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서 보코하람(Boko Haram) 테러범들에 납치된 기독교 목회자가 처형까지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석방됐다고 현지 매체들이 최근 보도했다.

온라인 매체인 ‘프리미엄 타임스’에 따르면, 작년 12월 24일, 보르노 주의 치복 지방에서 납치된 불루스 이쿠라(Bulurs Yikura) 목사가 지난 3일 저녁(현지시간)에 석방됐다.

세계에서 가장 과격한 극단주의 단체 중 하나인 보코하람은 지난달 24일, 이쿠라 목사가 나이지리아 정부와 기독교 협회에 자신을 구출해 달라고 호소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나이지리아 언론 매체인 ‘흄앵글(HumAngle)’이 입수한 당시 영상에는 이쿠라 목사가 무릎을 꿇은 가운데, 복면을 쓴 칼을 든 남자가 그의 뒤에 서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나이지리아형제교회(EYN) 소속 목사인 그는 보코하람이 작년 12월부터 2월까지 공개한 총 3개의 비디오에 모습이 공개됐다.

프리미엄 타임즈에 따르면, 지난 주부터 이쿠라 목사의 가족과 EYN교회가 그의 석방을 협상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세이브 더 퍼시큐티드 크리스천’의 전무이사인 데드 로게센(Dede Laugesen)은 4일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석방을 축하하고 잠파라의 아이들도 석방돼 감사하다”면서 “하지만 2019년 이후 나이지리아에서 만연해 온 ‘몸값을 노린 납치’라는 전염병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학생 납치가 증가하는 것을 보고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나이지리아 북부 잠파라주 장게베에서는 여중생 317명이 무장괴한에 의해 납치되었다가 지난 3일에 279명이 풀려났다.

그러나 현지 보도에 따르면, 극단주의자들은 여중생들을 석방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잠파라 주의 마을에 불을 질렀고 60여명을 추가로 납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라우게센은 몸값을 노린 납치가 나이지리아 극단주의자들과 테러범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일종의 산업이 되고 있다고 잔했다. 그는 이 현상에 대해 “나이지리아에 점점 더 뿌리내리고 있는 불행한 현실이며, 특히 정부가 연루될 경우에는 해결이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보코하람 무장세력은 삼비사 숲에서 라완 아디미(Lawan Adnimi)신부를 납치했고, 몸값이 마련되지 않자 그를 참수했다. 당시 아디미 신부는 신앙을 포기하라는 그들의 회유를 단호히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보코하람이 공개한 영상에서 아디미 신부는 “하나님의 은혜로 나는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모든 동료들과 함께 할 것이다”며 “(살)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뜻일 것”이라는 고백을 남겼다.

로게센은 국제사회가 대규모 폭력 사태로 번지기 전에, 나이지리아 정부에 책임을 물으며 압박해 줄 것을 권고했다.

그는 “나이지리아가 본질적으로 칼리프(caliphate) 국가를 세우려는 이슬람 지하드의 새로운 본부”라며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인들은 정부가 나이지리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계속해서 면책 특권을 주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나이지리아에 있는 기독교인들은 대표성이나 목소리도 없다”며 “많은 사람들은 나이지리아가 IS의 중동 사태와 맞먹는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고 믿는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테러리즘(GTI) 지수에서 3번째로 심각한 국가로 꼽히고 있으며, 2001년부터 2019년까지 22,000명 이상의 테러 관련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오픈도어즈USA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기독교인의 사망자 수가 다른 박해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