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정적 어려움에 이어 구성원들간의 갈등에 봉착한 미국 수정교회에서, 원로 교인들이 마침내 이 문제에 교단(RCA:미국개혁교회)의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수정교회 원로 교인들은 교단이 나서서 현재 지도자들에게 갈등을 종결짓고 교회 문제를 돌아보도록 권고해 줄 것을 요청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교회 안에 족벌주의가 팽배하고 창립 정신으로부터 이탈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인들뿐 아니라 교회의 설교 방송인 ‘능력의 시간(Hour of Power)’ 시청자들과 교회 지지자 등 4백여명이 현재까지 청원서에 서명했으며, 동참자가 총 1천 명을 넘으면 교단에 이를 전달할 예정이다.

수정교회는 지난 2006년 창립자인 로버트 H. 슐러 목사(당시 79세)가 아들인 로버트 A. 슐러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준 것을 포함, 주요 사역들을 딸들과 사위들에게 맡긴 이후부터 교회 리더십을 놓고 부자간, 남매간의 불화가 계속되어 왔다. 2008년 로버트 A. 목사가 아버지와 사역에 대한 견해차로 담임목사직을 사임한 뒤, 2010년 딸인 쉴라 슐러 콜맨 목사가 담임목사직을 잇게 되는 과정에서 이같은 갈등은 더욱 심화돼, 콜맨 목사는 아버지와는 물론 로버트 A. 목사와도 교회 운영 문제로 자주 충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 로버트 A. 목사가 이사회에서 제명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로버트 H. 슐러 목사 역시 이사회에서 투표 권한을 제한당했으며, 현지 언론들은 이같은 조치가 두 사람 모두 이사회에 교회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는 인물을 포함시킬 것을 주장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이사회는 슐러 목사의 딸들과 사위들을 빼고는 모두가 교회에 고용된 이들로 채워져 있다.

청원서는 이같은 문제 역시 지적하며 “우리는 가족 관계에 있거나 교회로부터 급여를 받는 이들이 없는 ‘교회로부터 진정으로 독립된 이사회’를 원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원로 교인들은 교회 리더십이 5년여간 지속돼 온 싸움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파산과 교회의 정체성 변질 등의 산재한 문제들을 돌아봐 줄 것들을 촉구했다. 원로 교인 중 한 명인 짐 맥도널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인들은 슐러 가족들이 보다 투명해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채권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막대한 금액이 있음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며, 그동안 수정교회가 고수해 온 전통 음악 대신 찬양 음악을 예배에 사용하기로 한 최근의 결정 등 당면 문제들에 대해서 더 관심을 쏟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슐러 목사의 자녀들이 그들의 아버지가 쌓아 온 것들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낸 맥도널드는, 원로 교인들이 작년 쉴라 슐러 콜맨 목사와 면담을 가진 후에도 교회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맥도널드는 “교단은 그동안 회원인 우리를 보호해야 하는 임무를 다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우리 또한 교단에 조언을 구하지 않아 왔다는 점을 시인한다”며 최근 로버트 H. 슐러 목사를 사실상 이사회에서 제명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을 보며 교단의 조언을 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수정교회는 로버트 H. 슐러 목사에 의해 1955년 자동차 극장에서 시작돼 1980년 총 1천8백만 달러가 들어간 현재의 예배당을 완공했다. 수정교회 예배당은 유리 벽면과 세계 최대 오르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교회 부흥의 원동력이 됐고, 아직까지도 전 세계에 많은 시청자를 갖고 있는 ‘능력의 시간’이 방송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슐러 목사의 은퇴 이후 이어진 갈등으로 교세 감소와 재정 악화를 겪게 된 수정교회는 작년 10월 파산 신청을 했으며, 지난 5월에는 채무 지불을 위해 예배당을 매각한 후 15년간 리스 방식으로 임대한다는 회생 계획안을 제출한 바 있다.

현재 수정교회의 총 750만 달러 가량의 채무 가운데 대부분은 슐러 목사의 둘째 딸 부부가 감독해 온 성탄절 행사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산 신청 이후 약 1년 동안 수정교회는 140여 명의 직원을 해고했으며, ‘능력의 시간’ 방송을 반으로 줄였고, 주요 자산을 매각하고 대규모 행사들을 모두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