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에서 4천개를 넘는 영업점을 거느린 유통 거인 월마트(Walmart)가 간절히 원하는데도 영업점을 내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미국 최대의 도시인 뉴욕시. 미국 최대 유통업체가 좌절한 곳이라고는 의외다.


월마트는 브루클린에 들어설 쇼핑몰 안에 뉴욕시 1호점을 내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지난주 이 계획을 접었다.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겪는 좌절이다. 뉴욕 당국의 절차상 문제 때문이 아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지난 4월 월마트의 뉴욕 진출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월마트의 좌절에는 회사의 저임금을 문제 삼는 반대 세력과 자영업 노조원들의 걱정이 자리 잡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7일 보도했다. 월마트의 낮은 가격이 상점들에 타격을 가해 자신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노조단체들의 우려다.


물론 월마트가 이런 반대세력에 부딪힌 것은 뉴욕뿐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2009년 시카고에서 1호점을 여는 데 성공했고 올해엔 수도 워싱턴 D.C 당국으로부터 1ㆍ2호점 개설 허가를 받았다.


시민단체인 `월마트 없는 뉴욕'의 대변인 스테파니 야즈기는 뉴욕타임스(NYT)에 "월마트의 입점 철회는 시민들이 힘을 합치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유통업체도 그들을 당해낼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며 반겼다.


`음식ㆍ상공인 노조연맹'의 대변인 패트릭 퍼셀은 "월마트의 기업 관행은 가격을 끌어내려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을 다치게 하는 문화를 만든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월마트의 기업 관행은 이런 대접을 받을 만큼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과정에서 `우회 진출' 의혹도 제기됐다. 월마트는 건축 승인이 난 쇼핑몰에 입점하는 형태로 뉴욕 진출을 추진했다. 입점 계약자가 다른 슈퍼마켓 체인인 대목도 이런 의혹을 키웠다.


단독 매장을 짓는 건 노조단체들의 지지에 의존하는 의원이 많은 시의회의 승인을 얻기 어렵다고 보고 시 의회로부터 이미 건축 승인을 받은 쇼핑몰에 입점하는 우회 전략을 썼다는 주장이다. 시 의회는 쇼핑몰이 어느 업체와 입점 계약을 하는지 간섭할 권한이 없다.


이에 대해 월마트는 쇼핑몰 내 입점 형태는 단지 금전적인 이유였고 다른 명의의 계약도 쇼핑몰 측과 계약을 맺을 수 없었던 탓이라고 해명했으나 우회 진출 비난을 넘어서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