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갈등과 위기를 야기하며 ‘이미지 메이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 앞에, 제28회째를 맞은 신촌포럼(대표 이정익 목사)이 내놓은 화두는 ‘공감(共感·Empathy)’이었다.

20여년간 각 분야 명사들의 강연과 토론으로 사회와 교계의 주요 주제들을 논의해 온 신촌포럼은 ‘삶의 활력을 찾아서…’를 주제로 마케팅전문가 홍성태 교수(한양대 경영학부)를 초청, ‘교회도 마케팅하라? 감성 마케팅의 이해와 실천’에 대해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마케팅분야 권위자인 홍성태 교수는 “제가 교회 쪽의 전문가는 아니라서 일반적인 마케팅 언어로 이야기하겠지만, 교회가 부흥 성장하는 것이 설교 내용이나 프로그램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공감’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필요한 것이 ‘공감의 능력’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공감’이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세계를 지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사소통 상태를 말한다. 동정(Sympathy)은 다른 사람과 마음을 같이함을 뜻하지만, 공감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깨닫는다는 점이 다르다.

공감은 서로를 친밀하게 만들고,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한다. 또 ‘조율’을 통해 어떻게 하면 서로 마음이 통하고 신뢰를 이룰 수 있는지 경험하게 하고, 이를 통해 기쁨을 누리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홍 교수는 한 한양대병원 류마티스 전문의를 소개했다. 예약하면 3년을 기다려야 하는 ‘명의’인 이 의사는 사실 처방도 처방이지만, 환자를 진심으로 반갑게 맞이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류마티스 특성상 대부분인 고령의 환자들에게 ‘어머니’같은 살가운 언어로 환자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의사들의 실력은 사실 세기의 명의가 아니라면 다 비슷비슷하지 않겠는가”라며 “공감의 능력,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환자들로 넘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은 나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감의 능력(EQ)은 IQ와 달리 타고난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에 따라 얼마든지 계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책(<감성지능>,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이나 교육(MBTI), 음악·미술·사진촬영·영화감상 등 예술적 취미, 불쌍한 이웃돕기나 동물키우기 등 사랑 나누기, 운동·산보·목욕·요가 등으로 긴장 풀기, 찬양·감사 등 종교생활 등을 소개했다.

공감의 과정은 상대방의 말에 반응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른바 비언어적 주의 기울이기(Non-verbal Attending)인데, ‘당신과 주파수를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도 된다는 것이다. 상대방과 눈 맞추기, 단순히 웃어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 거울을 보듯(mirroring) 비슷한 표정짓기, 고개 끄덕여주기, 귀를 기울이는 듯 귀에다 손 대기, 신체 접촉하기 등으로 이를 표현할 수 있다.

말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말에 단순히 ‘응’, ‘그래’ 등으로 대꾸해서는 공감을 표시하기 힘들다. 오히려 무시당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상대방의 대화 내용을 비슷한 말로 바꿔 다시 표현해 주고(paraphrasing), 다음 이야기에 관심을 드러내며, 이어질 대화에 대해 운을 띄워주고, 경청의 표시로 내용 중 궁금한 점을 질문해 주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홍 교수는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일차(Primary) 공감 뿐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 앞서서 공감해 주는 고도(Advanced) 공감이 필요하다”며 “이혼전문 변호사에 의하면 이혼의 대부분은 싸움의 실질적 내용 때문이 아니라, 공감받지 못하는 싸움의 방식 때문이더라”고도 했다

홍성태 교수는 “미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는데,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교회에는 수많은 접점들이 있는데 여기서 얼마나 공감하는 분위기를 만드느냐가 중요하고, 교회를 찾는 불신자들에게 수많은 성도들 중 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 준다면 보다 즐겁고 행복한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