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최대의 한인 교단인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 총회의 합법적 총회장은 엄영민 목사(오렌지카운티제일장로교회)인 것으로 법원이 확인했다. 지난해 5월 제37회 총회에서 이 교단은 엄영민 목사 측과 이운영 목사 측으로 분열됐다. 당시 교단 소속 서가주노회는 이미 3곳으로 분열돼 서로 정통성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었으며 총회는 서가주노회를 사고노회로 지정하고 1년간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서가주노회 중 한 곳을 중심으로 단독 총회가 구성되기에 이르렀다.

엄영민 목사는 제36회 총회에서 부총회장에 선출됐다가 제37회 총회에서 총회장으로 공천을 받아 선출됐으며 반대쪽은 이운영 목사(한미장로교회)를 총회장으로 선출해 독자적으로 총회를 구성했다. 문제는 이 두 교단이 한글명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영문명 Korean American Presbyterian Church와 로고, 총회 회기까지 동일하게 사용하며 서로 정통성을 주장한 데 있다. 특히 오는 5월 총회를 앞두고 양측 모두 KAPC 이름으로 제38회 총회를 열기로 하면서 소속 노회와 교회들에 혼선이 가중됐다.

KAPC 교단 가처분
(Photo : 기독일보) KAPC 교단 관계자들이 4월 22일 기자회견에서 가처분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노회 관계자 및 교단 원로들도 참석해 엄영민 총회장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차병학 LA노회장,안병권 남가주노회장, 양수철 가주노회 서기, 김강인 LA중앙노회장이 각 노회를 대표해 참석했다. 사진 가운데는 엄영민 총회장.

이에 엄영민 목사 측이 3월 21일 소송을 제기했고 캘리포니아 주 LA카운티 고등법원(Superior Court)은 4월 18일 엄영민 목사 측의 손을 들어주는 가처분(preliminary injunction)을 내렸다. 케이스 번호 BC540136에 기록된 이 재판에서 핵심은 “누가 KAPC의 합법적 총회장인가”였는데 조앤 오도넬 판사는 엄영민 목사 측이 합법적 총회장임을 확인해 주었다. 이에 따라 피고인 이운영 목사 측은 KAPC의 이름을 사용하거나, 이 이름으로 총회를 열거나 광고할 수 없으며, 임원들은 자신들이 이 교단의 정당한 임원이라고 말하거나 직분을 사칭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은 이운영 목사 측 소속 교회들도 KAPC의 이름을 사칭하거나 그런 암시를 줄 수 없다고 금지했다. 나아가 엄영민 목사 등이 정당하게 선출된 대표가 아니라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법원은 “이운영 목사 측은 그들이 적법하게 선출된 임원이라는 근거를 설명하는 데에 실패했다”면서 “엄영민 목사 측 임원들을 공천한 22개 노회장들의 공정한 선언을 반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운영 목사 측이 증거로 제시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와 미국 국토안보부로부터 받은 서한 등은 KAPC 교단의 사무에 대해 아무 것도 명시하지 않은, 사건과 무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맥락에서 법원은 양자 간의 또 다른 소송인 국제개혁대학교(IRUS)와 미주성산교회 사건은 초점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것(red herring)이라고 봤다. 특히 국제개혁대학교의 학위 인가기관인 ABHE, SEVIS 승인기관인 국토안보부의 서류는 “누가 진짜 KAPC인가를 다루는 이 재판에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 소송에서 국제개혁대와 미주성산교회가 거론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교단의 이름을 누가 사용할 것인가”를 다루는 소송에서 이운영 목사 측이 두 재판의 판결을 증빙 자료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와 교회는 모두 교단 소속이기에 교단 이름을 사용하는 문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미 법원은 미주성산교회에 대해서는 지난 1월 27일 이운영 목사 측 KAPC 서가주노회가 미주성산교회를 관장한다고 재산권을 인정해 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엄영민 목사가 총회장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런 판결을 내렸다. 또 국제개혁대에 대해서도 이운영 목사 측 교단의 손을 들어 주며 지난해 8월 22일 엄영민 목사 측에 접근금지명령(TRO)을 내리고 9월 10일 가처분(PI)을 확정해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 국제개혁대의 소유, 운영권이 이운영 목사 측에 있음을 확인했다. 단, 이운영 목사 측이 신학교를 매각하거나, 신학교 재산으로 융자를 받지 못하게 금지하고 모든 재정 출납 자료를 보관하며 5만 달러를 공탁하도록 했다.

이에 근거해 이운영 목사 측은 이 두 재판 결과가 교단의 이름 문제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법원은 “무관한 사항”이라 선을 그은 것이다. 한편, 인가기관인 ABHE도 이운영 목사 측에 속한 박헌성 총장 측만이 정회원이라 확인했고, 국토안보부도 이쪽만 I-20를 발급할 수 있다고 했으나 법원은 이 또한 교단 이름 문제와는 무관한 내용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교단의 이름이 걸린 이번 가처분이 향후 다른 재판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일단 법원이 KAPC가 엄영민 목사 측이라고 판단한 이상, 그 교단에 속해 있었던 미주성산교회의 소속이나 국제개혁대의 소유권 문제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미주성산교회 판결은 엄영민 목사가 총회장이 아니라는 전제를 두고 내려진 판결이었기에, 이제 법원이 그를 합법적 총회장으로 인정한 상황에서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또 국제개혁대가 개교 당시부터 이 교단 산하 직영학교인 만큼 교단 소유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교단의 실질적 대표가 확정된 이 가처분은 의미가 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오는 4월 28일 국제개혁대의 소유권에 대한 재판이 열리는 상황에서 교단 명칭에 대한 가처분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러나 전혀 다른 면에서도 볼 수 있다. 이 가처분은 엄영민 목사 측만 KAPC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지, 이운영 목사 측이 불법 단체라거나 해산되어야 한다는 내용은 아니다. 따라서 이제라도 이운영 목사 측이 별도의 교단명을 내걸 경우, 미주성산교회나 국제개혁대에 관해서도 얼마든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가처분이 교단 명칭 문제와 미주성산교회 및 국제개혁대 문제를 별개의 것으로 명확히 선을 그어 놓은 상황이라, 교단 이름 문제로 이 두 소송에 대한 결과를 뒤집기엔 엄영민 목사 측도 쉽지만은 않다.

한편, 이운영 목사 측은 이번 가처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정식 재판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교단명을 바꿀 수도 있지만 가처분이 발효된 상태에서 정식 재판에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교단명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