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렘한인연합감리교회 김태준 목사
대학생, 청년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그중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25살 된 자매에게 “많이 늙었다”고 놀렸더니, “그럼은요, 벌써 4반세기를 살았는데요!” 하면서 너스레를 떱니다. 그 말을 듣고 계산을 해 보니 저는 어느새 거의 반세기를 산 것이 아닙니까! 반세기라! 그렇게 표현을 하니 갑자기 늙은 사람이 된 기분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 삶 속에 요즈음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가 여기저기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먼저 전에는 밤을 새면서 설교 준비를 해도 거뜬 했는데 지금은 밤 9시만 되면 졸려 옵니다. 반면 예전에는 새벽기도회 시간에 맞춰 일어나려면 알람을 몇번씩 껐다 켰다 해야 일어 났는데 요즈음은 알람 울리기 1분전에 눈을 뜨기가 십상입니다. 전에는 운전해서 열 몇시간 가는 여행을 이웃집 가듯 생각했는데 지금은 운전 거리가 3시간만 넘어도 비행기 타고 갈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전에는 시어터진 김치일수록 더 맛있게 먹었는데, 이제는 생풀 같아서 거들떠 보지 않았던 겉절이가 더욱 맛깔스러우니 … 전에는 어머님이나 교인들이 몸에 좋다고 가져다 주시는 음식이나 약은 필요 없다고 몰래 쓰레기통에 버리기가 일쑤였는데, 요즈음은 비타민에 오메가 피쉬오일 등 스스로 부지런히 찾아먹는 약만도 너덧 개가 됩니다. 전에는 누가 아는체 하고 인사하면 오히려 귀찮게 생각되었는데 요즈음은 아는체 안하고 인사 안하는 사람들 명단을 적어 놓을 만큼 속이 좁아졌습니다. (이름을 기억하려고 했는데 자꾸 잊어 버려서 적어 놓고 있습니다.) 전에는 바쁜데 무슨 아침상 차려 먹냐고 아내에게 핀잔을 주었는데 요즈음은 따듯한 국이 곁들여진 아침상 안 차려 준다고 섭섭해 합니다. 전에는 아이들이랑 마룻바닥에 앉아서 피자 먹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꼭 상석에 앉아야 뱃속이 편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반세기를 살다 보니 다 그렇게 되는구나 하고 치부해 버릴 수 있겠지만, 그래도 왠지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아직 연합회 회장 안 시켜 주는 것이 섭섭하지 않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 해 보지만, 그럴날도 멀지 않은 것 같아 조금은 불안합니다. 최소한 반세기 동안 먹은 밥 값은 제대로 하고 살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요즈음 식욕도 많이 줄은 것 같은데 … 왜 자꾸 보약이나 한첩 지어다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