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17일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일본에서 제기한 특허 침해 관련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무기'였던 이동통신 표준에 관한 특허 이외에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관련한 특허가 포함됐다.


그동안 애플이 UI 관련 특허로 삼성전자를 압박해왔던 데 대한 삼성의 '2차 반격'이면서 네덜란드에서 이동통신 표준특허는 '프랜드(FRAND)'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데 대한 대응인 셈이다.


또 이 소송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에 참석하는 도중에 발표돼 향후 삼성과 애플의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프랜드' 피해가려고?…UI 특허로 소송 제기


사용자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란 사용자가 더 쉽고 편리하게 제품을 쓸 수 있도록 설계하는 제품의 시스템 구조를 말한다.


가령 손가락으로 터치 화면을 좌우로 쓸어 사진을 넘기다가 마지막 사진에서는 화면을 쓸어도 사진이 용수철처럼 튕겨 제자리로 돌아오는 '포토 플리킹'과 같은 기술이 UI에 해당한다. 사용자는 마지막 사진을 넘기려고 시도하다가 사진이 제자리로 돌아가면 자연스레 앨범의 마지막 사진이라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UI가 바로 애플이 삼성에 침해당했다고 주장해 네덜란드에서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금지를 이끌어낸 특허다.


그러나 삼성은 이동통신 표준 특허를 애플로부터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네덜란드에서 제기한 소송이 이른바 '프랜드' 조항에 발목 잡혀 기각당했다.


표준특허는 '프랜드' 조항에 따라 애플이 일단 먼저 쓰고 나중에 협상을 벌여 적절한 비용을 주면 된다는 것이 네덜란드 재판부의 의견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동통신 표준 이외에 UI 특허도 애플과의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 듯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네덜란드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 이후 특허 소송 관련 전략을 수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판결 이전부터 UI 특허 대응 등 다변화 전략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에서 UI 특허를 제기한 데 대해서는 "애플로부터 UI 특허를 침해당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UI 관련 특허는 일본뿐 아니라 유럽 등 여타 국가에도 등재돼 있어 일본의 소송 결과나 삼성의 전략에 따라 다른 소송에서도 UI 관련 특허가 쓰일 가능성이 크다.


◇화해 분위기 속 소송전… 냉온 분리 대응


삼성이 일본과 호주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힌 오후 1시(한국시각)는 미국 스탠퍼드대 교회에서 이재용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이 끝난 직후다.


이재용 사장은 추도식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까지도 "삼성과 애플은 동반자이자 경쟁자"이며 "(팀 쿡의) 개인적인 친구로서 추도식에 가는 것"이라고 말해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다.


일부에서는 양사가 '극적 타협'을 이룰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추도식이 끝나자마자 일본과 호주에서 애플 제품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냉온' 분리 대응 전략을 썼다.


이는 잡스의 사망 당일과 장례식, 그리고 이번 추도식을 거치며 매번 나왔던 '극적 타협' 예측을 뒤집은 상징적인 전략이다.


또 이번 소송은 지난 14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애플을 제1거래처로 존중하지만 우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혀 '분리 대응' 전략을 시사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최 부회장은 "소송이라는 것은 장기전으로 봐야 한다"고 밝혀 '극적 타협'이 쉽사리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이 애플과의 소송을 매우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과 애플의 '극적인 타협'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삼성 입장에서는 애플이 반도체 분야 최대의 고객이고, 애플로서는 삼성의 반도체 없이 제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결정권자인 이재용 사장이 미국으로 건너간 상황에서 애플과 극비리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애플이 통신시장에 '무임승차(free ride)'하고 있다는 비판을 여러 차례 가했는데, 이는 거꾸로 생각하면 '적절한 삯(로열티)을 지불하면 된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