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자연스럽게 진로와 직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 지난해 나란히 출간된 <라이프워크(예수전도단)>와 <직업과 선교(죠이선교회)>, 두 권의 책을 통해 ‘직업과 신앙이 하나되는 삶의 능력’, ‘직업을 통한 선교, 모든 성도를 위한 부르심’에 대해 살펴보자.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이 하나님 나라와 관계가 없다면, 우리 삶의 목적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일터의 ‘방관자’를 벗어나라… 직장에서도 ‘코람데오’를

▲<라이프워크>대로우 밀러 | 예수전도단 | 540쪽
‘라이프워크’란 주일날 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평일 각자의 일터에서도 ‘코람데오’의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교회와 직장에서 마치 지킬과 하이드처럼 ‘두 얼굴’의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저자 대로우 밀러(Darrow Miller)는 크리스천들이 자신의 삶과 일을 하나님 나라 확장에 재통합하도록 돕기 위해 펜을 들었다.

저자는 먼저 기독교인들의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잡는다. 성속(聖俗)의 이원론과 함께, 목회자·선교사 또는 하다 못해 기독교 관련 종사자나 NGO에서 일해야만 ‘성직’이라는 태도이다. 저자는 이원론적 세계관의 뿌리인 고대 철학자 플라톤과 영지주의부터 이것이 2천년 교회사에서 어떻게 왜곡되어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지’를 파헤친다. “성경은 존재를 자연과 초자연, 물질과 영적 영역으로 나누지 않는다.”

직업과 일상이 신앙을 부요케 하고 유지하게 하는 수단일 뿐이라 이해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세상은 커녕, 몸담고 있는 일터 하나도 변화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분야와 직업에 상관없이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사역자로 부르셨고, 주일에 교회에서뿐만 아니라 평일에 아무도 보지 않는 직장에서도 그분의 임재 앞에서 ‘코람데오’의 삶을 살며, 우리의 모든 삶과 일을 통해 복음을 증거하고 이 땅 가운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도로시 세이어즈(Dorothy Sayers)의 입을 빌어 “현실에 대한 교회의 장악력 중에서 가장 많이 상실된 영역은 다름 아닌 세속적 직업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라고 말한다. 교회는 일과 종교가 별개의 부분이 되도록 방치했고, 그 결과 세상의 직업은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수단으로 변질됐으며, 지적 근로자의 상당수가 반종교적이 되고 말았다는 것. “우리 삶의 9/10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종교에 누가 관심을 두겠는가?”

우리는 ‘삶으로’의 일반적 부르심 외에, ‘일터로’의 특별한 부르심까지 부여받았다. 그러므로 더 이상 직장에서 ‘유별난 사람들’, 직장에 소속되려 하지 않는 주변인이나 방관자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직업과 신앙이 하나되는 삶의 능력’, 우리의 라이프워크는 시간과 공간을 구속하고, 하나님의 탁월성과 영광을 드러낸다. 그리고 ‘최대한 벌고, 최대한 절약하며, 최대한 나누는’ 성경적 관점으로 경제학을 이해하여 라이프워크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나눔은 ‘하나님의 큰 목표를 투영하는 기제’로, 룻에게 보아스가 베푼 나눔처럼 ‘성경적 긍휼’의 원칙에 따라 이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직업’을 통해 가정과 교회를 넘어 전세계와 사회 모든 영역으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켜야 한다. 누가복음 19장의 열 므나 비유를 통해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장사하라”고 하신 주님 말씀처럼 우리는 그분의 다시 오심을 앞당겨야 한다. 우리 자신이 신학자가 아닐지라도, 크리스천이라면 불가피하게 상당한 일관성을 갖고 ‘삶으로’ 자기 신학을 드러내게 되므로, 직장에서도 성육신적 삶을 살고자 해야 한다.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들이 중심이다.

◈전문인 선교사는 ‘양서류’처럼?

▲<직업과 선교> 손창남 | 죠이선교회 | 240쪽
<직업과 선교>는 10년 넘게 인도네시아에서 전문인 선교사로 사역했던 손창남 선교사(OMF)가 ‘전문인 선교사’의 필요성(Why)과 종류(What), 방법(How)을 이야기한 책이다. 손 선교사는 <족자비안 나이트>로 잘 알려져 있으며, 코스타·선교한국·퍼스펙티브스 강의 등을 통해 동원사역을 맡고 있다.

손 선교사는 남선교회, 선교원 등의 용어가 사용되면서 애매해진 단어 ‘선교’의 정의부터 시작한다. 선교란 ‘타문화에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도 선교를 할 수 있지만, 해외 한인들을 대상으로는 ‘교민 목회’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선교는 반드시 ‘선교사’만 하는 것은 아니며, 예수 그리스도를 진정한 주인으로 믿고 따르는 모든 제자가 행하는 것이다. 전문인 선교사, 텐트 메이커, 자비량 선교사의 차이점도 설명하고 있다.

‘직업과 선교’ 사이에도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선교사 비자를 받고 선교지에 가는 전형적인 선교사가 있는데, 이들은 흔히 말하는 10/40창의 점증하는 ‘창의적 접근지역’에는 들어가기 어렵다. 두번째는 이 선교사들이 직업을 갖는 경우로, 그에게 직업은 비자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세번째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선교지로 가는 경우이고, 네번째는 해외에서 직업을 갖고 선교하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다섯번째는 해외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직업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이다.

오늘날로 말하면 ‘전문인’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선교지로 가는 세번째 경우에 대해 저자는 ‘양서류’라고 표현한다. 전문인 선교사는 개구리처럼 물에도, 뭍에도 있어야 하는데 둘 사이의 균형이 필수라는 것.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역자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하더라도 선교지에서 전문인으로 있으려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사도 바울 이전부터 흩어져 복음을 전했던 이들을 사도행전에서 끄집어내 ‘풀뿌리 선교’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흩어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직업을 통해 생활하면서 자유롭게 이곳 저곳 다니며 복음을 전해 많은 지역에서 복음화가 일어났다는 것. 바로 네번째 경우로,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형이다. 여기서 저자는 특히 ‘현지 한인 교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섯번째 유형에게는 국내 외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거나 단기선교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직업을 갖고 선교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해서는 우리의 신앙 경험을 자연스럽게 전하는 것, 인종적 편견을 갖지 않는 타문화 사역에 대한 바른 인식, 지상명령에 대한 헌신, 치열하게 살아가는 ‘시장의 영성’, 예수님 제자로서의 영원한 정체성 등을 꼽았다. 풍부한 사례들이 중심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