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 목사
(Photo : ) 김영길 목사

누군가가 곁에서 전화를 받으면서 "그랬어요?"한 후에 오랫동안 침묵이 흐릅니다. 그러면 우리 마음에 궁금증이 발동합니다. 무엇을 그랬다는 말일까? 전화 저 편에 있는 사람이 자기의 형편을 설명하는 소리를 듣고 "알았습니다"하는 의미로 한 말일까? 아니면 누군가에 대한 소문(gossip)을 듣고 맞장구치느라 하는 말일까? 그런데 한참 후에 그가 말합니다. "아, 제가 그랬군요."

자기의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더 발전하고 변화될 것인지 아무도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그 연약함을 버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은, 앞으로 그가 얼마나 강인한 사람이 될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자기의 모자람이 드러났을 때에 감추려고 하지 않고 "아, 제가 그랬군요"하며 인정하는 사람은, 앞으로 그가 얼마나 풍요한 삶을 살게 될지 아무도 측량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지적받으면 변명하지 않고 "아, 제가 그랬군요"하는 젊은이를 만날 때마다, 저는 행복하고 기쁩니다. 그의 앞날에 펼쳐질 광활하고 무한한 축복의 시간과 공간을 미리 내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기에게 부족함이 없다는 교만한 마음을 가진 젊은이를 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좋은 충고를 들을 귀가 막혀있는 사람을 볼 때면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머지않아 그의 인간관계의 한계가 드러나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불평하며 남은 인생을 살아갈 그의 모습이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잠언 기자는 말했습니다. "거만한 자를 책망하지 말라. 그가 너를 미워할까 두려우니라. 지혜 있는 자를 책망하라. 그가 너를 사랑하리라."(잠언 9:8) 한편, 전도서 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의 책망을 듣는 것이 우매한 자들의 노래를 듣는 것보다 나으니라."(전도서 7:5)

때로는 젊은이들이에게 조언을 하는 일이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어디까지 그가 견디어 낼 수 있을지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훌륭한 선생은 마음에 드는 제자를 만나면 그 제자가 부러지기 직전까지 훈련시킵니다. 때로는 그의 잘못 형성된 인격이나 사고방식을 밑바닥으로부터 뒤흔들어 놓기도 합니다. 물론 선생은 제자를 사랑하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그렇게 합니다.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 변화되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더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거기에 무엇을 좀더 더하면 좋을까?" 그래서 저는 주님의 나라에 갈 때까지 여전히 "그랬어요? 아, 제가 그랬군요"하며 변화되어 가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직도 제 자신을 젊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변화될 구석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