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stats
에디션 선택 통합홈 English 로스앤젤레스 뉴욕 워싱턴DC 애틀랜타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한국기독일보
X
뉴스 기독교 경제 Tech 라이프 오피니언 크리스천 잡스 포토 비디오

중국집 배달부의 죽음

기독일보 seachdaily@gmail.com

입력 Aug 20, 2013 03:02 PM PDT

Print 글자 크기 + -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이태선 소장
(Photo : 기독일보) 아시안 약물중독 치료서비스 이태선 소장

영정 사진 속 중국집 배달부 김우수(54)씨는 아이처럼 웃고 있었다. 하지만 김 씨의 빈소는 자주 눈물바다로 변했다. 특히 그의 영정 앞에는 평소 그가 5만원, 10만원씩 쪼개 희망을 줬던 아이들이 보낸 감사의 편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Like Us on Facebook

이날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대부분 김 씨가 숨진 뒤 언론 보도를 통해 그를 알게 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가난과 외로움 속에 살다가 도시의 그늘진 한 모퉁이에서 교통사고로 초라하게 삶을 마감한 김 씨의 인생이 너무도 서럽고 처량해서 우는 사람도 있었고 속내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김 씨가 살다간 삶이 저마다 안고 사는 군중속의 고독함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해서 우는 이들도 있는 듯 했다.

사실 중국집 배달부 김 씨의 삶은 현재 많은 한국의 소시민들이 겪고 있는 외롭고 힘든 인생살이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다소 역설적일진 몰라도 오히려 쪽빵촌의 외톨이 인생이었지만 어찌 보면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의 삶이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푼푼이 모은 돈으로 자신처럼 불우한 환경에 놓여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힘이 되어 주기도 했던 그야말로 진정한 행복 속에 있었던 삶이 아니었겠는가?

김 씨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동네 극장을 찾아서 조조할인 삼류영화를 관람했으며 영동고속도로를 따라서 답답한 도심을 탈출하는 하이킹의 낭만을 즐기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사실, 인생의 무엇인가를 잡기 위해서 끝없이 질주하려 하는 우리네 가치관으로 보자면 남 보기에 번지르한 외형적 구색이 전부인 양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차하게 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김 씨의 빈소에는 유난히도 동정의 조문객들로 넘쳐났을지도 모른다. 착하게 살다 초라한 인생을 마쳤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 속을 한풀 더 깊이 들여다본다면 김 씨는 오히려 이 시대 진정한 자유인이었음을 사람들은 볼 수 있어야 한다.

물질에 대한 욕망도, 불확실한 세상에 대한 불안감도, 그리고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한 따가운 시선에 대한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자기만의 주관적 삶의 방정식은 하루하루 형식과 의무감에 허덕이며 남들 하는 것 다해야지만 괜찮은 삶이라고 착각하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차원이기 때문이다. 외로운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네에게 자칫하면 엄습해 오는 인간지사인것을 단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와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즈음 우리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상실한 체 오로지 자녀의 미래에 대해서만 공통분모를 가지고 살아가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고 말들 한다. 가족으로 부터 느껴야 되는 절대적인 자양분들 즉, 사랑, 자비, 관용, 그리고 조언과 당부에 대한 자발적인 동기부여는 상실되고 있으며 오히려 원망과 비난, 무관심과 나아가서는 혐오까지도 보이려 하는 정서적 적대 관계 속에서 가족들은 신음하며 그 해결책을 세상 어디에서도 찾으려 하지 않는 자기포기의 학대 속에서 오히려 직업은 있으되 불안하고, 가족은 있으되 즐겁지가 않고, 동료와 친구가 있으되 진정 고독한 이 시대의 방랑자로 전락하는 현대인의 모습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게 된다.

요즈음 뉴스를 통해서 심심찮게 접하게 되는 탈북주민들의 한국사회에서의 방황과 그로인한 재 월북 소식들은 오늘 한국사회의 삶의 질이 과연 북한의 실정보다 절대적 우위에 있을까 반문해 보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남한은 사람 살기에 너무 각박하고 인간미가 바닥이라고 평가하기에 이르렀다 -그들 중 더러는 다분히 내남 선전용으로 정치적 희생양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여하튼 서민들은 갈수록 폭등하는 물가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 교육비, 그리고 파산직전의 가게부채에 억눌려 살고 있고, 정치판은 끊임없이 서로를 반목하며 전통적으로 그래 왔듯이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감으로 난무하다.

서로가 서로를 폄하하고 비방하는 데에 이골이 나있는 인생들은 서슴없이 상대방을 공격해서 무너뜨리면 그만이다. 그래서 승리하면 그만인가? 그래서 행복할 수 있겠는가? 인생을 되돌아보며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며 인간답게 살지 못한 자신의 과오에 후회밖에 남지 않은 심리들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어느 착하게 살다 간 중국집 배달원의 죽음이 매스컴에 알려지자 이를 유행병처럼 슬퍼하며 그렇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한탄하며 소주 몇 잔에 얼큰히 취해서 인생이 망가지고 있는 자신 때문에 울고 있는 듯 했다. 

 

 

© 2016 Christianitydaily.com All rights reserved. Do not reproduce without permission.
Real Time Analytics
Web Analy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