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회를 인도하는 이영훈 목사
이영훈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의 퇴진 선언으로 치르게 될 보궐선거에,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인 8월 16일 정오까지 이영훈 목사(61·기하성여의도순복음 총회장) 외의 다른 입후보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로써 이 목사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무난히 당선돼 홍 목사의 잔여 임기인 약 1년 5개월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교계에서는 한기총에 이영훈 대표회장 체제 출범이 확정될 경우, 한기총 및 교계 연합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통합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우선 이영훈 목사는 온건하고 포용력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기에, 한교연과의 관계 개선에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교연이 그간 한기총과의 통합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로 "홍재철 목사의 진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혀왔던 만큼, 홍 대표회장의 퇴진 이후엔 극적인 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이 목사가 총회장으로 있는 기하성여의도순복음총회는 지난해 5월 정기총회에서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전제로 한기총 탈퇴를 보류하고 한교연에 가입한다"고, 올해 5월 정기총회에서 "한기총과 한교연이 오는 10월까지 통합하지 않으면 한기총을 탈퇴하겠다"고 결의하는 등, 한기총-한교연 통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이 총회 관계자는 이번에 이영훈 목사 후보 등록 이후에도 한 언론을 통해 "갈라진 교회연합기관의 통합과 추락한 한국교회의 위상 회복을 위한 결단"이라며 "오직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회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나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단 문제에 대한 입장차, 쌍방 간 소송 및 알력, 분열 고착화 등으로 인해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당장 대표회장만 교체될 뿐 앞서 열거한 문제들은 여전히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기총 사태 장기화로 인한 교계 연합사업에 대한 각 교단들의 냉소적·회의적 분위기도 심각한 문제다. 이러한 문제들은 차기 대표회장의 해결 과제이기도 하다.

'NCCK 회장 역임, 젊은 나이, 대형교회 목회' 등엔 기대와 우려 공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직을 역임했다는 경력은, 이미 이영훈 목사가 교계 연합사업에 있어 리더십이 검증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수 교계에서는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WCC 부산총회를 전후해 보수-진보 교계 간 갈등이 첨예했고, 한기총이 정관에 "WCC를 지지하거나 찬성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회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했기에, 이에 대해 후보 검증 과정에서 강력히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지금껏 한기총과 NCCK 회장을 모두 역임한 인물은 역시 기하성여의도순복음총회 소속인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 뿐이었다.

이영훈 목사가 평소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회장과 한중기독교교류협회 상임대표로 섬기는 등 선교에 매우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온 데 대해 기대를 거는 이들도 많다. 한기총이 정치와 분쟁 등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선교와 부흥에 주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이영훈 목사의 나이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한기총 대표회장은 보통 교단 총회장을 역임한 60대 중후반 인사가 맡아왔는데, 이영훈 목사가 당선되면 역대 대표회장 중 최연소다. 이는 한기총을 쇄신하고 젊은 세대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교계 연합사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이 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대형교회 목회자라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지만, 반대로 본인의 교회를 돌보기도 바쁜데 한기총 대표회장직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할 수 있겠느냐는 시선도 있다.

한편 한기총은 18일 오전 후보자격심사, 21일 총회 소집 통고, 25일 선거인명부 작성, 26일 선거홍보자료 작성·발송, 9월 2일 오전 11시 임시총회 및 대표회장 선거, 9월 16일 대표회장 이취임식을 예정하고 있다. 18일로 예정했던 기자회견은 28일로 연기됐고, 20일 예정했던 공청회는 단독후보로 선거를 치름에 따라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취소됐다. 이영훈 목사는 이미 후보 등록을 위한 발전기금 1억원도 완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