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사무총장 장헌일 장로

지금 세계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청소년과 청년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채무위기에 빠진 그리스, 연금개혁에 항의하는 스페인, 교육개혁을 주장하며 정권존립에 위협을 가하는 칠레를 비롯하여 중동과 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과 재스민의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청년들이었다.


이러한 각국의 시위 양상이나 폭력의 정도는 다르지만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청년들의 박탈감과 분노가 집단행위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시작돼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는 인디그나도스(indignados: 분노의 시민운동)도, 높은 청년 실업률이 수년간 고착화된 데 대한 ‘미래를 잃어버린 세대’의 분노에서 출발한다.


이번 영국 폭동 역시 청년실업률 20% 이상으로 빈곤에 빠져 삶의 희망을 상실한 청년들의 박탈감 때문이다.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유럽 각국에서 노동 시간 단축 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던 책 ‘노동의 종말’에서 특정지역 실업률이 30%를 넘어서면 폭동발생위험이 급증한다고 경고했듯이, 영국은 늘 폭동의 휴화산이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와 텔레그래프 신문은 폭력과 약탈 혐의로 체포된 사람들 중에 11살 소년을 포함한 10대 뿐 아니라 초등학교 직원, 43세 요리사와 부유층 자녀, 심지어는 런던올림픽 홍보대사인 소녀도 포함돼 있는 등 가난한 사람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단순히 극악한 범죄자들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판단을 비판하며, 폭력 가담자의 상당수가 “병든 영국사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미국 경제학자이며 ‘집합행동의 논리’의 저자 맨슈어 올슨(M. Olsen)은 “사회의 쇠퇴를 가져 오게 하는 여러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집단들이 사회의 산물을 더 많이 차지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이며, 집단을 조직하지 못하는 그룹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올슨의 지적처럼 이번 영국 폭동이 주는 교훈은 현 사회 경제적 위기 가운데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자각은 곧 불안정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고통분담이 공평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에만 국가가 시민들에게 재정지출·복지삭감이라는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 혼돈과 사회현상에 표출되는 문제에는 공통된 원인이 있는데,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실패로 시장과 대자본이 사회·정부·정치를 압도한 결과로 정부의 과도한 예산삭감과 친자본위주 정책에 따른 국민의 안전과 복지제공의 역할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정의와 공의의 실종으로 부를 가진 특권층의 탐욕이 최고조에 달하고, 사회에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해 있으며, 실업·부패·빈부격차로 인한 계층이동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청년들의 좌절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 문제가 가장 크다.


바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책임에 있어 근본적으로는 영국교회도 자유롭지 못하다. 신자유주의의 일방적인 매몰과정에 빈곤층과 함께 가장 큰 피해자인 청년 세대를 위한 대안 제시와, 신앙과 삶이 일치된 복음의 거룩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교회 현상을 분석한 일간 텔레그래프는 요크에서 열린 총회(General Synod)에서 발표한 조사결과를 통해 “영국에서 가장 교인수가 많은 성공회 소속 교인들의 평균 연령이 61세이며, 지난 40년간 교회에 나오는 교인수가 50% 감소, 청소년과 청년대학생의 경우 85%가 감소했다”고 보도하였다.


또한 영국의 일간지 『디 인디펜던트』는 권위 있는 교회연구 전문가 피터 브라이얼리(Peter Brierley)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영국교회 출석조사 <Church Attendance Survey>에서 “주일예배 참석하는 인구는 전체 0.5%에 불과하며, 영국 인구 가운데 주일날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은 7.5%이고, 지난 10년간 교회출석률은 22%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들은 영국교회에 현 세대 교인들이 모두 사망한 20~30년 뒤에는 교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경고이다.


영국교회가 갖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금 청소년과 청년대학생 등 젊은 세대들을 어떻게 신앙교육을 해야 하는가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결과가 지금 급진적으로 시위와 집단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에 무방비하게 방치된 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그들의 삶에 있어 희망이 없다는 사실이 곧 영국교회의 위기이자 국가적 위기의 심각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4일 영국 폭동 1주일 전 타계한 영국의 복음주의자 존 스토트(J.Stott) 목사의 ‘총체적 복음(Whole Gospel)’이 교회 뿐만 아니라 삶과 사회 모든 영역에서 답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리더십을 계승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영국교회의 위기의 한 단면이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등 전 세계가 직면한 위기 중 그 무엇보다 근본적이며 우선적인 것은 영적 위기이다. 영적 위기를 극복하지 않고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총체적인 국가 문제에 있어 한국교회에도 책임이 있으며, 동시에 그 기저에는 한국교회의 영적 위기가 있음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교회 지도자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 진정한 신앙의 멘토가 되어 청소년과 청년 등 차세대를 이끌어갈 세대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선하고 거룩한 영향력을 갖춘 정치·경제·교육·언론·예술·종교·과학·가정 등 모든 영역에서 영성과 지성을 갖춘 청년 리더를 키워야 한다. 하나님이 주신 삶의 현장에 파송된 전문인 선교사로서의 사명과 비전을 갖게 해야 한다. 오직 말씀과 실천을 통한 청년 리더십 함양만이 한국사회는 물론 전 세계 열방을 향해 섬김과 헌신, 그리고 열정을 갖는 영적 전사가 되게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차세대 리더를 양육하는 일이 한국교회가 당면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교회를 떠나 희망이 없어 좌절하는 영국 및 유럽의 청소년과 청년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한국교회가 차세대를 위한 목회 리더십을 위해 총력을 모아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