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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민 칼럼] 김치 연대기 - Kimchi Chronicles

기독일보

입력 Aug 05, 2011 09:18 AM C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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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렌브룩연합감리교회 백영민 목사

미국에 사는 한국사람으로 기분 좋은 소식이 있다. 작년 12월 한국의 “무한도전”이 타임스퀘어에 비빔밥 광고를 띄우더니, 이제는 아예 미국의 공영방송이 세계적인 요리사와 손을 잡고 한국 음식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지난 5월11일부터 방영하고 있다.

미국 공영방송인 PBS가 뉴욕에서 활동하는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 장 조지와 부인 마르자 씨와 함께 만든 13부작 다큐멘터리 '김치 연대기 – KimChi Chronocles'가 바로 그 것이다.

'김치 연대기'는 장 조지 부부가 2010년 한달동안 한국을 직접 찾아 다양한 김치를 비롯해, 된장 만드는 법, 안동 간고등어와 제주도 전복등 각지의 유명 음식을 탐방하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영화 'X-Man'으로 유명한 배우 휴 잭맨과 'Austin Power' 등에 출연한 미녀 배우 헤더 그레이엄등도 함께 출연해 여러가지 종류의 한국 음식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요리사 장 조지의 부인 마르자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이 Marja인 이유는 바로 그녀의 한국 이름이 '말자'였기 때문이다. 의정부에서 근무하던 주한 미군병사와 한국 어머니에게 태어난 말자씨는 4살 고아원으로 보내졌다가 미국의 버지니아로 입양된다. 사랑많은 새 부모 밑에서 건강하게 자란 말자씨는 대학교 때 친어머니를 찾게되고 유명 요리사와 결혼하게 된다.


그녀는 어릴때 부터 익숙했던 한국의 맛을 잊지 못해 남편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했으며 프랑스 시골출신 남편은 프랑스와 아시안 (한국)의 퓨전 음식으로 뉴욕 최고의 요리사로 성장한다. 프로그램은 서양 음식과는 달리 긴 시간의 숙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한국의 김치, 된장 등을 색다르게 소개하면서 왜 김치가 건강 잡지 “HEALTH”가 소개한 세계 5대 건강음식인지, 왜 한국 음식은 건강에 좋은지를 설명해 나간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들이 뽑은 한국 음식의 특징을 대표한다는 “숙성-익어감(Fermentation)”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 한국의 문화에는 이 시간의 숙성-익어감의 미학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니 세상의 모든 것에는 이 숙성-익어감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매도 익어야 맛이 나고, 사람도 익어가야 넓어지고, 사랑도 익어야가 깊어지고, 신앙도 익지 않으면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놀다가 굶주인 배를 움켜잡고 밥상에 앉아 제일 괴로웠던 시간은 바로 밥의 “뜸”을 들이는 시간이었다. 배고픈데 그냥 먹자고 하는 나에게 할머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기다려라. 뜸이 제대로 안들은 밥을 먹으면 꼭 탈이 나게 되어있다...”

“빨리 빨리, 새것 새것”을 외치는 우리 세대를 보면 꼭 뜸 제대로 안들은 밥을 먹고 탈이 난 모양새가 느껴진다. 서브프라임 사태부터 이어진 미국의 경제불황도 결국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빨리 얻고자 자연스러운 숙성의 과정을 무시해서 생긴 실수임에 틀림없다. 이번 김치 연대기를 통해서 이곳 우리를 포함한 미국 땅의 모든 사람들이 한국 음식의 아름다움도 느끼지만, 숙성과 익어감의 철학도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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