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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당한 이웃의 절규에 귀기울이는 교회 되길”

기독일보 정한나 hannah@chdaily.com

입력 Aug 08, 2011 08:45 PM C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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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석대책협의회 총무 박천규 목사 인터뷰

아들 폴 고씨(한국명 고영보) 피살사건의 용의자로 기소된 고형석씨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고형석씨를 돕기 위한 한인단체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고형석 무죄석방 운동본부(Please Release Him Committee)를 비롯해, 지난 6월에는 범교계, 범한인사회 차원에서 고형석 씨를 돕기 위한 고형석대책협의회(고대협)가 발족됐다. 이 고대협은 시카고 한인사회에 인권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고씨의 가족을 위로하며 변호인단을 응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회장 강성석 원로목사와 총무 박천규 목사 등이 실무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고 씨 사건은 2년째 계속 법정에 머물고 있는 상태이며 고 씨 측 변호사들은 고 씨가 정확한 증거나 영어 통역조차 없는 상태에서 경찰의 강압적인 조사를 받고 불법적인 구속 상태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쓴 고형석씨를 돕고자 백방으로 뛰고 있는 고대협 총무 박천규 목사를 통해 사건의 추이와 배경을 들어봤다. 다음은 박 목사와 가진 e-메일 인터뷰 내용이다.

- 개인적으로 고형석씨를 돕는데 발벗고 나서시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루마니아 선교사로 17년간 살다 2008년 이곳 루마니아 교회와 연관을 맺게돼 왕래하면서 선교사역을 해 왔습니다. 시카고 지역의 한인사회나 교회들과는 연결고리가 거의 없었고, 루마니안 커뮤니티에 더 친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2009년 11월, 선교사역의 일환으로 개최했던 제1회 다민족선교포럼에 참석하신 한 한인을 통해 고형석씨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에도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들을 기회도 없이 그 해가 지나갔습니다. 그러다 작년 초 다시 루마니아에 갔다가 5월에 시카고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고형석씨의 동생이 선교사(목사)이고, 고형석씨도 모교회의 집사라면 소속교회는 물론이요, 교계 차원에서도 그를 돕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는 신문을 통해 고형석씨와 관련해 PRHC(Please Release Him Committee,고형석 무죄석방 운동본부)라는 단체 이름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는 광고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고형석씨 무죄석방운동에 동포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하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그 글에는 한인교회들이 고씨 석방운동에 참여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의 내용이 내포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게 된 것을 계기로 저는 선교적인 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고형석씨 사건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의 입장, 고형석씨가 소속된 교회의 입장, 교회연합회와 한인사회의 대표기관들, 나아가서는 한국인들을 위한 사회복지기관과 공공기관들의 입장이 매우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불명확했고, 오로지 PRHC 관계자들만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서 울분과 통탄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건의 진상과 무죄석방운동에 교계와 한인사회가 미온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싶어서 PRHC 본부에 연락을 하였고, 관계자들을 만나서 교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PRHC 관계자들을 만나서 직·간접적으로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법적 공방이 별 효과없이 진행되는 상태에서, PRHC 관계자들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등 미국 지역방송에 호소하여 고형석씨 사건이 방영되게 함으로써 무죄석방에 큰 효력을 보려고 고생하며 활동했지만 결국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고, PRHC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활동에 비협조적인 교계에 대하여 더 큰 적개심을 품게 되었던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효과적인 구명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적 근거와 논리적인 설득력을 지녀야 하며, 먼저 교계의 호응을 받아야 한인사회의 호응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권 스터디를 인도했습니다. 그 인권강좌는 PRHC 관계자들의 신앙회복과 정당성있는 구명운동의 진로를 제시해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올해 초에는 PRHC 관계자들에게 목회자 비난을 중지하고 교계와 연합적인 활동을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권면은 잘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의견이 분분해져서 인권강의를 중단하고 단독사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고형석씨 사건이 교계나 한인사회에서 깊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계속 이상하게 여기면서, 고형석씨 문제에 대한 대책을 간구하며 선교적 차원에서 기독교 신앙과 인권에 대한 강좌를 진행하고 있을 때, 고씨 가족들의 노력과 하나님의 은혜로 이 사건을 위해서 미국변호사협회에서 새로운 변호인단을 파송함으로써 법정의 판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4월부터는 기독교적 인권운동에 대한 저의 견해를 듣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 때를 같이하여, 고형석씨의 문제로 가슴아파하는 사람들이 몇 분의 원로목사들에게 교계에서 나서 줄 것을 호소하면서, 그 원로목사님께서 대책을 강구하며 법정에 오셨을 때, 법정에 참석했던 저와 만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원로목사님 몇 분과 저는 자연스럽게 의견이 투합되었고, 원로목사님들은 PRHC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저에게 신앙적 정도를 지키는 차원에서 범교계적, 범사회적인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동의하시면서 저를 일선에 세우셨습니다. 그동안 교계와 한인사회에서는 이 사건에 관심은 갖고 있엇지만 이런저런 정황상 누군가 나설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해서 교계와 한인사회와 별로 연결고리가 없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 선교사인 저를 전면에 서게 하신 것은 지극히 인위적이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의 섭리임을 인식할 수 있어서 저는 과감하게 발 벗고 나섰던 것입니다.

- 고형석씨 사건의 진상여부를 둘러싸고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을텐데요. 목사님은 어떤 입장이신가요.

네. 바로 이것이 가장 관심이 고조되는 점이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할 민감한 사항입니다. 저는 PRHC 관계자들과 인권스터디를 하는 동안에 고형석씨의 사건의 진상과 그들이 무죄석방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고씨의 부인과 친척, 그가 소속한 교회의 교우를 통해서 역시 같은 맥락의 정황과 진상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사건의 정황과 진상에 대해서 대강을 말씀드리자면, 아버지로서는 도저히 아들을 그렇게 죽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고형석씨는 외소하고 아들은 건장한 젊은이인데 아버지가 어떤 공격을 했더라도 반항할 수 있었고, 만약 반항했었다면 고형석씨에게도 상처의 흔적은 남았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고씨에게는 아무런 상처의 흔적이 없었고, 부검을 지켜본 친척 중 한사람은 그 아들의 신체가 전체적으로 깊이 상한 것으로 보아서 범인이 누구인지를 떠나서 혼자서는 도저히 그렇게 처참하게 죽일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2-3명이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가족과 친지, 동료, 교우의 입장에서는 고형석씨가 아들을 죽일 수 없다는 점이 다 이해가 되고, 그렇게 믿을 수 있다고 해도, 그 누구도 살해 순간을 목격한 사람이 없었다는 점에서 고형석씨 자신과 하나님만 알뿐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사건의 진상에 대한 저의 입장은 고형석씨가 911에 신고를 하고나서 경찰이 오기까지 가만히 기다리지 못하고 다급한 마음으로 어떤 행동을 취했다는데서 진상에 대한 혼선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씨는 아들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심정으로 어떤 행동을 취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바로 그 순간에 경찰이 왔고, 경찰은 그의 움직임에 대해서 아버지로서 어찌할 바 모르는 행동이라는 동정심 보다는 마치 도망이라도 가려는 것으로 의심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초기심문에 있어서, 변호사가 입회되지 않은 상태애서 강압적으로 진행되었는데 언어, 문화, 다혈질적인 성격, 스트레스, 당뇨와 혈압, 폐기능 약화에 대한 약을 복용하지 못함으로 오는 정신장애, 인권침해 등등의 중요한 문제들을 숙제로 남기고, 급속도로 살해범으로 기소했기 때문에 그 진상에 대한 법적 공방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 만약 무죄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요?

저는 법적으로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래서 고대협의 활동방향과 초점을 PRHC에서 했던 무죄석방운동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법은 사건의 진실성 여부를 파악하기에 앞서 사건을 증명하는 증거를 판결의 근거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법정에서는 각인의 생각과 진실을 그대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냉철하게 판단하면서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죄의 근거는 고형석씨 본인의 진술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에 사건당시 인권의 기초지식도 없이 무분별하게 진술했던 것이 약점으로 작용되고 있습니다. 처음의 진술과 나중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검찰에서는 사건현장의 정황과 그의 의심스런 행동 그리고 그의 초기 진술과 번복되는 진술의 불일치를 근거로 고형석씨를 살해자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고씨가 아들을 살해하지 않았다는 진실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근거는 본인이 처음부터 확고하고도 일관되게 자신의 진실을 표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언어, 성격, 정신상태 등으로 일관되지 못해서 무죄의 근거가 희석되어 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법적으로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는 고형석씨의 초기진술이 극도의 스트레스와 육체적 병약으로 인해, 그리고 강압적인 수사에 정신이 혼미해졌고,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서 진실(살해하지 않음)에 대한 증언을 명확하게 하지 못했엇다는 점을 증언한 정신의학자의 견해를 판사가 그대로 인정해 주는 일 뿐입니다. 현재, 변호인단이 이 일을 아주 섬세하게 변호해 주고 있습니다.

- 오직 하나님과 고 씨 양심만이 이번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을텐데요. 만약에 고형석씨가 진짜 아들을 살해했을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씨를 돕는 것이 명분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그럼요. 명분은 분명하게 있습니다. 제가 이 일을 전담하면서, 첫번째로 한 일이 그 동안 무죄석방운동을 전개해 온 PRHC 위원들과 원로목사님들, 한인사회 단체장 몇분이 만나는 연석회의를 주선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PRHC 관계자가 그 동안 해온 무죄석방운동에 대해서 브리핑을 했습니다. 그러자 한인단체장 한 분이 "나는 미국이 무조건 인종차별하는 나라라고 보지 않습니다. 고형석씨를 살해혐의자로 기소한 것은 수사관 나름대로 확실한 근거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우리가 같은 동포라고 해도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이기에 근거없이 무조건 무죄석방운동에 참여할 수 없어서 그저 지켜보고 있는 것입니다. 무죄석방운동에 참여했는데 진짜 그가 범인이라면 무슨 망신입니까?"라고 하시며 직접적으로 무죄석방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표현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 분 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한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말을 하지 않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단체장님의 발언에 진실성을 부여하며, 고형석씨를 돕는 일은 무죄석방 구명운동을 하는 것만이 아니고 가족과 변호인단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하는 대책을 마련함에도 명분이 있음을 설명드렸습니다.

1) 고형석씨와 그의 가족은 한인동포들이나 한인교회의 관심이 고형석씨가 정말로 아들을 죽인 살인자냐? 아니냐?를 논하는 것을 원치않고 있습니다. 즉, 무죄를 주장하며 구명운동을 하는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한 순간에 아들을 잃고 남편은 감옥에 있어야 하는 고은숙 집사님의 심정을 위로하며 고통을 나누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명분이 있습니다.

설령, 고형석씨가 범인이라고 해도 그의 온전한 인격과 신앙회복을 위해서 한인교회 성도들과 한인사회 동포들이 무너진 고형석씨의 가정을 향하여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달 할 수 있도록 선도함으로써 냉냉한 가슴들을 훈훈한 가슴들로 전환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한 명분입니다.

2) 만약 고형석씨가 진짜 살해범이라고 해도, 어느 법정에서든 정상참작, 증거불확실에 대한 참작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재판의 흐름과 결과에 관심을 두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법정에 참석해서 고형석씨에 대한 동족들의 관심과 사랑을 보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판사도 한국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보면서 자신의 판결에 대해서 심사숙고할 것임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내 동족의 아픔에 관심과 사랑을 베푸는 한인사회의 화합 분위기 조성은 확실한 명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앞으로 한인들에게 일어날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서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인권교육과 인권보호기구를 구성해서, 돌발적인 사고에도 대처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활로를 개척하는데 그 명분이 있습니다.

- 이번 재판에 대해, 지금까지의 경과와 현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추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이번 재판은 지금까지 수차례에 거쳐 변호인단이 채택한 증인(수사경찰관, 통역경찰관, 경찰 책임자, 정신의학자) 심문을 통해 얻어낸 청신호를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는 듯한 불리한 재판이었습니다. 그동안 변호인단이 증인들에게 심문하며 유리하게 중언을 받아낸 핵심적 요소는 다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인권이 무시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수사를 하였고, 그 절차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조서에 유도적으로 서명하게 했다는 점

2) 육체적 건강의 쇠약함과 극도의 스트레스에서 정신적으로 혼선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점

3) 언어적, 문화적 차이와 정신세계가 다른 차원에서 한국적 정서를 가지고 수사에 응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확인의 절차없이 범인으로 결론을 짓고 급하게 기소했다는 점

지난 7월 27일에 있었던 검사가 주도하는 청문회에서는 고형석씨에게 가장 유리한 증언을 해 주었던 정신의학자 Robert Galatzer-Levy 박사를 다시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그가 고씨에게 유리하게 증언했던 내용들에 대해 상세한 자료를 가지고 세밀한 부분까지 지적하면서 집요한 반격을 제시했습니다. 검사 측에서는 정신의학자의 범죄자관련 업무의 경험미숙과 경제적 수입을 위해서 돈을 받고 상담했기 때문에 직업적인 측면(편견)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수감된 사람들에 대한 심리상담을 하는 정신과 의사의 견해와 증인의 견해가 다르다는 점들을 지적하면서 지난번 재판에서의 유리했던 증언들을 한가지씩 뒤집는 질문을 했던 것입니다.

앞으로의 추이에 대해 언급하자면, 다음 재판은 9월 2일 11시로 잡혀 있습니다. 이 재판에서는 검사와 변호인단 양측에서 그동안의 증인심문 결과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판사에게 제출하며 본재판으로 가야할지 어떤 방법으로 본재판을 진행하게 될지 의견을 교환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다음 재판에서 변호인단이 제출한 보고서가 효력을 발휘하고, 법적공방에서 검사측보다 우세하게 드러난다면, 10월 재판에서 본재판으로 가지않고 그대로 무죄로 최종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고서의 효력과 공방에서 검사측에게 밀리게 되면 본재판으로 가게 되는데, 그것은 9월2일 재판을 지켜봐야 앞으로의 추이를 감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재판으로 가게 되면 좀 더 시간이 지체될 것이고, 그만큼 가족의 고통도 더해지겠지요.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삶의 현장은 곧 역사를 창조하는 순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남겨주지 않기 위해서는 오늘의 삶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제 삶의 철학입니다. 17년간 선교현장인 루마니아에서 살았기에 미국에 대해서, 그리고 시카고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다민족협력회 선교사역, 고형석씨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남의 곤경을 보고도 회피하는 것이 지혜롭고, 시간과 돈을 들여서 도와주는 사람이 오히려 멍청한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세상이 되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 거북한 현실 속에서,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님은 인간들의 중심을 보시며 각 사람의 행위에 보응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선교사역 초기에 한국사람은 단 한명도 없는 루마니아 Arad 땅에서 6개월 된 갓난 아이 딸과 두살 반된 아들을 키우면서 정말이지 생명을 걸고 복음사역을 했습니다. 저희들의 삶과 사역을 지켜본 현지인 목회자들은 비록 인종과 국적이 다르고, 소속교단이 다르고, 신학이 다르지만, 생명을 건 저희의 신앙적 행동에 동조하며 자신들의 교단에 가입시켜 주었고, 동역자로 받아 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루마니안 교회에서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시카고에 와서 느끼고 있는 영적 분위기는, 한 신앙인 혹은 사역자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그 영성에서 우러나는 신앙적 행동과 성숙한 인격을 기초로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과 같이 학연이나 인맥, 경제적 기반, 심지어는 출신지역 등의 평가에 연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일에 아무런 조건 없이 협력하는 용기있는 신앙적 행동은 보이지 않고, 이기주의와 기복주의, '내 교회 우선주의'적인 한국인 특유의 전통적 신앙의 틀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섭리를 전체적인 맥락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을 미끼로 자본주의 잠식논리에 입각한 교회경영을 하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름과 건물이 아닌 믿음을 기초한 생명력이 중요합니다. 그 생명력은 바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고 사랑을 베풀며 어두운 세상에 빛을 발하는 힘인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영혼의 호흡이 있는 자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자"고 외치는 주의 일군들의 피리소리에 장단을 맞춰 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형석씨를 위해서 불어대는 "이웃사랑", "동포사랑" 피리소리에 ▷법정에 참여함으로 ▷기도회에 참석함으로 ▷성의있는 헌금으로 화답해 주시길 기대해 봅니다.

더 이상은 고형석씨와 같은 비극이 이곳 한인교회와 한인사회에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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