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
(Photo : 기독일보) 이성자 목사.

오늘은 우리 교회 창립 16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며칠 전에 우리 교회 개척시기에 침례 장소로 사용하던 솔로몬 아일랜드에서 목회실 일일 수양회를 가졌습니다. 그림같이 앉아있는 아름다운 해변가가 14-5년전이나 한결같은 그 모습 그대로 우리 일행을 맞아주었습니다. 해마다 창립 기념일 즈음이 되면, 우리 교회 개척멤버 한 가정에서 솔로몬 아일랜드로 우리를 초청하여 목회실 수양회를 갖도록 배려해주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곳에서 함께 모여 잘 먹고 쉬고 교제하며 즐거워합니다. 저는 대개 감동에 젖어 개척 당시를 회상하곤 하지요. 올해도 역시 처음 침례를 주던 장소를 방문하고, 얼마 안되는 교우들이 모여 찬송을 부르던 모래사장도 밟아보며 지난 세월들을 추억해보았습니다. 그 때의 웃음소리와 찬양의 메아리들이 이 해변가 어디엔가 간직되어 있다 다시 들려올 것만 같아 조심스럽게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그렇게도 작은 우리의 첫 출발을 여기까지 인도하신 주님의 기이한 은혜가 마음에 사무칩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올해 창립 기념일에는 유난히 그 동안 부어주셨던 '주님의 은혜'를 헤아려보게 됩니다. 철없고 무지하며 교만했던 저를 때마다 그렇게도 인내하시며 긍휼을 부어주신 주님의 은혜가 생각할수록 귀하고 새롭기만 하여 주님 앞에서 많이 울고 있습니다. 저는 본래 주님 앞에서 잘 울어대는 목사였습니다. 어려움만 생기면 투정하며 울고, 기도제목 가지고 떼를 쓰며 울고, 때로는 이 기도가 응답될 때까지 나는 절대로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겠노라 거의 주님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생떼를 쓰고, 실수도 무수히 하여 가슴을 치며 회개하며 울고... 그러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주님은 대개 져 주셨습니다. 안아주시고 응답해주시고 덮어주시고 널리 용서해주시며 저를 지금까지 인내해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 저는 감사해서 울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 철이 들다보니, 그 동안 주님께서 말도 안되게 교만하고 철이 없는 저를 얼마나 놀라운 긍휼로 관용하셨는가를 깨닫는 것입니다.

마침 지난 주간 우리 교회는 큐티 가이드를 따라 시편 107편을 묵상했습니다. 이 시편의 저자 역시 저같은 심정으로 지난 날들을 회상하며 감사의 기도를 올려드리는 것 같습니다. 그 모든 말씀들이 다 제게 와 닿았습니다. 다 지난 16년간 우리 교회가 걸어온 발자취를 대변해주는 내용인 것만 같아 은혜가 되었습니다. "광야 사막 길에서 방황하며 거할 성을 찾지 못하고 주리고 목마름으로 그 영혼이 속에서 피곤하였도다" 외롭고 고독하며 마음에 거할 성을 알지 못한채, 무엇을 해도 불안하고 어디에 가도 마음에 쉼을 누리지 못하는 방황하는 인생들을 동서남북 사방에서 모아 당신의 집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기이한 은혜를 저도 마음을 다하여 찬송합니다. 지난 세월 우리 성도님들이 많이 고백했던 내용입니다. "비로소 내 집을 찾은 것 같아요!" 또한 시인은 흑암과 사망의 그늘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곤고와 쇠사슬의 얽은 줄을 끊어주사 우리를 자유케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찬송합니다. 마찬가지로 지난 16년간 주님은 바로 이같은 자유케 하는 역사로 뭍 성도들을 축복하셨습니다. 술과, 마약, 도박, 포르노, 불륜... 이같은 죄의 노예가 되어 안보이는 덫에서 허우적대며 영원한 파멸의 길을 걸어가던 죄인들을 구원하시고, 쇠사슬을 끊어주신 많은 간증들을 저는 기억합니다. 아울러 그 동안 각종 질병을 치유하신 주님의 기이한 역사를 찬송합니다. 죽음의 문턱에 이른 성도들을 살리시고 의사의 상식을 벗어난 기적의 치유로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신 치유의 이야기들이 지난 16년의 세월 속에 담겨져있습니다.

다음으로 시인은 모든 풍랑의 위험에서 건져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바다에 이는 풍랑, 그 위에 떠 있는 배 한척. 그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비틀거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절망적 인생들. 이런 위기가 저와 우리 성도님들, 그리고 우리 교회에도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 풍랑들은 오히려 합력하여 선을 이루며 오늘 이렇게 감사함으로 창립 16주년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저도 시편 기자처럼 마음을 다하여 이렇게 노래하고 싶습니다. "여호와의 인자하심과 인생에게 행하신 기이한 일을 인하여 그를 찬송할지어다." 그리고 아울러 기도합니다. "주님, 지난 세월 참아주시며 긍휼을 부어주셨듯, 계속해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당신의 긍휼을 부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