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장로교단이자 한국에 복음을 전해주었던 미국장로교(PCUSA)가 3년 전 동성애자의 성직 임명을 허용한 이후, 이번 221차 총회에서 성직자들의 동성결혼 주례를 허가하고 교단규례집에 명시된 결혼의 정의까지 ‘한 남성과 한 여성’(a man and a woman)의 결합에서 ‘두 사람, 전통적으로는 한 남성과 한 여성’(between two people, traditionally a man and a woman)의 결합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동성애 관계를 지속하는 사람을 성직자로 임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매년 6만 명 이상의 교인 감소를 겪었던 PCUSA에 있어서 이번 총회의 파장은 결코 적지 않다. 특히 결혼의 정의를 ‘두 사람’으로 바꾸겠다는 개정안은 기독교의 전통적 결혼 자체를 부정하는 시도이기에 이번 총회 이후 산하 교회들의 교단 탈퇴는 더욱 가속화 될 수도 있다.

보수교회 “PCUSA는 침몰 중” 탈퇴 움직임

이런 상황에서 PCUSA 내의 교회들 가운데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교회들의 ‘액션’은 대체로 양분된다. 교단을 떠나겠다는 입장, 혹은 교단에 계속 잔류하며 교단의 개혁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PCUSA 내의 보수세력인 장로교인회(Fellowship of Presbyterians)는 2012년 복음주의언약장로회(ECO, Evangelical Covenant Order of Presbyterians)라는 별도의 교단을 출범시켰고 현재 100여 교회 이상이 여기에 가입해 있는데 절대 다수가 PCUSA를 탈퇴한 교회로 추정된다.

PCUSA 동성결혼
(Photo : Drama Queen/Wikimedia Commons/CC)
PCUSA 소속 교회 중 워싱턴DC에 위치한 필그림교회(Church of the Pilgrims)가 동성애자들을 환영한다는 배너를 걸고 있다.

2006년만 해도 교인 226만 명이었던 PCUSA는 동성애자 안수가 총회에서 통과된 2010년에 201만 명으로 감소하고 이 헌법이 노회 과반수의 승인을 받아 발효된 2011년에는 195만 명으로 감소했다. 2012년 184만 명이던 교세는 2013년에는 176만 명으로 급감했다. 교회 수도 2012년 10,262개였지만 1년이 지난 2013년 10,038개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줄어든 224개 교회 중에, 148개는 다른 교단으로 소속을 옮겼으며 나머지는 문을 닫은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2011년 21개, 2012년 110개 그리고 2013년에는 148개로 3년 연속 타 교단으로 옮긴 교회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성결혼 찬성하거나 희망의 끈 부여잡거나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PCUSA 내 교회들은 자신들의 소속을 지키고 있다. 이중 진보적인 교회들은 당연히 교단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총회에서 동성결혼 주례안이 371대 238로, 결혼 정의 변경안이 429대 175로 통과된 사실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교단 내에서 동성결혼이 여론의 대세로 굳어져 가는 데에도 교단을 탈퇴하지 않는 보수교회들의 입장은 ‘희망은 아직 있다’는 것이다.

먼저 동성결혼 주례에 관해서는 총회가 “목사와 당회의 신앙 양심에 따라 동성결혼 집례를 허가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점이다. 이번 총회의 결정을 들여다 보면 이런 판단은 사실이다. 총회는 “동성결혼이 법적으로 허가된 주에서 목회자는 동성결혼을 주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지 “무조건 동성결혼을 주례해야 한다”고 명령하진 않았다. 즉, 동성결혼이 불법인 주에서는 여전히 주례를 할 수 없으며, 합법인 주에서조차도 목사나 당회가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이 유권해석에 근거해 “무조건 안 돼”에서 “자유가 주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입장을 가진 교회들은 “교단이 뭐라 해도 우리만 제대로 거부하면 된다”고 믿고 있다.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는 결혼의 정의 변경은 “두 사람 간의 결합”이란 문구 뒤에, “전통적으로는 한 남성과 한 여성”이라는 문구를 넣었다는 사실에 다소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완전히 패배하진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영어 표현으로 “between two people, traditionally a man and a woman”이란 말 자체가 “결혼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인데 전통적으로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한다”고 읽혀지며 “한 남자 한 여자”보다는 “두 사람”에 더욱 비중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결혼의 정의 변경은 1년 내에 170여 노회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만 정식으로 통과되고 발효된다. 현재까지 각 노회의 반발이 거세거나 혹은 노회가 찬성하더라도 그 노회를 구성하고 있는 교회 대표들의 입장이 워낙 극과 극이기에 이 결혼의 정의 변경이 올해 통과되리란 보장은 없다. 교단에 잔류하려는 보수교회들은 반드시 이를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난 십수년에 걸쳐 동성애자 성직 허용을 이뤄낸 PCUSA 내의 세력을 생각할 때, 올해 안되면 다음 총회에서, 또 다음 총회에서 반드시 이뤄내고야 말 것이란 추측은 할 수 있다.

교단 탈퇴 못하는 이유, 신앙과 정체성보다는 재산 때문?

그러나 교단 내부에서도 교단 탈퇴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산이라는 점이 정설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우리는 동성결혼 주례를 안 하겠다’, ‘반드시 결혼정의를 지켜내겠다’는 말은 성도들에 듣기 좋은 포장일 뿐이고 사실은 교단에 남아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힐난하기도 한다. 바로 재산이다. 더 쉬운 말로 돈이다.

이런 주장도 일리가 있다. 성도들이 헌금해서 세운 교회 건물과 토지, 교회 내 가구나 집기들은 당연히 교회나 성도들의 소유일 것 같지만 PCUSA 교단의 법은 교회 재산이 교인들의 것이 아닌 것으로 규정돼 있다.

교단 헌법의 규례서(Book of Order)에 따르면, 개교회의 재산은 교단에 신탁돼 있으며 노회가 이를 처분한 권한을 지닌다. G-4.0203 <신탁된 교회 재산> 조항에 따르면, “개체교회, 노회, 대회, 총회, 또는 미국장로교에 의해서 혹은 그들을 위하여 소유된 모든 재산은 그 법적 명의가 법인체에 있든지 재단이사(들)나 비법인체에 있든지 간에, 또 그 재산이 개체교회나 상위 공의회의 프로그램에 사용되든지 혹은 소득 창출을 위해 보유하고 있든지 간에 모든 재산은 미국장로교의 사용과 유익을 위해 신탁 보관된다“고 돼 있다. 교회 재산은 모두 교단에 신탁돼 있단 조항이다. G-4.0204 <헌법에 어긋나는 재산의 사용> 조항에 따르면, “미국장로교의 개체교회가 소유하고 있거나 그 교회를 위해 보유한 재산은 그 교회가 미국장로교의 개체교회로서 헌법대로 그 재산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언제든지 노회의 규정에 따라 그 재산을 소유, 사용, 적용, 명의 이전, 매각되어야 한다“고 한다. 즉, 교회의 재산을 노회의 판단에 따라 처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G-4.0205 <해소되었거나 없어진 교회의 재산>에서는 “교회의 재산은 노회가 지시, 제한, 지명하는 용도, 목적, 신탁을 위해 보유, 사용, 적용되어야 한다. 아니면 그런 재산은 미국장로교 헌법에 따라 노회가 지시하는 대로 매각되거나 처분될 수 있다”고도 한다. 즉, 교회가 교단을 임의로 탈퇴할 경우, 자신들의 헌금으로 마련한 볼펜 한 자루도 갖고 나올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교단을 탈퇴하려는 교회는 재산 전부를 잃을 각오도 해야 할 지 모른다.

PCUSA를 탈퇴하는 교회들이 대거 가입하고 있는 ECO는 “미국장로교를 떠나기 전에 고려할 점들”(Things to Consider Before Leaving the PCUSA)이란 공문에서 그 첫 번째로 “교회가 PCUSA를 탈퇴해야 한다고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탈퇴는 심각하고 매우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태복음의 “밭에 감추인 보화” 비유를 들고 있다. 만약 정말 교단 탈퇴가 그 정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모든 것을 다 팔더라도 교단을 탈퇴하란 암시적 메시지다.

포기보다 포기에 대한 두려움이 문제

그렇다면, 탈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가? 정말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실제로 포기해야 하는 것보다는 포기에 대한 두려움이 교단 탈퇴를 막고 있다는 것이 교단을 탈퇴한 교회들의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회다. 실제로 교회의 재산을 관리할 권한을 총회로부터 위임받은 노회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 문제다. 다행히도 2008년 이래로 대다수의 노회들이 교단을 탈퇴하려는 교회를 위해 이 문제를 다루는 조항을 마련했다. 이른 바 “은혜로운 분리 규정”(Policy for Gracious Separation)” 내지는 “원만한 이전”(Peaceful dismissal) 등에 대한 조항이다. 이는 노회마다 다르다. 이 규정에 따르면, PCUSA는 결코 모든 재산을 압수하고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교단의 혼란을 방지하면서 교단과 개교회가 각자의 뜻에 따라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효율적 방편을 찾고 있다. 노회들은 교단을 탈퇴하려는 교회의 재산 총액과 각 교회가 매년 선교 목적으로 내는 상회비에 근거해 이른바 탈퇴 비용을 산출하는 식으로 합의한다.

2014년 초 이 교단 내에서 가장 큰 교회 중 하나인, 성도 4천 명 규모의 멘로파크장로교회는 889만 달러를 노회에 지불하고 교회 재산을 전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013년 오클라호마에 위치한 에드몬드제일장로교회는 51만 달러를 노회에 지불하게 됐다. 적지는 않은 금액이다. 미네소타에 위치한 호프장로교회는 무려 120만 달러다. 그러나 교단의 재산 신탁 조항을 포기하고 교회의 재산에 개입하지 않는 미시시피노회나 샬롯노회 소속의 교회들은 이런 기금을 전혀 지불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원만한 결정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노회마다 조항이 다르지만, 대체로 해당 교회 성도 80%-90% 이상의 절대 다수가 찬성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필수 과정인 ‘노회와의 공식적인 의사 조율’ 후, 공동의회를 열고 투표하는 등 정면 돌파가 없을 경우, 노회는 교회가 분열됐다고 판단하고 교회 재산을 얼마든지 압류해 교단에 남길 원하는 교인들에게 줄 수 있다. 실제로 과거 남가주의 많은 PCUSA 소속 한인교회들이 분열되며 노회와 재산 다툼을 벌였지만 노회를 이긴 전례는 없다. 교인 절대 다수가 반대하더라도 세상 법정은 대부분 노회의 손을 들어 준다. 따라서 교단을 탈퇴하려는 교회는 반드시 노회가 마련한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2013년 텍사스 최대의 장로교회인 하이랜드파크장로교회는 노회의 규정을 따르지 않고 임의로 탈퇴를 시도해 현재 재산과 관련된 소송을 치르고 있다.

한인교회들은 안전 지대? 무풍지대? 불안감 확산

한인교회라고 이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다. 절대 다수의 한인교회들이 보수적 한인들의 정서상 동성결혼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특기할 만한 현상은, 한인교회들이 동성결혼에 대해 거대한 위기감과 문제의식을 느끼면서도 교단 탈퇴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물론 여러가지가 있다. 한국에 복음을 전해 준 은인의 교단이며 한인교회들이 PCUSA의 갱신을 위해 준비됐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해체되었지만 LA 지역 한인교회들이 속해 있던 한미노회의 노회장을 역임했던 강일준 목사는 교단 잔류를 주장하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교단을 탈퇴하는 교회들의 목회적 상황과 입장을 존중한다”면서도 “성급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결국 (동성애 문제는) 표 대결로 간다. 교단 내의 보수주의자들이 이럴 때일수록 교단에 남아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의견을 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교단이 완전히 친동성애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동성애를 허가하려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동성애 자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란 그의 말에 “동성결혼도 십수년 만에 허가되지 않았나? 결혼 정의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가”라고 묻자 그는 “보수적 교회들이 교단을 떠날수록 그 기간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답했다. 강 목사는 “주류 교단 가운데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은 교단이 드물다. 보수주의자들이 교단을 떠나 버리면 이런 현상이 가속화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교단 관계자는 “교단 내 한인교회 모두가 고민 중인 진퇴양난의 문제다. 동성애 문제에 대한 신학적 견해의 차이로 인해 극소수의 교회들이 탈퇴를 고심하고 있지만 그렇게 이슈가 생길 때마다 교단을 탈퇴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미국 시민권자가 미국 법 중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작정 시민권을 포기할 것인가? 교단 탈퇴 문제는 교단 밖에서 보듯 그렇게 간단하고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교단 밖의 비난에 관해 항변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교회들 내에 불안감이 팽배한 증거가 관측된다. 실제로 보수적인 한인들의 정서 속에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교단 내에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듯, 이번 221차 총회에서 동성결혼 집례와 결혼 정의 변경에 관한 조항이 통과되자 마자 이 교단 산하 한인교회 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냈다.

PCUSA 한인교회 전국총회(NCKPC)의 유승원 총회장은 총회에서 동성결혼에 대한 결정이 나자마자 단 하루만인 6월 20일에 반대 서신을 발표했다. 그는 먼저 교단의 결정을 설명한 후, “이것만이 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혼의 성립과 주례의 재량과 권한은 전적으로 당회와의 협의 아래 가르치고 집례하는 목사에게 있다고 했기에 총회의 유권해석은 우리의 양심과 그에 따른 실행이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보장한다”고 했다. 교단의 결정이 산하 교회들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6월 24일부터 4일간 열린 NCKPC 총회에서 유승원 목사의 뒤를 이어 당선된 이영길 총회장도 “교단 산하 한인교회는 성서적 복음주의에 입각하여 절대적으로 동성애 결혼과 건물 사용에 대해서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교단 소속 남가주하와이대회의 한인교회협의회(KPC)도 7월 29일 성명을 발표하고 “목사와 당회는 동성결혼이 하나님의 말씀에 부합되지 않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어긋난다고 확신할 때 거부할 수 있다, 남가주하와이대회 소속 한인교회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동성결혼을 인정하지도 시행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인교회들 교단 탈퇴 러시 시작되나

그러나 교단에 잔류를 결정한 이들의 뜻대로 산하 교회들이 움직이지는 않는 듯 하다. 샬롯노회에 속한 샬롯제일장로교회는 노회와의 조율 후, 공동의회를 개최했고 208명 성도 중 99.5%의 찬성으로 교단 탈퇴가 결정됐다. 샬롯노회는 개교회의 재산에 관여하지 않으므로 이 교회가 소유한 모든 재산은 교회에 그대로 귀속됐다. 이 교회는 샬롯 지역에 있는 한인교회 가운데 가장 큰 교회로 자체 성전에 17 에이커 부지를 소유해 교단 내에서도 꽤 중요한 입지를 갖고 있었다.

이 교회 최유찬 담임목사는 “동성결혼 문제를 우려하는 성도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저는 동성결혼을 거부하지만 우리 교회가 속한 교단이 동성결혼을 찬성하는 것에 대해 많은 성도들이 부담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2011년 최 목사 부임 이후, 성장 중인 이 교회는 새로 오는 성도들이 교단의 동성애 문제를 지적하는 등 목회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제일장로교회는 2년 동안 이 문제를 놓고 교회 내에서 심각한 토론과 의견 조율을 거친 후 드디어 노회에 교단 탈퇴를 신청했다. 최 목사는 “이민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성도들에게 이 문제로 인해 두 번, 세 번 더 어려움을 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교회는 보수적인 스코틀랜드 청교도 교단인 연합개혁장로교회(The Associate Reformed Presbyterian Church)로 이명한다.

베다니장로교회의 공동의회
베다니장로교회는 노회와의 대화와 조율, 담임목사와 성도 간의 협력으로 교단 탈퇴를 마쳤다. 지난 2013년 4월 7일 교단 탈퇴를 결정짓는 공동의회에 노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달라스의 베다니장로교회도 2013년 4월 99.3%의 찬성으로 교단을 탈퇴하기로 했고 교회가 속해 있던 그레이스노회에 선교분담금 23만 불을 내기로 했다. 이 교회 박준걸 담임목사는 “차세대들에게 우리 교회의 입장을 분명히 보여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세상풍조 속에서 우리 자녀들이 ‘아, 우리 교회는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구나’란 점을 확실히 알고 이 시대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이 교회 역시 교단의 동성결혼 결정 이후 몇 가정이 교회를 떠났다고 한다.

베다니장로교회의 공동의회
베다니장로교회와 PCUSA는 서로를 축복하면서 무사히 모든 절차를 완료지었다.

그는 “우리는 교단을 탈퇴하면 모든 것을 빼앗길 것처럼 걱정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는 흑백논리를 갖고 문제를 대하지만 우리가 만난 노회측 관계자들은 친동성애 의견과 반동성애 의견을 모두 존중하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우리의 반동성애적 입장과 목회적 고충을 이해하고 은혜롭게 교단을 탈퇴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노회가 원만한 이전 규정을 마련한 것 자체가 이미 교단 탈퇴의 길을 합법적으로 열어준 것이다.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다만 노회와 반드시 협의하고 합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면 상당히 합리적인 선에서 재산 문제가 해결된다”고 조언했다. 이 교회는 ECO로 간다.

이 외에도 남가주 지역에서 가장 큰 PCUSA 소속 교회인 선한목자장로교회도 교단 탈퇴를 결정했고 지난 3월 공동의회에서 전교인 91%의 찬성을 얻었다. 이 교회는 63만 달러의 부담금을 샌개브리엘노회에 지불하게 되며 교회와 고태형 담임목사는 ECO로 이명해 갈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2012년 5월 뉴욕 지역의 하은교회도 교단 탈퇴를 결정했다. 이 교회는 샬롯제일장로교회, 베다니장로교회, 선한목자장로교회와는 달리 미국노회가 아닌 한인노회에 속해 있다. 이 교회는 뉴욕 지역에서 가장 급성장 하던 한인교회였다. 당시 동부한미노회가 공동의회 50% 출석, 80% 찬성, 3년간의 노회 상회비 납부만 충족되면 교단 탈퇴를 허가해 주는 규정을 마련한 직후였다. 이처럼 미국노회가 아닌 한인노회들은 한인교회의 교단 탈퇴에 대한 교회 측의 재산 피해를 최소화 시켜 주는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중서부한미노회에 속해 있던 약속의교회도 이 같은 경우다. 이 교회들은 교단의 친동성애 움직임을 강력히 거부하며 합법적 절차를 밟아 탈퇴한 케이스다.

교단 탈퇴에 가장 중요한 것, 목회자와 성도의 합의

한인교회에서는 단순히 교회 재산뿐 아니라 목회자 연금 문제도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한인 목회자들 중 다수가 열악한 환경에서 목회를 하고 있기에 은퇴 후 생계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PCUSA 목회자들은 교단 연금 제도가 든든하기에 이런 부담이 상당히 경감되었다.

PCUSA 목회자들은 연 사례비의 11%를 연금으로 붓게 되어 있다. 한인 목회자들은 목회 사례비가 미국교회 목회자의 평균치보다 낮은 경우가 많기에 사례비의 11%로 비율은 같지만 실제로 붓게 되는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연금수령액은 미국교회 목회자와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연금국의 규정상, 연금 실수령액이 고용 직급에 따른 평균치에 맞추어 지급되도록 보장하고 있는 조항 덕분이다. 예를 들면, 2014년 기준으로 한 한인목회자가 연사례비 3만 달러를 받았다고 할 때, 은퇴 후 그가 받게 되는 연금은 미국교회 목회자들이 평균적으로 받는 사례비인 5만4천 달러에 기준해 계산된다. 그렇다 보니, 한인 목회자들에게 교단 탈퇴는 이런 혜택을 포기함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서 최유찬 목사는 “중도해지 한다면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인목회자 가운데 동성결혼을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유익 때문에 교단 탈퇴를 안 할 목회자는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단의 연금을 포기하고 탈퇴한 케이스에 속한다.

박준걸 목사는 “따라서 교단을 탈퇴하는 문제는 반드시 목회자와 성도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목회자 혼자 해서도 안되고 성도들만 해서도 안된다. 목회자만 교단을 탈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연금 문제로 들어가게 되면 이것은 목회자 노후의 현실적 문제가 된다. 그러나 성도들이 목회자의 은퇴 연한을 조금 늦추어 주는 결정만 내려도 목회자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목회자와 성도 간 합의의 중요성 중, 연금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최 목사는 “이민목회자들의 고충이 이해된다. 교단을 탈퇴하고 싶더라도, 만약에 공동의회 투표 결과가 80%를 넘지 못하면 교회 재산이 동성결혼을 찬성하는 20%의 교인들에게 모두 귀속될 수 있기에 선뜻 행동하지 못한다”며 “교단 탈퇴 문제는 반드시 목회자와 성도가 오랜 기간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