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가계부를 적고 있던 엄마 옆에서 놀고 있던 4세의 콜튼이 뜬금없이 “엄마, 나는 누나가 둘이야”라고 했다. 하던 일을 계속하던 아이의 엄마는 “네게 캐시누나 말고 누가 또 있다고 그래. 사촌인 트레이시 말이니?” 라고 대꾸했다. “아니. 엄마 뱃속에서 죽은 아기가 있었잖아, 맞지?” 콜튼의 엄마는 깜짝 놀라 하던 일을 멈추었다. 사실, 둘째 아이인 콜튼을 낳기 전에 2개월된 태아를 유산하고 한동안 슬퍼한 적 있었지만 그것은 그들 부부만 아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몇 주 밖에 되지 않은 그 태아의 성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놀란 표정의 엄마를 본 콜튼이 계속 말했다. “엄마, 괜찮아 그래도. 하나님이 누나를 입양하셨거든.” 엄마는 순간적으로 되물었다. “예수가 입양하셨다는 거니?” “아니, 그 아빠가 하신거야.” 그리고 콜튼은 자기가 본 누이는 다른 누이인 캐시를 닮았지만 조금 작고 머리도 좀 더 진한 색이라고 덧붙였다. 자기를 자꾸만 안으려고 했는데 자기는 여자아이들이 안는 것은 싫다고 했다. 엄마가 그 아이의 이름을 묻자 콜튼은 “엄마 아빠가 이름을 안주셨잖아요. 그래서 이름이 없대요. 하늘나라에서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되기를 간절히 기다린다고 했어요.”

이것은 소설이나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콜튼은 네브라스카의 임페리얼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크로스로드스(Crossroads)라는 이름의 웨슬리안교회 담임 목사인 토드 버포 목사의 아들이다. 콜튼은 3년 10개월이었던 2003년의 어느 날 맹장이 터졌는데도 의사가 오진을 해서 일주일을 고통 가운데 지내다가 수술을 하고 기적처럼 회복되어 현재 12세가 된 소년이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차를 타고 가다가 한 번씩 툭툭 던지는 콜튼의 이야기는 목사인 그의 아버지가 듣기에도 깜짝 놀랄 만큼 천진한 표현이면서도 성경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버포 목사는 2010년 콜튼의 경험을 바탕으로 『천국은 실제한다(Heaven is For Real)』라는 책을 썼는데, 책에서 얼마동안 천국을 방문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콜튼이 3분이라고 대답한 내용을 근거로 한국에서는 “3분”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버포 목사의 책은 출간 5개월만에 300만부가 팔렸을 정도로 미국 내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다.

낙태찬성과 반대에 대한 내용은 지금도 신학적인 쟁점 가운데 하나이며 많은 신학자나 목사 그리고 기독교인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이슈 가운데 하나다. 임신하고 얼마 안된 아이를 잃은 경험이 기억되어 눈앞이 흐려왔다. 아이가 엄마를 기다린다는 말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애처롭고 짠하다. 더구나 엄마가 알아보지 못하는 아이가 엄마를 먼저 알아보고 반길 것을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병원에서 채플린으로 일할 때 신생아실에 불리워갈 때마다 힘들고 어려운 마음이 되던 기억도 새로웠다. 유산의 경우나 조산으로 인해 신생아가 위독할 때 불리워가는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얼굴도 모른 채 아이들을 떠나보냈으며 또 여전히 사고로 아니면 의도해서 그런 일들이 계속되고 있는가. 그들을 기다리는 아이가 있음을 달리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까.

예수를 보았다는 콜튼의 말에 그 부모는 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예수에 대한 그림과 초상화를 콜튼에게 보여주었지만 콜튼은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째서 틀렸다는 식으로 지적하면서 아니라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그러던 중 버포 목사가 2007년 콜로라도에 있는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다가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잠깐 언급하게 되었다.

며칠 후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이 전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새로운 예수의 초상을 볼 수 있는 웹사이트를 이메일을 통해 알려왔다. 아키아네라는 소녀가 8세때 완성한 예수의 초상화였다. 웹사이트에 그녀의 이름을 타이핑하자 마자 무신론자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키아네 크라마릭(Akiane Kramarik)이 4세 때부터 환상을 보기 시작하여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작곡을 하는 내용을 미 주요 언론과 오프라 쇼 등에서 다룬 내용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버포 목사는 아키아네가 그린 예수의 대형초상을 컴퓨터 스크린에 띄워놓고 콜튼을 불렀다. 한참 동안 아키아네의 예수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콜튼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거 맞아요.”

귀를 막고 손사래질을 치는 공연한 고집으로 “스스로 지혜있다 하나 어리석게 되어”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한다.

/최선주 목사 Ph.D. 847-312-5949, 종려나무교회 www.palmtreechu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