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북한 동포들을 직접 돕고 있는 손과마음선교회(이사장 최덕순 목사)의 현장 선교팀과 미팅을 가졌다. 매달 한 번씩 중국 국경 지역을 방문하는 이 팀으로부터 생생한 현장 소식을 들었다.

요즘은 북한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중국으로 넘어온다고 했다. 물론 이들은 불법적으로 월경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을 북에 둔 아주머니들로, 짧게는 열흘에서 한 달 사이 돈과 양식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 땅을 잠시 다녀간다. 이들은 국경 경비대와 보위부의 묵인 아래 국경을 넘어 백두산 일대에 풍부하게 자생하는 약초를 중국 시장에 팔아 돈을 마련한다. 말하자면 외화벌이 일꾼들이다.

우리 선교팀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일정 지역에 쉼터를 운영하며 이들의 필요를 공급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신앙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자유 세계의 이야기를 전하고, 당장 필요한 생필품과 중국 돈을 전한다. 가르쳐주지도 않았지만 이들의 입에서 저절로 '아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마치 굶주린 아이가 허겁지겁 먹을 것을 입에 넣듯, 들려오는 새로운 소식을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겠다는 간절함이 역력하다. 이들은 불과 며칠 사이 세례를 받고, 난생 처음 은혜라는 것을 체험했다며 저마다 기쁨의 눈물을 쏟는다. 이런 진실한 이야기는 처음이라며 감격한다.

도대체 누가 이들의 눈과 귀를 막은 것인가? 도대체 누가 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굶주리게 했는가? 이들은 모두 진실과 진리에 굶주려 있었다. 우상의 장막에서 평생을 거짓의 공기만 마시며 살아온 이들은 당장 육신의 배도 고프지만, 진실에 굶주린 채 영적인 배를 고파했다. 우리 선교팀은 그 처절한 현실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성령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처지를 긍휼히 여기시며 강력하게 터치하시는 것을 함께 기도하는 동안 느낄 수 있었다. 이 특별한 체험을 간직하고 이들은 다시 북으로 돌아가 주님과 동행하는 믿음의 일꾼으로 저마다 '마음의 지하교회'를 세워간다. 이 외화벌이 일꾼들은 북한의 현실을 크게 두 가지로 전하고 있다.

첫째,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적 기강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당의 명령이 권위와 힘을 상실해 버렸다. 과거엔 보위부원이나 안전원의 말 한 마디면 하늘까지 떨렸을 정도였지만, 요즘은 귓등에도 안 들린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탈북자 가정을 찾아와 아부를 하는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 중앙으로부터 배급이 끊겨, 이들의 배를 불리게 할 방도가 아무 데도 없다. 그래서 이들은 저마다 먹고 살기 위해 당이 설정한 삶의 테두리를 무시하고 살 길을 찾고 있다. 결국 평양의 핵심 간부조직만 섬처럼 남아있을 뿐, 민간도 군대도 뿔뿔이 흩어져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는 양상이라고 했다.

둘째, 가장 비극적인 현상으로 온 주민이 마약에 빠져 산다는 점이다. 물론 마약은 어느 정도 경제적 뒷받침이 되는 계층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중간 계층은 거의 마약에 중독되었다고 보면 된다. 양귀비나 대마초를 재배하는 일이 흔해, 손님이 오면 술상을 차리던 풍습이 마약을 대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몸도 아프고 배도 고픈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고 즐거움을 누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마약이기 때문에, 이 유혹이 지금 북한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통일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있어 통일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눈앞의 현실이 되었다. 북한과 중국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북한 사람들에 의해, 거부할 수 없는 물결이 되어 북한 사회로 밀려가고 있다. 이제 북한 사회는 더 이상 스스로 지탱할 수 없는 막바지에 왔다. 거짓과 변명과 강압으로 막고 막았지만, 이제는 무엇인가 변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른 것이다. 진실에 굶주려하는 인간의 본성으로 인하여 북한은 지금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는 바로 통일의 몸부림이며 생존의 몸부림이다. 그 반대로 북의 김정은 정권과 남의 종북세력이 보여주는 마지막 죽음의 몸부림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구체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진실에 굶주려하는 북한 동포에게 진실을 공급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중국 땅을 헤매는 탈북 형제들에게,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오는 외화벌이 약초꾼들에게,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북한 주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을 전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통일의 역사적 사건, 그 놀라운 통일의 봇물이 지금 눈앞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데도, 우리가 눈감고 있다면 그것은 민족 앞에, 하나님 앞에 죄를 짓는 일이다. 한국교회여,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통일의 몸부림에 모두 한 마음으로 동참하자.

/손과마음선교회 김창범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