를 연구한 논문도 없고 가르치는 교수도 없다. 법과 기독교를 함께 연구해보고 싶다. 또 '합리로만 한다면 믿음은 설 곳이 없어지는데 그것이 과연 법조계가 나아가야할 올바른 방향인가'를 논의하고 싶다."

정찬용 변호사는 로욜라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욜라대학 학술지 "Loyala International & Comparative Law Review"의 선임편집장으로 있으며 상법, 민사, 지적재산권, 노동법, 부동산, 건설 등과 관련된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