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출신으로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의원이 된 국민의힘당 태영호·지성호 의원이 29일 공포된 '대북전단 금지법'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변 등 20여 개 시민단체 주최로 대북전단 금지법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왼쪽 두 번째부터) 지성희 의원, 태영호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태훈 한변 회장 ©뉴시스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변 등 20여 개 시민단체 주최로 대북전단 금지법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왼쪽 두 번째부터) 지성희 의원, 태영호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태훈 한변 회장 ©뉴시스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 지키기 위해 헌재 앞에
세계 우려... 내정간섭? 北·中 논리와 뭐가 다른가
내년 초 미 랜토스 인권위 청문회 앞에 서... 수치
명백히 김여정 하명법, 김정은 비위 맞추기 법
15년 간 대북전단으로 다친 사람 한 명도 없어"

먼저 태영호 의원은 이날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등 20여개 시민단체 주최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년 전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할 결심을 갖고 대한민국에 온 제가 오늘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헌재 앞에 서 있다"며 "오늘 대북전단 금지법이 끝내 공포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전 세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과 내정간섭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그러나) 민주주의와 인권은 상황에 따라, 나라에 따라 기준과 범위가 변하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 지적을 내정간섭으로 받아치는 것은 북한이나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했다.

이어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실현의 모범 국가였던 우리 대한민국이 내년 초 미국 랜토스 인권위 청문회 앞에 서게 되었다"며 "수치도 이런 수치가 없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을 통해 사람이 먼저라고 외쳐온 현 정부의 인권과 민주주의 정책의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미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내년 1월 우리 대북전단 금지법과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회의 공화당 측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최근 성명을 통해 "한국의 기본적 시민 자유에 대한 경시와 공산주의 북한에 대한 묵인이 증대되고 있어 심각히 우려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태 의원은 "지금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이 법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치고 또 우리 국민 치고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대북전단 때문에 위험에 처해져도 괜찮다고 말할 이는 한 명도 없을 것이고 또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이 대북전단 금지법을 반대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말하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이것이 핑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 법은 명백히 김여정 하명법, 김정은 비위 맞추기 법"이라며 "대한민국의 강력한 군사력이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지금 경찰관집행법과 같은 현행 법들로 대북전단 문제는 통제와 관리가 가능하고 지금도 통제하기 때문에 대북전단을 날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태 의원은 또 "정부가 법 필요성을 운운할 때마다 인용하고 있는 2014년 북한이 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쏜 문제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당시 수발이 전방부대 등에서 발견되었으나 이것 때문에 다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15년 간 대북전단으로 다친 사람은 우리 대한민국에 한 명도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문 정권은 마치 전단을 날리면 북이 발포하고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김정은 정권이 우리를 향해 그런 협박을 하더라도 감히 실행하지 못하도록 북한에 경고하고 철통같은 국방태세를 보여주는 것이 우리 정부가 국민을 위해 할 일"이라며 "그러나 지금 정부는 북의 도발을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부추기고 오히려 우리 국민에게 겁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이번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반대하고 있는 것은 전단 살포 문제를 새로운 법으로 만들어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지켜온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주장대로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인 표현의 자유를 법으로 기어코 제한하려 한다면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명백하고도 직접적으로 그 인과관계를 분명하게 입증하고 구체적으로 법에 규정해 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법은 너무나도 모호하다. 법이 나오자 마자 정부가 이 법에 대한 해석지침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법이 나와 있는데 그 해석지침을 또 만들겠다는 사실 자체가 법이 얼마나 허술하고 허점이 많은 것인가라는 것을 정부가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태 의원은 "김정은 정권은 지난 12월 4일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우리 한국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던 북한 주민들을 영원히 법으로 다스려서 노예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안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밖에서는 우리 정권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외부 정보 차단막을 치고 있다. 얼마나 참단한 현실인가"라고 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도 우리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서 우리 국민이다. 그들에게도 대한민국 국민처럼 세상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그들에게도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 살아 있다면 (대북전단 금지법에) 반드시 위헌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저는 이 법을 철폐시킬 그 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처참히 짓밟혀... 참담
내년 1월 미 청문회 준비... 심각성 알릴 것"


이어 지성호 의원은 "이번 대북전단 금지법을 보면서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며 "북한에 정권이 있다면 주민들도 있다.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알지 못하고 살고 있다. 크리스마스 자체도 모른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떤 삶을 누리고 있는지 모르고 살고 있다. 지구상에 그런 억압을 받고 통제를 받는 나라는 북한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하여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처참하게 짓밟혔는가. 어떻게 (북한) 김여정의 목소리가 대한민국을 지배하게 되었나"라며 "민주주의를 이뤘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을 보면서 참담하다"고 했다.

지 의원은 또 "국제사회가 바라볼 대한민국, 그것이 더 창피하다. 그들에겐 인권에 대한 분명한 기준과 잣대가 있다. 그런 그들이 문제점을 제기할 때 정부는 왜 그런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내년 1월 (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스미스 의원과 함께 청문회를 열 수 있는 준비도 차근차근 하고 있다. 더 대규모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본 한변 회장 김태훈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헌법재판소에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과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