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매매의 효시

성직매매(聖職賣買)란 글자 그대로 성직을 돈으로 사고파는 행위를 말한다. 영어로 성직매매를 시모니(Simony)라 한다. 신약 사도행전 8장에 사도 베드로와 요한이 사마리아에 내려가 전도하므로 많은 사람이 주님께 돌아와 성령의 충만한 은사를 받는다. 그 곳에 시몬(Simon)이라는 능력 있는 마술사가 있었는데, 그는 굉장한 술수를 부려 많은 사람들이 경탄하고 두려워하였다. 시몬도 베드로의 말씀을 듣고 회개하고 세례를 받았다. 사도들이 성령의 능력으로 무서운 병을 고치는 것을 본 시몬이 베드로에게 자기도 그런 능력을 돈으로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성령의 능력을 돈으로 사려한 것이다. 베드로가 진노하여 그를 저주했는데, 돈으로 성령의 능력을 사려한 Simon의 이름에서 Simony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중세의 성직매매

성직매매는 중세 로마 가톨릭교회 부패 중 대표적인 것이다. 고위 성직인 추기경, 대주교, 수도원장 직을 돈으로 매매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런 직위는 신도들의 십일조와 기타 교회, 수도원의 수입을 관장함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자리였다. 자연히 어떤 요직이 생기면 그 자리의 임명권자인 교황, 추기경, 대주교는 흥정으로 그 자리를 팔았다. 그 자리를 차지하면 투자한 돈을 빼고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돈을 주고 성직을 사고 판 것이다.

백번 양보해 성직을 맡을 만한 사람이 돈을 주고 성직을 샀다면 그런대로 이해하겠지만 전혀 성직을 맡을 수 없는 파렴치한 자가, 혹은 어린 애가 추기경, 수도원장이 된 사실에 우리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교황 인노센트 8세는 신부가 되기 전에 이미 결혼하여 아들이 하나 있었고, 정부(情婦)에게서 사생아를 둘이나 둔 자였다. 그는 자기 형의 사생아를 추기경에 임명하고, 이태리 플로렌스의 세도가 메디치 가문의 13살 난 아이에게 추기경과 수도원장 자리를 주었다. 이 아이는 이미 교황 씩스터스 4세에게서 8살이 되기 전에 수도원장 자리를 받았고, 12살 이전에 또 다른 곳의 수도원장 직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런 파렴치한에게, 또는 어린 애에게 성직을 줄 때 거금을 받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교황 알렉산더 6세는 추기경들에게 뇌물을 주고 교황에 당선되었다. 그는 30살이 되기 전에 삼촌인 교황 캘릭스터스 3세로부터 추기경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다른 남자 셋과 잇달아 결혼한 부정한 여인을 정부로 두고 아이를 넷이나 두었는데, 또 다른 유부녀와의 사이에 두 자녀를 둔 자이다. 그는 교황이 된 후 자기 자녀들에게 교직과 재산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 세속 왕들이나 귀족들의 사생아를 주교에 임명하는 일은 보통 있는 일이었다. 이런 중세 교회의 타락상을 다 모으면 큰 책으로 몇 권이 될 정도로 부끄러운 역사가 전개된다. 이런 상황에서 마르틴 루터의 교회개혁(종교개혁)이 비롯된 것이다.

현대판 성직매매

얼마 전 한국의 보수 교회 단체인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 회장이 소위 양심고백을 한다며, 회장 선거에서 돈 안 썼더니 낙선을 했는데, 다음에 돈을 썼더니 당선되었다고 선언하였다. 그동안 돈 선거라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물증은 없었는데, 당사자가 양심고백을 함으로써 사실임이 입증되었다. 이를 계기로 한기총 해체 운동이 일어났고, 그 사무실 건물 밖에서 해체를 위한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 일을 계기로 안티 기독교 세력은 물 만난 고기처럼 기독교와 교회를 공격하는 데 여념이 없다. 한국 대형 교단 부총회장 선거에 상상할 수조차 없는 액수의 돈이 뿌려진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던가. 돈을 뿌리는 후보자나 돈을 받는 총대들 모두 한 통속으로 썩은 무리들이라 아니할 수 없다. 중세시대 추기경들을 매수하여 교황에 선출되던 일이 지금도 계속되는 증좌(證左)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또 이상한 성직매매가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어떤 교회가 은퇴하는 목사 후임을 찾으면서, 우리 교회 담임 목사가 되려면 돈 얼마를 내라고 한단다. 그 이유는 은퇴하는 현 담임목사의 퇴직금을 주어야 하는데, 교회에 돈이 없으니 새로 오는 담임목사에게 그 돈을 내고 담임으로 오라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못 주고, 못 받는 것이지, 새로 부임하는 담임목사에게 은퇴하는 목사의 퇴직금을 내라는 것은 어디에 있는 법인지 모르겠다. 결국 돈을 내고 그 교회에 담임으로 가는 목사는 돈으로 그 직을 얻는 것이므로 현대판 성직매매가 아니겠는가. 자기가 목회를 잘 못해서 교회가 약해 퇴직금을 못 받을 형편이면 그대로 물러나야지 후임 목사에게 돈을 받아 챙기는 일이 하나님의 정의인가.

돈으로 성직을 파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일반 사회 선거도 법이 정한 한도를 넘으면 당선이 된 후에도 무효가 되고, 당사자는 감옥으로 간다. 교회는 사회의 빛이 되어야 하건만, 오히려 사회보다 더 부패한 일을 한다면 과연 기독교 선교는 무슨 낯으로 해야 한단 말인가. 예수님께서는 당시 성전에서 돈 바꾸고 장사하는 자들에게 철퇴를 내리셨다. 한국교회에 그렇게 하시지 않을까 두렵다. 우리 모두 겸손히 하나님 앞에 통절한 참회의 기도를 드려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