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하는 수도사들에게는 날것 (raw)이나 조리된 음식을 제공하였다. 제라시무스 수도원에서 시리악 (Cyriac)이 맡았던 일의 하나는 채소를 씻는 것이었다. 안토니 코지바의 기록에 따르면, 코지바 수도원은 수도사들과 방문객들에게 채소와 콩 (pulse)을 제공하였다. 콩 (pulse)은 팔레스틴에 거하는 주민들과 수도사들의 주요 양식이었다. 콩은 광야 기후에서 재배와 저장이 쉬우므로 수도사들의 양식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파란 수도원에 속한 한 수도사는 해마다 칼라몬 라우아에 있는 친구를 방문할 때마다 빵과 콩 (soaked pulse)을 가져왔다고 기록되었다.

콩 외에 수도사들이 섭취한 또 다른 양식은 피사리온 (pisarion)이 있다.1 피사리온은 완두콩 (peas)일 것이다. 다른 종류의 콩 (carobs)도 섭취했고 종려나무 열매도 취하였다. 이런 열매들은 장시간 저장이 가능하며 수도사들의 일년 양식에 포함되었다. 사바스의 사망 후 수도사들은 사바스가 거했던 작은 굴 (cell)에서 말린 콩 (dried carobs)과 종려나무 열매를 발견하였다. 이것은 사바스가 병에 걸렸을 때에도 콩과 종려나무 열매만 섭취했음을 의미한다. 데오그니우스는 오직 빵과 몇 알의 콩만 먹고 경건 생활에 집중했다. 그리고 제라시무스 라우라에서 수도사들에게 제공된 양식은 빵과 약간의 종려나무 열매였다. 종려나무는 광야 기후에서 샘 근처에서는 어디에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많이 이용되었다. 칼라몬 라우라에서는 종려나무의 열매와 줄기를 이용하기 위해 재배하기도 했다.

유대 광야의 수도사들이 재배했던 식물 중에는 무화과 나무도 있다. 시릴의 이야기 중에 존 헤시채스트 (John Hesychast)의 무화과 나무 이야기도 있다: 경건한 장로 (John Hesychast)가 머문 장소는 거친 암벽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 . . 그곳은 작은 굴의 지붕을 받치고 . . . 어느 날 이 경건한 장로는 마른 무화과 나무 씨앗을 한 개 취하여 . . . 상하지 않은 벽에 회칠하였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 . . 새 싹이 나도록 벽과 바위에게 명하셨다. . . 노인은 벽에서 싹이 난 것을 보았고, 하나님께 크게 감사를 드렸다. 무화과 싹은 점점 자라 지붕에 닿았고 굴 전체를 덮었다. 마침내 그것은 열매 세 개를 맺었다. 노인은 무화과 열매들을 취하여 눈물을 흘리며 입을 맞추고 . . . 그 무화과를 먹고 남은 것을 제자들에게 주었다.

유대 광야의 수도사들은 고기와 생선을 먹지 않았다. 병든 수도사들에게 고기와 생선이 제공된 기록은 있지만, 일반 수도사들에게는 금지되었다. 생선은 가난한 자들이 구할 수 없는 귀한 음식이었다. 비록 소금에 절인 생선일지라도 광야의 더위에 생선과 고기를 보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르 사바 수도원의 감람나무 그늘 밑에서 성경을 읽는 여인들의 모습
(Photo : 이주섭 목사) 마르 사바 수도원의 감람나무 그늘 밑에서 성경을 읽는 여인들의 모습

포도주와 감람유는 코노비아 수도사들 뿐 아니라 작은 동굴에서 수도하는 수도사들에게도 중요했다. 그러나 일부 엄격한 금욕주의 수도사들은 포도주나 감람유를 절제의 상징으로 이해하여 금지하기도 하였다. 포도주와 감람유 짜는 틀은 많은 수도원들 특히 광야에 인접한 수도원에서도 발견된다. 팔레스틴에서 포도 재배는 일반적이었다. 심지어 수도원에서도 포도를 재배하였다. 여리고의 서쪽 두카 수도원 출신의 팔라디우스는 자신의 저서 (Historia Lausiaca)에서 기록하기를, 바위 틈새에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그것이 자라 교회를 덮었다고 기록하였다. 포도나무는 포도 열매와 수도원의 그늘 쉼터로도 좋았다.

포도주와 감람유는 수도원 방문객들에게 음식으로 제공되기도 했다. 코지바 수도원에서 조지가 행했던 기적을 참고하면: 창고에 있는 큰 통의 기름을 세 주간 사용했는데도 여전히 통에는 기름이 가득하였다. 포도주에 대한 이런 기록도 있다: 사바스가 여리고에 있는 대 라우라의 숙소를 방문했을 때이다. 저녁 식사에 한 중요한 손님을 만나 포도주를 요청했지만, 수도원에는 남아 있는 포도주가 없었다. 남은 것은 오직 식초 뿐이었다. 그래서 그들 식탁에는 포도주가 아닌 식초가 준비되었다. 사바스는 식초를 들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랬더니 식초가 변하여 포도주가 되었다.

물과 포도주 외에 수도사들은 유크라티온 (eukration/ mixture)을 마셨다. 유크라티온은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는 일종의 허브 차이다 (pepper, cumin, anise). 뜨거운 물은 추운 겨울이나 사막의 밤 추위에 대비하여 수도사들에게 중요한 음료수였다. 이런 역사적인 기록도 있다: 제라시무스 수도원에 속한 은둔자들이 제라시무스에게 ‘우리에게 뜨거운 물과 요리된 음식과 밤에 불을 밝힐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자 제라시무스는 이렇게 말하였다. 만약 ‘유크라티온과 조리된 음식과 등잔 밑에서 성경 읽기를 원한다면, 차라리 코노비움에 거하는 것이 낫다’라고 대답하였다.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기가 도리어 버림이 될까 두려워함이로라 (고전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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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1 : 완두콩의 라틴어는 pisum이다. 문헌에 따르면, 라우라에서 일하는 일군들에게 완두콩과 요리한 호박 (phakos)이 제공된 기록이 있다.

이주섭 목사.
(Photo : ) 이주섭 목사.

이주섭 목사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