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가 복음적으로 익는 소리를 들어보셨습니까? 우리교회 멤버이자 맨하탄 양식당 총주방장인 임선호 쉐프가 직접 이 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럼 맛있는 소리를 들려주세요. 느낌 아니까”

매일 정오부터 2시까지 뉴욕정원교회(담임 주효식 목사) 성도들은 인터넷 라디오에 귀를 기울인다. 뉴욕정원교회가 카페사역에 더해 라디오사역 ‘Blessing You’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뉴욕정원교회 부목사인 하동호 목사가 DJ를 맡아 진행하는 이 방송은 지난 주간 설교말씀을 비롯해 일반 사회 소식들과 음식, 영화, 공연 등 문화적인 소식 및 소소한 성도들의 일상까지 다뤄지면서 뉴욕정원교회 성도들이 매일 전파를 통해 친교를 나누는 현장이 되고 있다.

라디오 페이지와 뉴욕정원교회 페이스북에는 라디오 방송 진행상황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고 이에 성도들의 채팅도 실시간으로 오간다. “이번 주 말씀 대박”, “사순절을 맞아서 예수님 고난을 생각하며 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려 해요”, “ㅋㅋ 임 쉐프 돈까스 맛이 상위 1%래 편파방송~” 등등 맨하탄 청년들의 발랄한 멘트들이 오가며 친교를 나누고, 또 성도들의 묵상내용이나 각 자의 사정들을 공유하기도 한다.

뉴욕정원교회는 타임스퀘어 정례기도회 등 지금까지 교회들이 해오지 못했던 영역들을 개척하며 맨하탄 특수목회를 선도하고 있는 교회다. 교회 규모가 크지 않고 재정적인 뒷받침도 없는 상황에서 10주년이 된 올해까지 하나님 나라를 위한 목적의식 하나로만 지금까지 달려왔다. 정원교회가 나아가는 길이 다른 교회에 도전을 던져줬듯이 최근 실시하고 있는 라디오방송 또한 타교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카페와 라디오의 만남-문화사역 시너지 효과

DJ를 맡은 하동호 목사가 유쾌한 진행을 하고 있다.
(Photo : 기독일보) DJ를 맡은 하동호 목사가 유쾌한 진행을 하고 있다.
뉴욕정원교회 홈페이지에 연결된 라디오 방송
(Photo : 기독일보) 뉴욕정원교회 홈페이지에 연결된 라디오 방송

교회와 세상의 접촉점을 만들어 복음을 전파하고자 하는 뉴욕정원교회는 이를 위한 문화사역을 펼치고 있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스펠 카페의 운영이다. 맨하탄의 중심지를 찾았다가 우연히 한인타운에 있는 카페를 들른 것이 뉴욕정원교회를 방문한 것이 되어 은혜를 받고 가는 경우들이 많다. 이런 카페사역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이 최근에 시작한 라디오 사역이다.

가스펠카페에서 매일 12시부터 2시까지는 DJ 하동훈 목사와 보조MC들의 은혜롭고도 유쾌한 라디오 진행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라디오지만 그 내용이 설교 위주의 컨텐츠를 벗어나 일상생활부터 시작해 다양한 장르에서 기독교적 시각으로 이슈들을 다루면서 교훈과 감동을 더하고 있다.

뉴욕정원교회의 라디오 사역이 주목되는 이유는 큰 재정적인 부담 없이도 성도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실현하고, 이와 더불어 교회 안에 잠들어 있던 인재들을 깨울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정원교회는 라디오 사역을 통해서 성도들 각자가 가진 달란트를 다시금 발견하고 달란트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재 뉴욕정원교회는 소셜 라디오방송 사이트인 ‘mixlr’를 이용하고 있다. 사이트 주소 ‘http://mixlr.com/dannyhah’에는 평일 12시부터 2시까지 어김없이 신나는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소셜 사이트를 이용한 자체적인 교회 컨텐츠 개발은 다른 교회에서도 쉽게 저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뉴욕정원교회 라디오방송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알찬 내용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 외부 컨텐츠 없이 모두 뉴욕정원교회 성도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간 것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뤄지는 방송에서 성도들 각자의 전문분야를 살려 코너를 제작했고, 처음에 시험 삼아 사람을 세우고 시작한 코너들이 예상 외의 알찬 방송이 되면서 교회 안의 인력이 사용될 때 얼마나 귀하게 쓰임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월요일은 라디오에서 주로 주일말씀을 토대로 한 주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묵상을 전한다. 그리고 일반 뉴스들을 함께 브리핑하면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자신이 서 있는 좌표와 신앙의 이정표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 사회 뉴스 중 꼭 알고 넘어가야할 중요한 소식들을 주중에도 전하고 있다.

화요일부터는 본격적인 뉴욕정원교회 성도들의 진가가 발휘된다. 화요일은 함성은 자매가 보조MC로, 맨하탄의 양식당에서 총주방장으로 있는 임선호 형제가 쉐프로 출연하는 ‘오늘 점심 뭐먹지’ 코너가 운영된다. 임선호 형제는 매주 화요일이면 출근시간 전 교회로 나와 ‘떡볶이’ 각종 ‘찌개’ 등 주변에 손쉽게 구하거나 냉장고에 흔히 있는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선보인다.

수요일은 영화를 전공하는 김종곤 형제의 ‘곤’플레이어 코너가 운영된다.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영화에 대한 프리뷰를 진행하는데 성경적으로 볼 수 있는 영화들이나 가족적인 영화들, 그 밖에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들에 대해 논평한다.

목요일은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고아현 자매가 고민상담 코너인 ‘척척박사 고박사’를 진행한다. 심리전공의 달란트를 살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성도들의 고민들을 들으며 상담하는 코너인데 전문가의 자세가 아닌, 동역자의 입장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이 코너도 성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금요일은 최근까지 한국에서 뉴욕정원교회의 카페사역을 배우기 위해 뉴욕을 방문했던 장은애 자매가 음악코너를 진행했다. 실용음악과를 전공한 장은애 자매는 재즈 등의 다양한 음악장르를 소개하고, 또 라이브로 편곡을 하고 로고송을 만들기도 했다.

기자가 뉴욕정원교회를 방문한 당시에는 한참 ‘오늘 점심 뭐먹지’가 진행 중이었다. 임선호 쉐프는 돈까스를 쉽고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선보였다. 임선호 쉐프는 잘 다진 고기들을 돈까스 재료들을 진열했고 카페는 즉시 돈까스 요리 생중계 현장이 됐다. 돈까스가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까지 생중계하는 열정으로 방송한 결과 라디오 게시판은 성도들의 재미있고 다양한 멘트들로 도배됐다.

라디오를 통해 교회의 인력이 활용되는 사례와 관련, 주효식 목사는 “거창한 준비과정 없이 라디오를 시작했는데, 시작하고 보니 교회 안에 모두 인력이 있었다”면서 “교회들이 교회 안에 활용되지 않고 있는 엄청난 인력들을 사용한다면 기독교 문화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요일이면 임선호 쉐프가 직접 교회를 찾아 음식을 만들며 라디오를 중계한다.
(Photo : 기독일보) 화요일이면 임선호 쉐프가 직접 교회를 찾아 음식을 만들며 라디오를 중계한다.
화요일이면 임선호 쉐프가 직접 교회를 찾아 음식을 만들며 라디오를 중계한다.
(Photo : 기독일보) 화요일이면 임선호 쉐프가 직접 교회를 찾아 음식을 만들며 라디오를 중계한다.
돈까스를 조리하고 있다. 돈까스 소리를 담기 위해 마이크를 가까이 대는 모습이 익살스럽다.
(Photo : 기독일보) 돈까스를 조리하고 있다. 돈까스 소리를 담기 위해 마이크를 가까이 대는 모습이 익살스럽다.

 

(Photo : 기독일보)

한국서 방문한 이들, 문화사역에 신선한 충격

뉴욕정원교회의 활동적인 사역은 한국에서 뉴욕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뜻하지 않은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한다. 기자가 뉴욕정원교회 라디오방송 취재차 가스펠카페를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 온 장도성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이영자 서울미술협회 부이사장 부부는 뉴욕정원교회의 사역들에 한참 매료돼 있었다.

앞으로의 사역을 구상하며 뉴욕을 잠시 방문한 장도성-이영자 부부는 특별한 계획없이 맨하탄 중심지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를 찾았다가 뉴욕정원교회가 펼치는 다양하고 활발한 사역들을 보고 많은 교훈들을 얻었다. 작은 교회가 뉴욕 맨하탄의 중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라디오를 방송하고, 타임스퀘어에서 정례기도회를 열고 매일 청년들이 교회에서 친교를 나누는 모습들에 큰 도전을 받은 것이다.

뉴욕정원교회를 찾은 장도성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이영자 서울미술협회 부이사장 부부
(Photo : 기독일보) 뉴욕정원교회를 찾은 장도성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이영자 서울미술협회 부이사장 부부

장도성 한국공연예술원 이사는 “뉴욕정원교회의 이름대로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정원에 나무와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한국에서는 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곳에서 실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도전의 아름다움도 다가왔다. 내가 과연 이 나이에 도전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과거에 구상했던 작품도 떠오르며 도전에 대한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아내 김영자 서울미술협회 부이사장은 “하나님 뜻으로 각각의 재능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 적은 숫자이지만 큰 힘을 발휘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면서 “늙어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에덴동산에 새순이 돋는 힘이 느껴지면서 자그마한 텃밭이라도 귀하게 열매 맺을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앞으로 뉴욕에 온다면 이 젊음의 열기 속에서 예배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주효식 목사는 10주년을 맞은 뉴욕정원교회 사역에 대해 “내실을 기하는 차원의 10주년이 될 것”이라며 “카페를 통해서 문화사역을 하듯이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선교에 집중하고자 한다. 올해는 방송문화사역에 한걸음 더 나가도록 하고 싶다. 최근에 시작한 라디오 방송은 이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계획을 말했다.

뉴욕정원교회에 교인을 파송한 생명샘교회 이야기

서울 정릉동에 위치한 생명샘교회(담임 문성남 목사)는 ‘움직이는 교회운동’(AMCM-Acts Mobile Church Movement)을 펼치며 다른 교회들을 돕는 사역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생명샘교회 문성남 목사는 최근 뉴욕정원교회를 우연히 방문한 이후 많은 도전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가 즉시 장은애 성도를 뉴욕정원교회로 파송했다. 뉴욕정원교회 다양하고 활동적인 사역들을 직접 배우고 한국 사역에 그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다.

교회가 교회를 배우기 위해 성도를 파송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한국에서 뉴욕으로 성도를 직접 파송하는 과감한 결단은 뉴욕정원교회가 갖는 활동성과 특수성, 그리고 생명샘교회가 가진 도전정신이 합쳐진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단기간 훈련을 위해 한국에서 뉴욕정원교회를 방문한 장은애 자매는 “한국에서 저를 보내시며 도전을 받고 많이 배워오라고 하셨다. 실제로 타임스퀘어에서 기도하는 것도 많은 도전이 됐고, 카페사역은 안 믿는 사람들도 교회에 자연스럽게 오도록 하는 장점이 있는 것을 봤다.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다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장은애 자매는 “다른 교회들과 매우 다른 특수한 상황에서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위치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봤다”면서 “미국이 영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고, 이런 경험들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뉴욕정원교회는 성도들을 위한 목회뿐만 아니라 타 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목회를 펼쳐나갈 예정이다. 다년간의 방문자들 중에는 목회적인 충격을 느끼고 돌아가는 경우들이 많았으며 특히 이번과 같이 다른 교회 성도를 단기간 훈련해서 역파송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이에 대해 주효식 목사는 “문화도시라는 특수성과 지역적인 특성으로 인해 뉴욕정원교회가 쓰임을 받는 것 같다”면서 “교회가 서로의 울타리를 넘어서 복음사역 공유하며 합력해서 선을 이루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