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성추문으로 사임 의사를 밝힌 75세의 키스 오브라이언(Keith O'Brien) 추기경이 이를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다.

3일(현지시간) 오브라이언 추기경은 지난 주 사임 때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혐의를 인정하고 사죄했다. 그는 이번 성명에서 “나의 성적 행동이 대주교이자 추기경인 나에게 기대되는 기준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독신·금욕을 강조하고 동성애를 금지한 교회법을 어긴 점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스코틀랜드 가톨릭교회 현직 사제 3명과 전직 사제 1명 등 피해자들은 영국 옵저버(Observer)와의 인터뷰에서 “오브라이언 추기경이 자신의 감독 아래 있는 사제와 신학생들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요구해 왔으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장기간 심리적 상담을 받아왔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안토니오 메니니 영국 주재 교황청 대사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발 서한을 보내는 한편, 오브라이언 추기경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오브라이언 추기경은 성추문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이 피해를 입힌 사람들과 로마가톨릭교회 및 스코틀랜드 시민들에게 “어떤 잘못에 대해서든 피해를 입힌 모든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사죄한 데 이어, “스코틀랜드 가톨릭교회에서 더 이상 공적인 역할을 하지 않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얼마 전 사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마지막 공식 업무로 오브라이언 추기경의 사임을 수락했었다. 지난 1985년부터 2013년까지 세인트 앤드류 및 에든버러의 대주교를 맡아온 오브라이언 추기경은, 성추문에 연루된 최고위 성직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의 사임은 가톨릭교회가 사제들의 성추문과 관련해 실추된 이미를지 회복하기 위해 수백여 건의 소송을 통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한 사제는 문치오 메니니와 가진 인터뷰에서 “가톨릭교회는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체제를 덮고 보호하며 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교회는 아름답지만 어두운 면을 가질 수 있으므로,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 이 체제가 개선되려면 조직을 일부 해체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가톨릭신문 ‘더 타블릿(The Tablet)’의 캐더린 페핀스터(Catherine Pepinster)는 “오브라이언 추기경의 사임이 영국 가톨릭 교회를 움직이게 할 것”이라며 “그의 잘못 인정은 매우 충격적이지만 많은 점에 있어서 환영받을 만하다. 특히 그가 이중적인 삶을 살아야 했으나 지금은 끝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의 사임은 스스로의 짐을 덜어낸 것일 뿐 아니라, 스코틀랜드 가톨릭교회가 회생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