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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현대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뭉쳤다

기독일보

입력 Aug 16, 2011 09:37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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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전 복지재단 설립한 정주영 명예회장 유지 계승

(서울=연합뉴스) 범현대가 그룹이 16일 5천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통해 '한 핏줄'임을 과시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운데 범현대가 오너들이 관계사들의 출연금뿐만 아니라 개인재산까지 보태 5천억원 규모의 복지재단을 만들기로 한 것은 기부문화의 새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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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형제, 직계 자손, 조카들이 뜻있는 일에 힘을 모았지만 장자 격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며느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빠져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 16일 설립계획이 공식 발표된 아산나눔재단은 기업이 중심이 된 것이 아니라 기업 오너들의 사재가 대거 투입돼 설립된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정몽준 의원이 현금 300억원 등 2천억원을, 정상영ㆍ정몽근ㆍ정몽규ㆍ정몽윤ㆍ정몽석 등 현대가문 오너들이 240억원의 사재를 쾌척한다.


재단 설립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창업주의 유지를 살린다'는 취지로 사회공헌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된 상황에서 1일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명예회장의 1주기 행사로 일가족이 모였을 때 구체적인 내용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명예회장의 타계 이후 그룹이 여러 갈래로 쪼개지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현대가문이 고인의 10주기 자리에서 좋은 일을 위해 다시 하나로 뭉친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복지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1977년 7월 500억원을 출연해 의료사업과 사회복지 및 학술연구 지원을 위주로 하는 아산재단을 설립한 바 있다.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고인의 뜻이었기 때문이라고 아산나눔재단 준비위는 설명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정 명예회장의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과 높은 뜻을 후손들이 이어받는 사업인 셈이다.


지금까지 대기업의 복지재단 설립이나 기부 등은 주로 대기업 사주들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인 경우가 많았기에 현대가문의 자발적인 재단 설립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더욱 많다.


◇ 정몽준ㆍ현대중공업이 주도 = 아산나눔재단의 설립은 현대중공업과 사주인 정몽준 의원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출연금 규모만 봐도 정 의원의 기부액이 오너들 가운데 가장 크고 현대중공업그룹 6개 계열사도 참여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2천380억원을 내놨다.


정 의원 개인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출연금액을 합치면 4천380억원으로 재단의 전체 재원 5천억원 가운데 90%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창업주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정몽준 의원을 위해 삼촌과 형제들이 모처럼 의기투합한 것이 아니냐는 다소 다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은 "선친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뜻깊게 기리려는 것일 뿐, 대선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정진홍 준비위 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정 의원이 상당한 출연을 했지만 기업이 창조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면서도 (재단 설립)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며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씀도 했다"면서 "출연금을 많이 낸 것과 관련해 재단이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관계자들의 설명을 감안하면 재단 설립 결정은 정 의원을 비롯한 오너들이 했지만 재단 발족 이후 사업계획은 향후 구성될 이사회가 방향을 잡아가고 오너 일가는 후원하는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현대그룹은 재단 설립 내용 못 들어 = 현대가문이 좋은 일을 위해 오랜만에 똘똘 뭉쳤지만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은 재단 설립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재단 설립과 관련해 다른 범현대가 그룹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 정몽헌 회장 타계 이후 경영권을 이어받은 현정은 회장이 범현대가 오너들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불편한 관계를 형성했고 최근에는 현대건설[000720] 인수전에서 현대차그룹과 갈등을 겪은 점을 배경으로 들었으나 재단 설립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이런 추측이 사실과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범 현대가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김영주 명예회장 추모행사에 모인 오너들이 자연스럽게 정주영 명예회장 10주기 사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재단설립 이야기가 오간 것이며 누구를 참여시키고 누구를 배제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정진홍 위원장도 재단설립 과정에 대해 "제안과 동의, 의결 등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며 자연스럽게 집안 어른들이 모여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재단의 문호는 열려 있어 언제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 등 다른 범현대가의 구성원들이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현 회장 측에 먼저 재단 설립 내용을 알리는 것을 어려워했을 것이라는 분석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범현대 가문 맏형 격인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의 경우 이미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어서 신규 재단 설립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범 현대가는 이날 저녁 정주영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정몽구 현대차 회장, 정몽준 의원 등의 어머니인 변중석 여사 4주기를 하루 앞두고 종로구 청운동 옛 정 명예회장 자택에 모여 제사를 지내며 가족 간 우애를 다졌다.


이날 제사에는 아산나눔재단에 2천억원을 출연한 정몽준 의원 등 정 씨 일가는 물론, 정 씨 일가와 껄끄러운 관계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참석했다. 그러나 재단에 참여하지 않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중요한 약속'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정 회장이 아버지 정 명예회장의 제사에 참석하지 않은 적은 종종 있었지만, 어머니 제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변 여사의 타계 이후 4년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때마침 아산나눔재단의 설립이 발표된 직후여서 이 재단의 운영 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 관심을 모았지만 범현대가그룹의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제사 때는 사업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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