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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뛰고도 진 축구경기

기독일보 seattle@chdaily.com

입력 Jun 26, 2014 06:01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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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교회 이국진 목사  ©이국진 목사 페이스북
남부교회 이국진 목사 ©이국진 목사 페이스북

요즘 브라질에선 월드컵이 한창인데, 우리나라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거의 어려워져서 세월호 여파와 더불어 월드컵 열기가 예전과 같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주 금요일 새벽에 있을 마지막 경기에서 벨기에를 많은 점수 차로 이기고 러시아가 알제리를 이겨야만 16강에 올라갈 수 있다고 하니, 16강에 대한 기대는 아예 포기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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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제 우연히 듣게 된 월드컵 기록에 대한 뉴스분석이 아주 흥미롭다. 국제 축구연맹이 매 경기가 끝나면 각종 통계를 공개하는데, 경기 중에 팀 전체가 뛴 거리와 승리와의 관계가 흥미롭다. 22일 한국시간에 발표된 국가별 경기당 뛴 거리의 순위로 호주가 경기당 118.25km를 뛰어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서 미국, 칠레, 독일, 러시아가 5위까지 순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나라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1위인 호주는 2패로 예선을 탈락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상대보다 더 많이 뛰고도 패한 나라는 호주를 포함하여 크로아티아, 일본,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알제리 등 5개 국가라고 한다. 이렇게 열심히 뛰었는데 경기에서 진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낮은 패스 성공률 때문이었다. 열심히 뛰기는 하였지만, 제대로 된 패스를 하지 못해 골을 넣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모든 스포츠 경기가 비슷할 것이다. 내가 즐겨하는 족구도 마찬가지이다. 초보 선수는 공이 자기 진영으로 넘어오면 그 공을 따라다니느라 바쁘다. 열심히 하기는 하는데, 오히려 그 열심 때문에 같은 편 선수의 경기를 방해하는 게 문제일 때가 많다. 나는 족구를 하면서 결코 공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악착같이 뛰어가서 죽을 것 같은 공도 살려내곤 한다. 하지만 그 공이 내가 처리해야 할 공이 아니다 싶을 땐, 함부로 그 공을 향해 뛰어가지 않는다. 대신 그 공을 우리 편 선수가 처리했을 때 어디로 그 공이 올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다음 타구를 기다린다. 그 모습을 본 아내가 나는 족구를 한다면서 경기장에서 너무 나태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평을 하곤 했다. 전후좌우로 공을 따라 다니며 열심히 뛰는 것이 경기를 이기는 비결이 아니라, 정확한 패스와 정확한 공격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한다.

언젠가 [진짜 사나이]라고 하는 TV 예능 프로그램 2014년 4월 13일자 방송에서 박건형은 군대 무식자 헨리에게 군대에서 칭찬받는 방법이라면서 이렇게 충고를 하는 것을 보았다. "늘 마치 뭔가 하는 것처럼 몸을 움직여라. 바가지가 다 닦였어도 닦는 척 해라."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이 일을 20년간 해왔던 사람처럼 능숙한 척 하라." 헨리는 박건형의 조언대로 움직였고, 결국 선임들로부터 칭찬을 받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이 모습을 보면서 그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바로 우리 사회의 군대문화의 핵심을 박건형이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이러한 조언이 가장 현명한 조언처럼 들려지는 사회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뛰면, 아니 열심히 뛰는 척 하면 욕을 들어 먹을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 대표 선수팀이 월드컵에서 경기당 최장거리를 뛰었다면 우리 국민들은 선수들에게 졌더라도 수고했다고 칭찬했을 것이다. 우리는 욕을 먹지 않을 만큼 열심히 뛰는 일에는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월드컵에서 경기당 최장거리를 뛰지 않았더라도 실력 있는 선수들은 골을 넣는다. 그리고 그런 팀들이 우승의 컵을 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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