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동시대적 교회 음악과 하나님 나라’를 모토로 한국에서 시작된 ‘찬양과 경배’ 운동이 어느덧 25주년을 맞았다. 본지는 이를 기념해, 워십리더들과 함께 찬양의 역사와 현실을 살피고 미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마커스 예배인도자 심종호. ⓒ신태진 기자

매주 관악구 해오름교회에서 목요찬양예배를 인도하며 수천 명의 청년과 직장인들에게 ‘영적 회복과 부흥’을 일으키고 있는, 문화사역공동체 마커스의 예배인도자 심종호를 만났다.

마커스는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the Marks of Jesus)을 가졌노라(갈 6:17)’는 말씀에 근거해, 목회자와 평신도의 연합, 교파간 연합, 교회와의 연합 등 ‘연합 사역’을 위해 힘쓰고 있다. 마커스는 ‘감사함으로’, ‘부르신 곳에서’, ‘주님은 산 같아서’, ‘주를 위한 이 곳에’, ‘호산나’, ‘매일 주와 함께’ 등 수많은 창작곡과 번역곡으로 한국교회에 큰 반향을 일으켜 왔다.

-마커스의 성장 비결이 궁금하다.

“여러 과정을 거쳐 팀이 한 마음으로 예배드릴 수 있게 됐다. 각자의 이야기가 아닌, 공동체의 고백을 전하고자 노력해왔다. 그 진심이 큰 감동으로 전달된 것 같다. 마커스의 노래는 대부분 쉬운 편곡과 코드로 만들어졌지만, ‘치열한 하나됨의 과정’을 거쳐 나왔기에, ‘쉬우면서도 어려운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 음악이 아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예배를 위해 힘써왔다는 것이다.

외부적 노력에도 힘썼다. 고급 기술인 ‘멀티믹싱’을 활용해 안정된 음원을 녹음하고, 이를 영상과 함께 외부에 공급했다. 영상을 찍으며 팀의 부족한 모습도 많이 보완할 수 있었다. ‘음원의 질’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은 시대인데, 이러한 노력들도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또 환경적으로는 2005년 예수전도단과 디사이플스, 캠퍼스워십의 주요 리더십이 교체된 원인이 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예배는 무엇인가.

“우리의 연약함과 가난한 마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진솔하게 드리는 예배라고 생각한다. 초창기에 잘 알려진 팀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예배드리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불러 모아 주실 것을 믿었다. 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매주 하나님 앞에 최선을 다해 예배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우리의 마음이 음악을 통해 한국교회에 알려지게 됐고,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마커스의 곡들은 모두 팀원들의 삶이며 고백이다.”

▲2010년 전국투어 당시 마커스 공연 모습.

-단원들의 신앙은 어떻게 훈련하는지.

“마커스는 평신도 사역자들로 구성됐다. 나 역시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다. 하나님의 사역을 할 때에 말씀을 공급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커스는 목회자들로 구성된 둘로스 선교회와 연합해 사역을 펼쳐 나가고 있다. 대부분 목회자들은 평신도들을 이끌며 사역하려고 하는데, 마커스와 둘로스의 관계는 서로의 사역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연합관계다. 둘로스는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갖고 있는데, 이는 마커스 단원이 되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에도 적용된다. 찬양단체 중에는 인도자가 목회자로서 직접 말씀을 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마커스에게는 연합을 통한 사역의 마음을 주셔서, 각자가 은사와 전문 분야를 가지고 연합해 섬기고 있다. 둘로스는 메시지를 전하고, 마커스는 찬양사역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결실로 나타나는 것 같다. 평신도와 목회자간의 ‘연합’은, 낯설지만 정말 멋있는 일이다.”

-‘평신도’로서 사역하기가 어렵지 않나.

“‘공부를 해야 한다’는 데는 반론이 없지만, ‘어떤 공부를 할 것인지’는 고민이 된다. ‘신학교를 나와 목회자가 되라’는 권유를 많이 받지만, 평신도로서 부르심을 받아 마커스에 헌신하는 데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본다. 박철순·강명식 찬양사역자님들도 오랫동안 평신도 사역자로 헌신하시다가 뒤늦게 신학을 공부하셨다. 나는 ‘평신도 찬양사역자’의 자리도 분명히 누군가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기 전까지는, 내 부르심의 자리를 지킬 것이다. 교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하나님께서 길을 인도하시면 어떤 공부도 시작할 준비는 되어 있다.”

-사역의 목표는 무엇인가.

“연합한다는 것은 하나님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그 사랑이 밖으로 흐르는 것이다. 마커스 사역의 정체성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삶과 문화 곳곳에 성경적 세계관이 스며들 수 있도록 힘쓰고 있으며, 청년들을 다음 세대를 일구어갈 인재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커스 집회에 청년들이 몰리는 현상은 어떻게 보는지.

“이런 현상을 좋게만 보진 않는다. 마커스는 찬양사역을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역팀들이 있는데, 서로의 사역이 연합하고 부흥해야 이 세대를 변화시킬 수가 있다. 어떤 한 팀만 가지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틀을 깨고 싶었다. 그래서 찬양단체간 연합의 관계를 만드는 노력을 시작했다. 각 팀들이 만나서 서로의 어려움과 아픔을 공감해주고, 때론 쓴소리도 할 수 있는 동역의 관계를 이뤄나가고 있다. 사실 서로의 사역이 다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제가 예수전도단 화요모임에 가서 예배 인도도 했고, 강명식 찬양사역자님이 마커스 집회에 참여하시기도 했다. 각자의 팀에는 특징이 있고, 마커스도 마커스만의 색깔을 가지고 사역을 펼쳐 나가고 있다.”

-최근에 기획 중인 활동이 있는가.

“하나님께서 지역교회의 사역자들이 연합할 수 있는 비전을 마커스에 주셨다. 우리 안의 연합을 넘어 사역자와 교회가 연합하고, 교회를 넘어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것이다. 마커스가 연합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싶다. 최근에는 예배사역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있다. 첫 목표는 제주도로 삼고 있다. 지역색이 없는 독립된 선교지이며, 한 번도 선교운동의 중심에 서본 적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모든 교회가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집회와 모임을 기획 중이다. 제주도에서 연합의 모델을 만들어, 전국 교회에 확산시킬 것이다.”

-찬양계의 침체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CCM이 한국에 생겨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CCM 문화나 시역자들의 삶의 기반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교회가 CCM과 기독교음악을 ‘교회의 한 몸’으로 인정하고 끌어안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성숙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잘못도 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한 사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악순환되고, 교회가 찬양사역자들을 필요에 따라 쓰려고만 한다면, 찬양계는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구조적인 부분과 찬양사역자들의 인식이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이들의 노래가 가치있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교회가 도와야 한다.”

-저작권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마커스는 저작권에 대해 단호하고 분명한 편이다. 성경에서는 다른 사람의 창작물에 대한 불법적인 이용과 침해를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커스 또한 다른 분들의 저작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함부로 침해하지 않기 위해 매우 애쓰고 있다. 엄격하다 보니 때론 마커스가 돈에 욕심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는다. 하지만 마커스의 모든 창작곡은 악보 작업이 완성되는대로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하고 다운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마커스의 모든 사역의 궁극적인 목적은 교회를 섬기고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불법적인 곡 이용과 저작권 침해는 교회를 섬기고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는 것이 아님을 아셨으면 좋겠다. 교회에서 부르고 있는 노래들이 그냥 쉽게 나온 것이 아니라, 찬양사역자들의 힘든 헌신의 과정을 통해서 나온 것이다. 교회에서는 그냥 쉽게 악보 복사해서 쓰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곡들이 한국교회에 퍼지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교회가 ‘찬양사역자와 찬양은 자신의 몸’이라고 여겨야 한다. 교회가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면 생각보다 빨리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인식이 변화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이 발전됐고, 또 발전해 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