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삼성전자와 애플이 전세계에서 특허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오는 30일 애플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본격 소송전이 시작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30일부터 한달여간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 대한 본안소송 심리를 시작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소송의 결과는 전세계 9개국에서 진행중인 50여건의 관련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다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 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과의 소송 결과에도 여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애플과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 52%, 이익의 90%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소송 결과에 따라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판결 따라 양사에 치명적 결과…시장 지각변동 가능성


이 소송에서 애플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삼성전자의 모바일기기의 미국 판매가 금지되거나 디자인을 바꿔야 하는데다 엄청난 배상부담까지 질 수도 있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특허침해로 인한 삼성전자의 부당이익과 로열티 등 총 25억2천500만 달러(약2조9천억원)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징벌적 배상까지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의 부담은 이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애플이 판결에 힘입어 현재 스마트폰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주도권을 다시 쥘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애플도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도 자사 특허와 관련해 애플 기기당 2.4%의 로열티를 주장하고 있다. 삼성의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애플은 아이폰 대당 14달러 정도를 내야하는 만큼 2천600만대를 판매한 지난 분기만 계산해도 로열티가 3억7천500만달러에 달한다는 것.


결국 양사가 현재 전체 스마트폰시장을 압도적으로 주도하는 상황이어서 재판결과에 따라 시장 지배권의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애플이 승소하면 삼성전자 이외 다른 안드로이드 진영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배심원 평결과 그에 따른 루시 고 담당판사의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양사 모두에 특허침해를 인정할 수도 있고, 반대로 모두 특허침해를 하지 않았다는 판결도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언 뮬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재판의 핵심은 혁신과 베끼기 간 경계를 어떻게 정하느냐이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초 시카고 연방법원의 리처드 포스너 판사는 모토로라와 애플간 특허소송에서 양사가 손해를 입증하지 못했다면서 기각판결을 내렸다. 특히 포스터 판사는 애플이 구글에 대해 유사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까지 막아 놓아 눈길을 끌었다.


◆ 날선 장외공방… 애플 "구글도 베낀 것 인정" vs. 삼성전자 "지금까지 특허 공짜 사용"


본안소송 심리 일정이 다가오면서 애플은 미리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삼성전자의 내부 문서를 조사한 결과, 삼성측은 자신들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현저하게 닮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0년2월 구글이 삼성전자에 갤럭시탭이 아이패드와 너무 유사해 차별화된 디자인이 요구된다고 지적했으며, 삼성전자 내부 디자인팀이나 외부 평가 디자인팀도 갤럭시S가 구형 아이폰 모델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폭로했다.


애플은 심지어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무선기술 관련 특허에 2.4%의 로열티를 요구한데 대해 대당 0.0049달러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2006년 애플 내부 디자인 발표회와 이메일 등에서 애플의 아이폰 디자인이 경쟁사인 소니의 것을 차용한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또 애플은 삼성전자의 특허에 대해 아무런 대가없이 지금까지 사용해왔다고 주장했다.


◆ 집중심리 재판절차…한달간 진행


루시 고 판사가 주재하는 이번 본안소송 심리는 이른바 한국 법원의 집중심리 형태로 이뤄져 4주만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법원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30일 시작되는 이번 심리가 4주 정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통상 월요일, 화요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열린다고 밝혔다.


특히 다음달 13일부터 시작되는 셋째주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재판이 진행된다고 법원 측은 덧붙였다.


심리 첫날은 배심원 10명의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양측은 이후 이들 배심원 앞에서 25시간씩 증언과 증거제시 등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말이면 양사의 운명을 결정할 재판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