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42일 만에 만장일치로 제재안 채택을 결의하자, 북한이 이를 정면 반발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포기를 선언하고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교계의 지도자들과 북한인권단체 인사들은 단호한 대응과 함께 전략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는 “북한이 핵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놀랄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면서도 “우리나라로서는 전 세계와 확실하게 공조·연대해 ‘북핵은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견지하고, 북핵을 기정사실로 인정해서도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언론회 이억주 대변인도 “북한이 집요하게 핵을 개발하고 거기에 올인하는 것은 김씨 왕조체제를 보장받으려 하는 것이지, 결코 주민들을 위한 것은 아니라 본다”며 “비핵화를 약속하고 이를 깨는 행동을 주변국들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김명혁 회장은 “물론 북한이 잘못했다”면서도 “전 세계가 대결로 치닫고 있는데 북한을 잘 설득시켜서 원칙은 내세우되 좀 인정도 하고 포용도 하면서 나가야지, 이대로 가다가는 또 북한이 핵실험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독 탈북민들의 연합체인 북한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임창호 목사(부산장대현교회, 고신대 교수)는 “북한은 핵을 유일한 생명줄이자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독재를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선언도 이미 했던 내용을 반복했을 뿐이고, 유엔에서 아무리 더한 제재를 해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김정은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 목회자 이소망 목사(새희망샛별교회)는 “북한은 이미 주민들에게 대놓고 핵이 있다고 조직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포기하든 선언하든 달라질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유엔 결의를 계기로 북한이 국제사회를 의식하지 않고 핵을 추구하겠다고 했으니, 북한을 두둔하던 러시아나 중국도 이번 기회에 한 목소리를 내 압박하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통일연구원 출신 강동완 교수(동아대 정외과)는 북한의 이번 비핵화 포기 선언을 전문가적 입장에서 분석했다. 강동완 교수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확인했듯, 김정은의 2012년 최대 업적으로 강조하는 게 은하 3호와 광명성 3호이지 않느냐”며 “이를 놓고 국제사회가 제재를 운운한 자체가 자신들이 말하는 ‘최고 지도자의 존엄’을 훼손시키고 있어 강경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광명성 3호를 남한보다 앞선 유일한 성과로 홍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제재를 한다고 이를 철회할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그 부분은 두고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강 교수는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정책 핵심이 ‘비핵화 진전시 경제협력 강화’이므로, ‘비핵화’라는 표현 자체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며 “김정은이 6·15와 10·4 선언을 강조하는 마당에 갑자기 핵실험을 해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가진 않지 않겠나”고 전했다.

그는 “대화 채널을 열어놓되,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비핵화 포기’라는 단어로 박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건드리는 측면”이라고도 했다.

강동완 교수는 “지금 북한은 조선중앙방송 등 모든 언론매체를 동원해 광명성 3호를 홍보하고 있고, 모란봉 악단의 경우도 광명성 3호를 축하하는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다”며 “개인적으로 모란봉 악당 공연을 중요하게 보는데, 올해 첫 공연에서 지난해에는 없었던 통일이나 6·15선언 관련 노래들까지 등장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는 22일 오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기존 결의 1718호(2006년)와 1874호(2009년)를 위반했다고 규탄하고 미사일 발사의 중지와 핵 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결의안은 △제재대상 확대 △북한 금융기관 관련 감시강화 촉구 △공해상 의심 선박 검색 강화 기준 마련 △제재 회피를 위한 대량 현금 이용 수법 환기 △전면적(catch-all) 성격의 대북 수출 통제 강화 △제재 대상 추가 지정 기준 제시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성명을 통해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는 조선반도 비핵화도 불가능하다는 최종결론을 내렸다”며 “앞으로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정면 반발했다.

외무성은 “미국의 제재압박 책동에 대처해 핵 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확대·강화하는 임의의 물리적 대응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통신위성을 비롯한 여러 실용위성들과 보다 위력한 운반로켓을 더 많이 개발하고 발사할 것”이라고 강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